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우 8
조지 손더스 지음, 민은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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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의 얘기가 행복카게 끈나기를 원한다면,
좀 차캐지려고 노력카새요."

친절하고 창의적이지만 이기적이고 잔인하기도 한 인간을 향한 여우의 일갈. 책장을 덮는 순간 부끄러워서 얼굴이 화끈거리는 책이다.

#북스타그램📚 #여우8 #조지손더스
#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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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디는 시간을 위한 말들 - 슬픔을 껴안는 태도에 관하여
박애희 지음 / 수카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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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특히 나에게 절실했던 위로.

(발췌)
가장 위대한 일은 오늘을 살아낸 것, 그리고 자신이 되도록 노력한 것이다. 30

“아니 그런데, 어떻게 늘 그렇게 평온을 유지했던 거예요?”
“내게 이 문제가 없었다면 다른 문제가 있었겠지. 그렇게 생각해.” 32

이걸 나에게서 가져간 건 다른 걸 잡으라고 주는 기회일 것이다, 이 손이 비어야 다른 걸 잡을 수 있다! 그렇게 생각하고 잊어요. 34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확신하게 된다. 우리가 막을 수 없는 사랑하는 이의 부재를 견디게 하는 것은 ‘함께 나눈 이야기’들이라는 사실을. 그리운 이들과 함께 나눈 이야기와 나누지 못한 이야기들이 내 삶이 되리라는 것을. 71

반복되는 실패의 언저리에서 길을 걸으며 우리는 늘 되짚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거지. 내가 무얼 더 해야 하지. 그런 생각을 할 때마다 꿋꿋하게 열심히 사는 이들은 아득한 기분이 들었을 것이다. 이미 최선을 다하고 있는 뭘 더 어떻게 한단 말인가. 그런 우리에게 어쩌면 같은 길을 걸었을 배우(오정세)가 말해준 것이다. 노력한 만큼의 결과가 돌아오지 않은 건 당신이 어떻게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을 거라고. 그러니 너무 실망하거나 지치지 말라고. 그저 무엇을 하든 그 일을 포기하지 말고 ‘계속’ 하길 바란다고. 108

우리는 우리가 잃은 것들 때문에 때때로 슬픔에 겨워하겠지만, 슬픔이 다시 우리에게 가져다준 것들로 다시 또 삶을 이어나갈 것이다. 187

우리를 견딜 수 없게 하는 건 우리가 하는 일 자체가 아닐 때가 많다. 내가 들인 시간과 노력을 아무도 알아주지 못하는 것 같을 때 우리는 한없이 무너져 내렸으니까. 나는 여태 무엇을 위해 이토록 달려온 거지. 무슨 영화를 보겠다고 이토록 참고 견딘 거지. 내가 이런다고 누가 알아주지. 고단한 노동보다 우리를 더 괴롭히는 건 이런 질문이 아니었을까. 아무도 내가 애쓰고 있다는 걸, 노력하고 있다는 걸, 버겁다는 걸 모른다는 사실 때문에 견디기 힘든 게 아니었을까. 221

책을 많이 읽고 나면 강해졌다는 느낌이 들어요. 바쁘고 해서 책을 많이 못 읽는 시기에는 약간씩 사람이 희미해진달까, 뭔가 좋지 않아요. 나 자신이 좋은 상태가 아니라는 걸 스스로 느끼게 돼요. 책을 읽어야만 한다는 허기가 느껴져서 며칠 동안 몰아서 정신없이 읽을 때가 있어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다 충전됐다,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나 좀 강해졌어, 씩씩해졌어, 그런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개인적인 필요, 허기, 갈망 때문에 읽게 되는 것 같고요. 책을 읽지 않고 살아갈 때는 부스러질 것 같고, 몇 줄을 읽더라도 읽어야 부스러지지 않고, 부스러졌더라도 다시 모아지는, 그런 느낌이 있어요. 298(한강 작가가 강연에서 한 말)

인생 내내 고통과 더불어 살게 될지라도 찰나의 행복을, 환희의 순간을 인간을 포기할 수 없다. 인간에게 어떤 순간은 전부이고 영원이기 때문이다. 306

#북스타그램📚 #견디는시간을위한말들
#박애희 #수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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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더운 우리 집
공선옥 지음 / 한겨레출판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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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강추👍



나는 공선옥 작가님의 책을 왜 이제서야 처음 읽었을까. 박완서 작가님의 책을 읽었을 때와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 우리말, 글을 이렇게 자유자재로 정겹게 쓸 수 있는 작가가 또 있을까? 생각해보니 거의 몇 년동안 박완서, 공선옥 작가님과 비슷한 연배의 작가가 쓴 책을 읽어본 적이 없는 거 같다.



책 띠지에 “1부까지만 읽고서도 알 수 있었다. 누군가에게 이 책이 ‘인생의 책’이 되리라는 것을.”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 ‘누군가’가 바로 나다. 마지막 페이지를 넘길 때까지 젖은 솜처럼 책에 달라붙어서, 살짝만 눌러도 물이 흐르듯 울먹이는 마음으로 읽었다. 하재영 작가님의 <친애하는 나의 집에게>를 읽었을 때도 그랬는데, ‘집’ 얘기에 왜 자꾸 슬퍼지는 걸까? 집이 대체 뭐기에?



집에 대한 기억은 나이테처럼 그 사람의 인생에 새겨지는 거 같다. 참 여러 개의 집(혹은 방)에서 살아보았는데 신기하게 하나하나 다 생각이 나고, 그때의 내가 어떤 상태였는지도 같이 떠오른다. 워낙 이사를 많이 다니고, 집이라고 부를 수 없는 고시원, ‘방’에 많이 살아봐서 그런가, 결혼해서 제일 좋은 점은 집이 생겼다는 느낌, 이제 정착할 수 있겠다는 안도감 같은 거였다.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 집이 전세인 이상 주기적으로 전세금 상승과 월세로의 전환 압박에 시달리다 다시 떠돌게 될수도 있다는 걸 알고, 아니 직접 경험하고 좌절하기도 했었다.



집은 대체 뭔가. 인생이 애달파서인지 내가 살았던 모든 집이 애달프다.



작가님은,

“왠지 마음이 고적한 날이면, 어떤 그리움에 목이 메는 날이면 전라선을 탈 일이다. 그래서 하나도 특별할 것도 없고 하나도 별날 것 없는 곡성역이나 구례구역이나 괴목역에 내릴 일이다. 아무 목적도 없이 누구를 만날 일도 없이. 아무 일 없이 기차역으로 가서, 아무 일 없이 강물이 가까이 흐르는 기차역에 내리자. 그래서 강물이 헤적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다면, 그것은 아무 일 없는 사람만이 받을 수 있는 선물이리라.”(188쪽)이라고 했다.



이 책을 읽고나니 7~8년 전에 혼자 갔었던 구례구역에 다시 가고싶어졌다.



(발췌)

그런 내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선생님이 무슨 마음 때문이었는지는 몰라도 불쑥 책을 건네주었다. 그렇게 나는 내 생애 처음으로 진짜 ‘책’을 만났다. 아궁이에 불을 때기 전에 물부터 퍼내야 하는 참담한 시간에 책을 봤던 것이 그때는 내게 무슨 영향을 주는 일일지를 알지 못했다. 그러나 나는 이제 말할 수 있다. ‘아궁이 물을 푸며 책을 읽는다’는 것은 정말로 필요한 일이라는 것을. 40



자신의 의지로건, 시대의 완력에 떠밀려서건, 시골에서 도시로, 그리고 서울로의 이주 행렬은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떠나지 않고도, 제 난곳에서 살아도 만족스러운 삶을 세상이 결코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을 그러나 나는 그때 잘 알지 못했다. 48



적어도 집이란 게 그 정도는 돼야 하는 거 아닌가. 집값 오르는 거 봐서 후딱 팔아치우고 떠나기 좋을 만큼의 짐만 가지고 사는 ‘임시 숙소’로서의 집이 아닌, 벽에 가만히 등을 기대고 앉으면 두툼한 시간의 더께가 내 등을 든든히 받쳐주는 집. 그것이 ‘집’이 아닌가? 116



나의 어머니는 마흔여섯에 돌아가셨다. 어머니가 돌아가시자 집도 고향도 없어져버렸다. 내게 어머니 없는 집, 어머니 없는 고향, 어머니 없는 세상은 집도 고향도 세상도 아니었다. 이 세상 전부가 텅 빈 것 같았다. 어머니 없이 먹는 밥은 아무리 먹어도 배부르지 않았고 어머니 없는 세상에서 자는 잠은 아무리 자도 편한 잠이 아니었다. 그러니까 나의 이 허기짐은 어머니 돌아가시고 난 뒤부터 생긴 것일까. 딴은 그렇기도 한 것 같다. 왜냐하면 어머니 살아생전에 내가 먹은 밥은 언제나 그 출처가 명확한 것이었다. 쌀은 어머니가 직접 농사지은 쌀이고 김치는 어머니가 직접 씨 뿌리고 가꾼 배추와 무로 만든 것이고 콩자반도 그렇고 고사리나물도 어머니가 우리 산 밭 등성이에서 따 와서 데쳐서 우리 집 마당 귀퉁이에서 말린 것이다. … 어머니도, 아버지도, 안 계신 지금 나는 또 어디 가서 명실상부한 ‘내 인생의 밥 한끼’를 먹을 수 있을까. 그래서 내 이 세상의 바람 맞아 허기진 영혼을 채울 수 있을까. 197



#북스타그램📚 #춥고더운우리집 #공선옥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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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나는 이기고 싶어 - 과학으로 세상을 바꾸는 10대 소녀의 탐구 가이드
기탄잘리 라오 지음, 조영학 옮김 / 동아시아사이언스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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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탄잘리 라오.

미국의 주간지 <타임>이 최초로 선정한 '올해의 어린이'이자, '최고의 청소년 혁신가' 수상자. 11세의 나이에 식수에서 납 성분을 조기에 검출하는 장치를 개발해 미국의 젊은 과학자상, 환경보호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환경 문제뿐만 아니라 지구 온난화, 기아 문제, 사이버폭력 문제 등 이 혁신가의 연구대상에는 경계가 없다.



자료조사를 위해 하버드 대학 논문을 찾아 읽고, 전문가를 찾아나서고, 교수에게 이메일을 보내고...

초등학생 나이에 어떻게 이게 가능하지!!??



나이는 정말 숫자에 불과한 거라면

이건 개인 자질의 문제인가, 교육 환경(교육자를 포함)의 문제인가. 둘 다이겠지.



팩트체크 전국대회 준비하면서 4주째 애들이 헤매는 걸 보고, 수업시간에 전혀 진지하지 않고 무기력한 걸 보면서, 안 그래도 절망감이 느껴지는 와중에 이 책을 읽으려니.. 더욱 더 절망스럽다.



이 책에는 혁신 단계별 활동에 대한 안내와 작업일지 양식이 실려 있어서 제대로 활용하고자 했을 때 유용한 안내서 될 수 있을 거 같다. 나는... 써먹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갑자기, 이 모든 게 다 무슨 소용이 있나 싶은 날이다.



#북스타그램📚 #기탄잘리나는이기고싶어

#기탄잘리라오 #동아시아 #동아시아사이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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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이어 말한다 - 잃어버린 말을 되찾고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글쓰기, 말하기, 연대하기
이길보라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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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에 이어 두번째 읽는 이길보라 작가님의 책이다. 전작의 경우에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여정, 유학했던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이 책을 읽고 “한 번 해봐, 경험!”은 내 인생의 좌우명이 되었고, 나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의 전도사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작인 <당신을 이어 말한다>는 사회비평집인 만큼 남성과 비장애인에게 유리하도록 구조화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고, 각자가 자신의 권리에 대해 ‘발화’함으로써 불평등한 구조에 균열을 내자고 말하는 책이다.

어느 한 사람도 소외됨 없이 자신만이 느끼는 고유의 감정, 경험에 대해 말할 수 있고, 그 모두의 목소리가 동등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작가님은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타인을 상상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나’가 ‘너’가 되는 일은 불가능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고 타인의 위치에 서보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필요한 것이라고.

장애인을 대하는 사회 분위기, 제도 등에 있어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을 알 수 있어서 좋았는데, 장애인증을 제시하고 매순간 장애인을 입증해야 하는 대신 일본처럼 장애 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이 도입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역사 왜곡 문제로 인해 감정이 좋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배워야 할 점도 많은 것 같다.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다양한 목소리에 열심히 호응하고, 때로 목소리를 보태고, 옆에 나란히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단순히 영화를 기획해 제작하고 상영하고 개봉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나는 영화를 도구 삼아 농사회와 청사회를 잇기 위한 시도를 했다.”는 문장이 너무 와닿았는데, 이 얘기는 학생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 직업 자체를 목표로 삼지 말고, 삶의 질문을 품으라고. 자기 안에 있는 질문을 끄집어내보라고.


(발췌)
부모의 장애를 긍정하고, 수어와 농문화를 받아들이고, ‘장애극복’ 라벨을 떼고, 장애를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몇십 년의 경험을 필요로 했다. 장애해방 서적을, 장애해방 서사를 일찍 접했더라면 다른 사유와 고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좀 더 빨리 해방될 수 있지 않았을까? 25

<리슨>은 일본에서 극장 개봉을 하여 관객을 만났다. 하위 장르로 구분될 수 있는 이 영화가 극장 개봉을 할 수 있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영화를 만든 제작진, 영화를 배급하기로 결정한 배급사, 영화를 상영하기로 한 극장,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을 상상한다. 30

없던 길을 만드는 사람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무언가를 선언하는 사람들, 발화되지 않은 것을 발화하는 일, 선언하는 행위로서 말해지지 않은 것을 실재하게 하는 일. 누군가는 허공에 대고 외치는 것이라 폄하하겠지만 우리는 안다. 말을 하기 전과 하고 난 후는 분명히 다르다는 걸. 선언하고 호명하면 누군가가 말한다는 걸. 나도 그랬다고, 나 역시 그렇다고. 응답이 하나둘 모이면 물결이 되고 공동의 경험이 된다. 행진과 퍼레이드가 되어 강력한 힘을 지닌 메시지가 된다. 96

도움을 주지 말자, 권리를 주자. 183

지난 10년간 영화학과의 여학생이 50퍼센트를 꾸준히 넘었고, 여성 관객도 50퍼센트 이상이었음을 고려해볼 때 10퍼센트를 겨우 넘는 여성 감독 비율은 매우 문제적이다. 224

생각해보면 나의 작업에는 늘 질문이 존재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라는 영화를 만들자’가 목표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농인의 세상과 청인의 세상을 이을 수 있을까?’ ‘청인에게 어떻게 반짝이는 세상을 소개하고 반짝이는 박수 소리로 환영하고 환대할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이 기획의도이자 연구 질문이었다. 단순히 영화를 기획해 제작하고 상영하고 개봉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나는 영화를 도구 삼아 농사회와 청사회를 잇기 위한 시도를 했다. 245

우리 모두는 각자의 질문과 그에 따른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경험하고 도전하고 모험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여러 차례의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회가 아닐까? 한국 사회는 사회 구성원이 생애주기에 따라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있을까? 결과만을 강조하는 시장 경쟁의 가치에 입각해 ‘성공’만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 특정한 가치만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닐까? 250

#당신을이어말한다 #이길보라 #동아시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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