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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설픔 - 한 번도 제대로 쉬어보지 못한 이들에게
이기웅 지음 / 조화로운삶(위즈덤하우스) / 2011년 3월
평점 :
품절
넘어지거나 교통사고를 당해 어디가 부러지거나 하는 등의 외형적인 병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병은 마음으로부터 온다고 한다. 마음이 다쳐 멍들고, 피나고, 곪고, 곪은 자리가 썩어들어가기 시작하면 그게 몸으로 나타난다.
앙상한 겨울나무 한 그루가 있다. 겨울나무의 얇은 나뭇가지에 소리없이 눈이 내리고 차곡차곡 눈이 쌓인다. 소리없이 쌓였다가 급기야 눈의 무게를 지탱하지 못하고 나뭇가지는 부러지기 까지 한다. 마음의 상처는 아무리 사소한 거라도 하나씩, 둘씩 쌓이다 보면 큰 산이 된다. 주체할 수 없이 무거워지면 몸 여기저기서 치료해달라고 신호를 보낸다. 그 신호를 모른채 하거나 아우성을 방치하게 되면 사람도 나뭇가지와 같은 결과를 맞이하게 될거다.
병도 긴 병이 있고 짧은 병이 있습니다. 때로는 침이나 휴식만으로도 치료할 수 있지만, 여기저기 안 다녀본 곳, 안 먹어본 약이 없다고 할 때는 마음을 들여다봐야 합니다. 삶이 바뀌지 않으면 도저히 치료할 수 없는 병도 있기 때문입니다.
몸이 아파 병원을 찾았지만, 이렇다 할 병명을 찾지 못한다면 조용히 내면을 들여다보라고 저자는 말한다. 내 마음 어느곳이 아파서 내는 신호인지... 잘 알고 있을수도 있겠고 그렇지 않을수도 있을거다. 잘 모르는 경우에는 전문가를 찾아 원인을 찾으려는 노력을 해야한다.
저자는 한 시골의 한적한 곳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원장이다. 한의원 하면 보약 짓고, 침 맞고 하는 곳으로 생각하기 쉬운데 이 책은 한의사가 들려주는 이야기 라기보다는 심리상담가가 환자를 치료하면서의 일화들과, 치료를 통해 넓어진 생각과 깨달음을 얻게 된 생각들을 들려주는 것 같다. 침을 놓고 진맥해서 한약을 지어 먹이는 기술적인 방법으로 치료를 한다기보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의 문을 여는 치료를 하는 한의사 같다. 어찌보면 침을 놓고 약을 지어주는 것은 의사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마음을 들여다보고 마음을 치료하는 일은 아무나 못할 일이다.
누구든 성장과정을 통해 자신에게 맞는 의상을 입는다. 주위에서 골라서 입혀준 의상일 수도 있겠다. 본인 취향과 사이즈에 맞는 의상이라면 별 문제가 없지만 너무 크거나 몸에 너무 꽉 끼는 작은 사이즈라면 살아가는 내내 불편하기 짝이 없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주어진 의상’을 입고 인생이라는 긴 여행을 떠납니다. 그리고 세상이라는 무대 위에서 주어진 의상과 분장에 맞는 역할을 하고, 그것이 곧 자신의 삶이라 여기며 살아갑니다. 하지만 내게 맞지 않는 의상은 날이 갈수록 무겁고 불편하기만 합니다. 관객이 아무리 박수갈채를 보내도 행복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서서히 아파갑니다.
세상에는 일정한 순간을 살아내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것들이 있다. 몸이 아프고 나서야 건강에 대한 소중함을 알게 되고,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는 경험을 하고서야 그 소중함을 깨우치게 된다. 마음의 병이 커지고 커져서 몸으로 표출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중간에 경고 메세지라도 보내줬다면, 심하지 않은 상처일때 그 상처를 발견하기라도 했다면 좋을텐데... 상처를 도려내야 하는 극한 상황까지 가지 않았을텐데. 인간은 자기 자신에게 그다지 많은 관심이 없는 듯 하다. 작은 경고메세지를 알아차릴 정도로, 받아들일 정도로 예민하지 않은가보다.
그 아름다운 선생님을 띨띨이라고도 부릅니다. 띨띨이는 우리들 어설픈 아웃사이더 세상에서는 칭송으로 통하지요. 띨띨이들은 머리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가슴으로 이야기합니다. 그들은 작은 목소리로 큰 울림을 줍니다.
몸이 아픈 원인을 찾았다면 치료하는 방법으로 ’어설픔’ 을 권한다. 너무 완벽해 지려고 하지 말고, 모든 걸 다 잘 해내려고도 하지 말고, 매사에 긴장도 좀 풀고 여행도 다니며 쉴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하면 좋겠다. 어설프게 살고 띨띨이 라는 별명을 기꺼이 받아들 일 수 있을때 점차 병이 나아가는 걸 느낄 수 있을거다. 지금까지 모범적으로 살아왔다면 나머지 인생은 조금은 띨띨해 지는 법을 배우고, 나사 하나쯤 잃어버린듯이 사는 삶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