왕을 찾아서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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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이끌어가는 이는 장원두이다.  
첫 장면은 원두의 영원한 왕인 마사오의 부음을 받고, 오래전에 떠나온 고향을 찾아가는 길에서 시작된다.
고향을 찾아가면서 어렷을때의 기억을 더듬어 간다.  마사오 이야기, 한날 한시에 태어난 박재천의 이야기, 그리고 첫 사랑 세희에 대한 이야기 등 한 조각 한 조각씩 추억을 그리며 마사오의 마지막모습을 보러 가는 길이다.

지금은 ’대통령’ 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만, 원두가 떠나온 지역에서는 ’왕’ 이라는 용어로 통용이 된다.  단, 그 왕권은 그 지역에 한해서만 제한되는 권력이었다.  지역 밖을 벗어나면 무용지물인 우물안 개구리(?)들의 왕이라 하겠다.  보통 사람들이 이해하기 쉬운 다른 용어로는 ’조폭’ ’폭력배’ ’건달’ ’양아치’ 등이 있겠다.

일제 식민지로부터 해방이 되고도 어쩐일인지 이름이 바뀌지 않는 ’마사오’.  한국식으로 이름을 바꾼다면 ’김정일’ 정도 되는데 김마사오라 불리지도 김정일로 불리지도 않고 마사오는 그냥 처음부터 마사오라 불리워졌다.  자연스럽게.

소문은 언제나 그렇듯이 출처가 불분명하고, 입에서 입으로 옮겨질수록 보태지고 부풀려지면서 내용이 진화를 한다.  마사오의 경우도 큰 힘 안들이고 자신의 경력이 적당히 미화되고 적당히 부풀려져서 군대에서 제대할쯤엔 자연스럽게 왕이 되어있었다.  또 그 명성에 걸맞게 지역내에서 분쟁이나 사건이 일면 몽둥이로 평등하게 판결을 내려주곤 했다.  

마사오가 왕으로 있을 당시엔 경찰도 필요없을 정도로 지역내에선 큰 문제가 없었다.  사람들 사이에서도 큰 불만없이 왕으로 군림했다.  마사오의 특징이라면 칼이나 총 이런 도구의 힘을 빌리지 않고 두꺼운 팔뚝에 의지해서 지역을 다스렸다는 거다.  큰 차이가 있을까 싶지만 좀 덜 잔인했을 듯 싶다.  영화에서 흔히 보여지는 장면들, 조폭 하면 떠오르는 상상들과는 조금 차이가 있겠다.  죽음에 이르는 조직간의 다툼 이런 것은 없었다.  마사오는 이렇다할 조직을 거느리지 않았고, 마사오가 건재할 당시는 누구도 그 자리를 넘보는 이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점점 마사오가 힘을 잃어가고 있을때쯤 그 자리를 노리는 사람이 생기면서 눈에 보이는 듯, 보이지 않는 알력싸움이 일어난다. 2인자로 불리우는 이들이 후계자 후보로 오른다. 

지역의 왕이 되기 위한 조건이 뭐가 있을까? 

우선은 싸움을 잘 해야겠고, 야망도 있어야 하고, 언변도 좋아야겠고, 밑에 따르는 동생들도 많으면 좋겠다.  하지만 후보로 오른 이들은 각각 2%씩 부족했다.  야망이 없거나, 말만 번드르 하니 잘했고, 싸움은 잘 하는데 비겁하고... 저마다 약간씩 부족하다.  
왕이 될 만한 그릇은 못되는 사람이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저마다 왕이 되고 싶어했다.  
그들이 서로를 깎아 내리고 자기 자신은 높이기 위한 소문들을 만들어 낸다.  소문을 제조하고 퍼트리는 일에는 말만 번드르한 2인자 재천의 강점이기도 했다.  작은 소문하나가 눈덩이가 되고, 집채가 되고... 소문은 때로 큰 권력을 행사하기도 한다.  
과연 그는 왕이 될 수 있을까? 


성석제 작가 초기작품으로 절판되었다가 다시 출간된 책이다.  조폭들의 이야기라 잔인하거나 무서울거라는 상상은 접어두는게 낫다.  다른 작가라면 모르지만 성작가님의 책이라면 그런 느낌보다는 좀 더 해학적이고 유머가 있다.  진지하고 심각한 장면인데도 글을 읽다보면 ’피식~’ 웃음이 난다.  특유의 익살과 농담, 재미와 유머를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역시 성작가님 답다. ^^

작품도 괜찮았지만, 좋아하는 작가인 만큼 주저없이 별 다섯개. ★★★★★ 사심있게 평가한다.   ^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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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일이 일어나고 있을까요?   제 블로그에 불이라도 났나요?    ^^

하루에 저 말고 찾아오는 방문자 수가 많아야 10명을 넘지 않는데...   

100명이 넘었네요.  흠~  주인인 저 모르게 뭔가 일이 일어난건지, 시스템 오류인건지, 궁금하네요.  ㅎㅎ 

  

 

 

 

 

 

 

 

 

 

 

 

 

 

 

 

기분이 나쁘진 않네요.  시스템 오류로 김칫국물 흠씬 들이마신다 해도요. ^______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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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주어진 의상’을 입고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주어진 의상과 분장에 맞는 역할을 하고, 
그것이 곧 자신의 삶이라 여기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내게 맞지 않는 의상은 날이 갈수록 무겁고 불편하기만 합니다.  
관객이 아무리 박수갈채를 보내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아파갑니다.

자신을 환자라고 믿는 많은 사람들 중에서 
정말 몸이 아픈 사람은 그다지 많지 않습니다.  
그들 중 대부분은 의상을 벗고 분장을 지우는 것만으로도 시선이 달라집니다.  
오랫동안 꼭꼭 포장해온 자신의 껍질만 벗어도 세상은 다르게 보입니다. 

                                           - 이기웅의 <어설픔> 중에서 -



예전에 어떤 분의 강의에서 들었던 이야기가 생각 난다.  오래전 일이라 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기억을 더듬어보면 이렇다. 
(김미경 강사의 강의였던 것 같다.  아마 맞을 것 같은데... 아닌가?  죄송. 기억이 가물가물)

사람은 모두 태어날때부터 최소한 5개의 항아리를 가지고 태어난다.  5개가 될 수 도 있고, 열개, 스무개를 갖고 태어난 사람도 있다.  자신이 갖고 태어난 여러개의 항아리중에는 죽을때까지 뚜껑을 못 여는 경우도 허다하다고 한다.  그 항아리는 자신의 재주나 재능이 들어있는 항아리이고, 그 뚜껑을 열어야 재능의 날개를 펼 수 있고 빛을 발하게 되는 그런 구조이다.  그 뚜껑을 부모, 선생님 등 주위 사람이 열어주기도 하지만, 본인 스스로도 열 수가 있다.  성공한 사람들은 자신의 항아리를 제때에, 잘 열어 충분히 활용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내 항아리의 뚜껑을 열어 필요한 것을 얻고, 취하고, 먹고 해야하는데, 남의 항아리를 열심히 뒤져서 뭔가를 얻으려 하는 사람이 위에서 말하는 ’내게 맞지 않는 의상’ 이 아닐까 싶다.  내 항아리는 저 뒤에 많이 쌓아두고서 엉뚱한 곳에서 헛짓을 하고 있는 모습이 상상된다.  

남이 해서 성공하니까 나도 따라하고, 대부분이 가는 길이라는 말에 의심없이 따라간다.  누군가 입혀 준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고 광대 노릇을 하려니 불편하고 불행하다.  무엇보다 신나지가 않는다.  점점 걸음걸이는 느려지고 무거워진다.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한다.  

신이나 조물주는 짖궂게도 내가 가진 항아리에 대한 어떤 힌트도 주질 않는다.  열심히 고생하고 고민해서 찾아봐라 그 얘기인지... 시행착오를 하게끔 만들어 놓으셨다.  힌트를 주는데도 못 찾는 걸까?  알아차리지 못하는 걸까?
좀 더 큰 기쁨과 행복을 만끽하라고 약간의 트릭을 써놓은 걸까? 

내가 가는 길은 이 방향이라는 확신만 선다면... 그 길이 옳은 길이라고 누군가 알려주기라도 한다면... 
조금은 수월할텐데,  가는 길이 외롭지 않을텐데, 씩씩하게 고난을 받아들이고 위험도 기꺼이 감수할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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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나르베르베르의 상상력사전>을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상상력 사전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이세욱.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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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처음 책 제목을 보고 느낀점은  <상상력 사전> 이라 해서, 저자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100% 상상력으로 쓰여진 글일꺼라 생각했다.  그러다 실제 책 내용을 읽으면서 느낀점은 상상력으로 풀어 쓴 내용도 있지만 구전으로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도 있고, 잘 알려지지 않은 역사적인 사실들도 눈에 띄고, 신화 얘기도 많이 나오고 해서 소설을 쓰기 위해서 조사한 내용들도 일부 들어있는 듯 하다.  어찌됐든, 이런 방대하고 광범위한 자료들을 일일이 찾아서 본인이 모두 읽었을 테고, 그걸 이처럼 기록을 남겨둔 점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30여년을 기록해온 내용들이라 하니 저자는 무척 꼼꼼하고 세밀한 사람인가보다. 

책을 받아보고서 그 두께에 우선 놀랐다.  index를 포함해서 총 629페이지나 되는 두께가 독자를 제압한다.  
"헉!  진짜 사전같다!" 라는 생각이 든다.  
그 안에 내용은 짧은 제목이 있고 그 제목에 맞는 간단한 글이 1~3페이지 정도에 걸쳐 있는 구조이고, 총 383편이나 되는 내용으로 구성되었다.   

주제가 매우 광범위하다.   그리스 신화, 노벨상, 역사, 과학, 우주, 요리, 일상의 작은 사물까지 매우 다양하다. 
제목에 사전이라는 말이 들어간다고 해서 가나다순이라거나 알파벳 순으로 내용이 정렬되어 있진 않다.  ^^
그저 심심할 때, 무료할 때, 하루에 몇 페이지씩 꾸준히 읽으면 좋을 것 같다.  다양한 분야를 조금씩 톡! 톡! 건드려 주면 생각의 물꼬를 터주기도 한다.  물론 대부분의 내용은 읽고 습득하는 수준으로 넘어가면 된다.  때론 내가 전혀 관심없는 분야가 나오기도 한다.  간혹 읽어도 읽어도 뭔 말인지 모르는 경우도 있다.  그럴 때는 그저 조용히 페이지를 넘기면 된다. -.-

열네살 때부터 써온 혼자만의 비밀노트를 감상하는 기쁨을 독자에게 제공해 주고 있다.  그동안 써온 여러 소설들과 또 앞으로 나오게 될 새로운 작품들도 이 상상력 사전의 내용이 활용될 것이라 생각하니 신기한 생각이 든다.

작가가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사전답사도 하고, 공부도 하고, 인터뷰도 하는 등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모든 작가들이 이런 사전을 가지고 있는지 어쩐지는 잘 모르겠다.  역시나 작가의 길은 험하고 힘든 여정이란 생각이 다시한번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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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픔 - 한 번도 제대로 쉬어보지 못한 이들에게
이기웅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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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어지거나 교통사고를 당해 어디가 부러지거나 하는 등의 외형적인 병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병은 마음으로부터 온다고 한다.  마음이 다쳐 멍들고, 피나고, 곪고, 곪은 자리가 썩어들어가기 시작하면 그게 몸으로 나타난다.  

앙상한 겨울나무 한 그루가 있다.  겨울나무의 얇은 나뭇가지에 소리없이 눈이 내리고 차곡차곡 눈이 쌓인다.  소리없이 쌓였다가 급기야 눈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나뭇가지는 부러지기 까지 한다.  마음의 상처는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하나씩, 둘씩 쌓이다 보면 큰 산이 된다.  주체할 수 없이 무거워지면 몸 여기저기서 치료해달라고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를 모른채 하거나 아우성을 방치하게 되면 사람도 나뭇가지와 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될거다.

병도 긴 병이 있고 짧은 병이 있습니다.  때로는 침이나 휴식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지만, 여기저기 안 다녀본 곳, 안 먹어본 약이 없다고 할 때는 마음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삶이 바뀌지 않으면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병도 있기 때문입니다.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지만, 이렇다 할 병명을 찾지 못한다면 조용히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내 마음 어느곳이 아파서 내는 신호인지... 잘 알고 있을수도 있겠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을거다.  잘 모르는 경우에는 전문가를 찾아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저자는 한 시골의 한적한 곳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이다.  한의원 하면 보약 짓고, 침 맞고 하는 곳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은 한의사가 들려주는 이야기 라기보다는 심리상담가가 환자를 치료하면서의 일화들과, 치료를 통해 넓어진 생각과 깨달음을 얻게 된 생각들을 들려주는 것 같다.  침을 놓고 진맥해서 한약을 지어 먹이는 기술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한다기보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의 문을 여는 치료를 하는 한의사 같다.  어찌보면 침을 놓고 약을 지어주는 것은 의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치료하는 일은 아무나 못할 일이다.

누구든 성장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의상을 입는다.  주위에서 골라서 입혀준 의상일 수도 있겠다.  본인 취향과 사이즈에 맞는 의상이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너무 크거나 몸에 너무 꽉 끼는 작은 사이즈라면 살아가는 내내 불편하기 짝이 없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주어진 의상’을 입고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주어진 의상과 분장에 맞는 역할을 하고, 그것이 곧 자신의 삶이라 여기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내게 맞지 않는 의상은 날이 갈수록 무겁고 불편하기만 합니다.  관객이 아무리 박수갈채를 보내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아파갑니다.

세상에는 일정한 순간을 살아내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몸이 아프고 나서야 건강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되고,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경험을 하고서야 그 소중함을 깨우치게 된다.  마음의 병이 커지고 커져서 몸으로 표출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중간에 경고 메세지라도 보내줬다면, 심하지 않은 상처일때 그 상처를 발견하기라도 했다면 좋을텐데... 상처를 도려내야 하는 극한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텐데.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그다지 많은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작은 경고메세지를 알아차릴 정도로, 받아들일 정도로 예민하지 않은가보다.  

그 아름다운 선생님을 띨띨이라고도 부릅니다.  띨띨이는 우리들 어설픈 아웃사이더 세상에서는 칭송으로 통하지요.  띨띨이들은 머리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가슴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작은 목소리로 큰 울림을 줍니다.

몸이 아픈 원인을 찾았다면 치료하는 방법으로 ’어설픔’ 을 권한다.  너무 완벽해 지려고 하지 말고, 모든 걸 다 잘 해내려고도 하지 말고, 매사에 긴장도 좀 풀고 여행도 다니며 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면 좋겠다.  어설프게 살고 띨띨이 라는 별명을 기꺼이 받아들 일 수 있을때 점차 병이 나아가는 걸 느낄 수 있을거다.  지금까지 모범적으로 살아왔다면 나머지 인생은 조금은 띨띨해 지는 법을 배우고, 나사 하나쯤 잃어버린듯이 사는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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