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을 이어 말한다 - 잃어버린 말을 되찾고 새로운 물결을 만드는 글쓰기, 말하기, 연대하기
이길보라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5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에 이어 두번째 읽는 이길보라 작가님의 책이다. 전작의 경우에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 여정, 유학했던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인상이 강하게 남아 있다. 이 책을 읽고 “한 번 해봐, 경험!”은 내 인생의 좌우명이 되었고, 나는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의 전도사가 되었다.

그리고 최근작인 <당신을 이어 말한다>는 사회비평집인 만큼 남성과 비장애인에게 유리하도록 구조화된 한국 사회의 단면을 드러내고, 각자가 자신의 권리에 대해 ‘발화’함으로써 불평등한 구조에 균열을 내자고 말하는 책이다.

어느 한 사람도 소외됨 없이 자신만이 느끼는 고유의 감정, 경험에 대해 말할 수 있고, 그 모두의 목소리가 동등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사회가 되어야 하지 않을까. 작가님은 그러기 위해 우리에게 ‘타인을 상상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이야기 한다. ‘나’가 ‘너’가 되는 일은 불가능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타인의 입장이 되어보고 타인의 위치에 서보려는 노력이 끊임없이 필요한 것이라고.

장애인을 대하는 사회 분위기, 제도 등에 있어 한국과 일본의 차이점을 알 수 있어서 좋았는데, 장애인증을 제시하고 매순간 장애인을 입증해야 하는 대신 일본처럼 장애 수당을 지급하는 정책이 도입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역사 왜곡 문제로 인해 감정이 좋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배워야 할 점도 많은 것 같다.

정당한 권리를 주장하는 다양한 목소리에 열심히 호응하고, 때로 목소리를 보태고, 옆에 나란히 설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다짐해본다. 그리고 “단순히 영화를 기획해 제작하고 상영하고 개봉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나는 영화를 도구 삼아 농사회와 청사회를 잇기 위한 시도를 했다.”는 문장이 너무 와닿았는데, 이 얘기는 학생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다. 직업 자체를 목표로 삼지 말고, 삶의 질문을 품으라고. 자기 안에 있는 질문을 끄집어내보라고.


(발췌)
부모의 장애를 긍정하고, 수어와 농문화를 받아들이고, ‘장애극복’ 라벨을 떼고, 장애를 해방시켜야 한다고 말하기까지 몇십 년의 경험을 필요로 했다. 장애해방 서적을, 장애해방 서사를 일찍 접했더라면 다른 사유와 고민을 할 수 있지 않았을까? 좀 더 빨리 해방될 수 있지 않았을까? 25

<리슨>은 일본에서 극장 개봉을 하여 관객을 만났다. 하위 장르로 구분될 수 있는 이 영화가 극장 개봉을 할 수 있는 사회는 어떤 사회일까? 영화를 만든 제작진, 영화를 배급하기로 결정한 배급사, 영화를 상영하기로 한 극장, 영화를 보러 온 관객을 상상한다. 30

없던 길을 만드는 사람들,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무언가를 선언하는 사람들, 발화되지 않은 것을 발화하는 일, 선언하는 행위로서 말해지지 않은 것을 실재하게 하는 일. 누군가는 허공에 대고 외치는 것이라 폄하하겠지만 우리는 안다. 말을 하기 전과 하고 난 후는 분명히 다르다는 걸. 선언하고 호명하면 누군가가 말한다는 걸. 나도 그랬다고, 나 역시 그렇다고. 응답이 하나둘 모이면 물결이 되고 공동의 경험이 된다. 행진과 퍼레이드가 되어 강력한 힘을 지닌 메시지가 된다. 96

도움을 주지 말자, 권리를 주자. 183

지난 10년간 영화학과의 여학생이 50퍼센트를 꾸준히 넘었고, 여성 관객도 50퍼센트 이상이었음을 고려해볼 때 10퍼센트를 겨우 넘는 여성 감독 비율은 매우 문제적이다. 224

생각해보면 나의 작업에는 늘 질문이 존재했다. ‘<반짝이는 박수 소리>라는 영화를 만들자’가 목표가 아니었다. ‘어떻게 하면 농인의 세상과 청인의 세상을 이을 수 있을까?’ ‘청인에게 어떻게 반짝이는 세상을 소개하고 반짝이는 박수 소리로 환영하고 환대할 수 있을까?’ 이러한 생각이 기획의도이자 연구 질문이었다. 단순히 영화를 기획해 제작하고 상영하고 개봉하는 것이 목표가 아니었다. 나는 영화를 도구 삼아 농사회와 청사회를 잇기 위한 시도를 했다. 245

우리 모두는 각자의 질문과 그에 따른 답을 찾기 위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경험하고 도전하고 모험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건 여러 차례의 시도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지하고 응원해주는 사회가 아닐까? 한국 사회는 사회 구성원이 생애주기에 따라 시도와 도전을 할 수 있도록 지지하고 있을까? 결과만을 강조하는 시장 경쟁의 가치에 입각해 ‘성공’만을 강요하고 있는 건 아닐까? 특정한 가치만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요구하고 있는 건 아닐까? 250

#당신을이어말한다 #이길보라 #동아시아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