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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이 필요한 시간 - 다시 시작하려는 이에게, 끝내 내 편이 되어주는 이야기들
정여울 지음, 이승원 사진 / 한겨레출판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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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이 잘 안 팔린다고 하는데, 그 중에서도 특히 안 팔리는 책이 ‘책에 관한 책’이라는 얘기를 어디선가 들었다. 그치만 나는 책에 관한 책이 가장 좋더라. 책을 만드는 이야기든, 서평집이든 가리지 않고. 그래서 제목에 ‘책’이 들어가거나 저자가 출판업이나 서점업계 종사자인 경우 읽고 있던 책도 미뤄두고 보는 편이다. 요즘은 운동하면서 팟캐스트 #YG와JYP의책걸상 #알릴레오북스 를 듣거나 유튜브 #민음사TV 채널을 보는 재미에 푹 빠졌다. 또 #서울리뷰오브북스 라는 서평매거진과 과학리뷰매거진 #season 을 구독하는데, season은 구독자가 적어서 얼마전에 발행이 중단됐다. 서리북은 제발 오래 살아남길ㅠㅠ  

이 책은 문학에 대한 사랑과 열정이 가득 담긴 정여울 작가님의 산문집이다. 이 책에서,

“나아가 나는 내 인생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의 고통을 대비하는 심정으로 문학작품을 읽는다.”(197) 라는 문장에 오래 머물렀다. 나도 이런 마음으로 읽게 되는 책들이 있고, 또 주로 이런책을 찾아 읽으려고 하지 않았나 돌아보게 됐다. 읽는 동안 내가 아직은 괜찮은 상태라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고, 더 나아갈 수 있겠다는 용기를 주는 책. 독서를 통해 타인의 고통속에 잠시나마 머물러봄으로써, 인생에서 가장 절망적이고 힘든 순간은 아직 오지 않았지만, 그런 순간이 닥쳐도 삶의 빛을 찾아 뚜벅뚜벅 걸어나갈 수 있으리라는 힘을 얻는다.

또 하나, 이 책을 읽고 내가 아직까지 <호밀밭의 파수꾼>을 읽지 않았다는 걸 알게 됐다. <데미안>만큼이나 진짜 너무 유명해서 읽었다고 착각한 책 중 하나였던 거다😲 어느 책장에나 노리끼리한 세월의 흔적을 뽐내며 꽂혀 있을 거 같은 책. <호밀밭의 파수꾼>부터 꼭 읽어봐야지.

(발췌)
나는 문학을 통해 내 안의 잃어버린 가능성과 만난다. 어쩌면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나 자신의 일부를 만나도, 100년을 살아도 분명 경험으로는 알아내지 못할 삶의 또 다른 진실을 섬광처럼 깨닫는다. 19

문학은 우리가 오래전에 잃어버린 것들을 바로 지금 여기로 끊임없이 생생하게 불러오는 힘이 있다. 그것이 우리가 제주 43을, 1980년 광주를, 세월호를 문학의 거울을 통해 끊임없이 되새겨야 하는 이유다. 우리가 그날의 아픔을 또렷이 기억하는 한 책임자들은 영원히 그 죄책감으로부터 도망치지 못할 것이며, 떠난 이들은 영원히 우리 가슴속에 살아있을 것이다. 문학은 잃어버린 시간을 끝내 보듬고 부등켜안고자 하는 그 모든 상처 입은 자들의 마지막 보루다. 문학은 우리를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그 시간 속으로 초대하여 이야기의 반딧불로, 은유와 상징의 횃불로 우리의 상처 입은 마음을 치유한다. 30

이것은 홀든의 꿈이지만 문학의 영원한 이상이기도 하다. 절벽에서 떨어질 위기에 처한 누군가를 아무 말 없이 꼭 붙들어 주는 것. 그곳이 절벽인지 모른 채 앞만 보고 마구 달려가는 사람들을 절벽 아래로 떨어지지 않게 붙잡아 주는 것. 문학은 항상 변함없이 그 자리에서 비틀거리는 우리는 붙잡아 주는 호밀밭의 파수꾼이다. 75

사실 우리가 걸작이라고 믿는 수많은 작품이 이런 문제를 품고 있다. 자신이 누구의 희생을 짓밝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승리를 구가하는 주인공들이 존재하는 것이다. <제인 에어>가 영국 본토 출신 여성의 주체적 성장을 위해 식민지 출신 여성의 희생을 자신도 모르게 방조하고 있다면, 로빈슨 크루소의 성공은 철저한 제국주의 입장에서 문명화된 주체의 시선으로 무인도 원주민을 야만인으로 전락시키고 있는 셈이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문학작품들 사이에는 시대를 뛰어넘는 가상의 대화가 가능하다. 샬럿 브론테의 <제인 에어>가 보살피지 못한 식민지 여성의 상처는 진 리스의 <광막한 사르가소 바다>가 보듬어주고, <로빈슨 크루소>가 돌보지 못한 원주민 프라이데이의 진심은 미셸 투르니에의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이 속삭여 주는 것이 아닐까. 원작에 영감을 받아 탄생한 이런 작품들은 단순히 패러디나 리메이크가 아니라 완전히 독립된 작품으로서 더 큰 의미를 발휘한다. 178

#북스타그램📚 #문학이필요한시간 #정여울
#한겨레출판 #하니포터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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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당을 만나러 갑니다 - 함께 우는 존재 여섯 빛깔 무당 이야기
홍칼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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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지는 주문 같은 이름이에요. 살아가면서 크게 두 가지 상황을 자주 맞닥뜨리는데, 하나는 제가 너무 커 보일 때예요. 밖에서 벌어지는 일보다 자신에게 과도하게 집중하는 순간, 불안과 우울이 찾아와요. 그럴 때 스스로에게 넌 그래봤자 먼지야, 라고 이야기해주고 싶어서 이 이름을 사용해요. 

다른 하나는 제가 너무 작아 보일 때예요. 자신이 너무 초라하게 느껴져도 이름 덕분에 모두가 어차피 다 먼지야, 라고 생각할 수 있어요. 자기 의심이 많아지는 순간에 주문처럼 외우는 이름이에요. 56


무속신앙의 전형적인 해석(여자 팔자 혹은 남자 팔자)이나 기독교의 가르침은 굉장히 여성 혐오적이고 퀴어 배제적인 언어로 가득해요. 어떻게 이런 언어로 차별받는 소수자에게 다른 세계를 안내해줄 수 있겠어요. 기존의 언어를 계속 벗기고 때를 씻으려면 우리 스스로 공부해야 해요. 그렇지 않으면 절대 그 통로를 마련할 수 없어요. 그래서 끝없는 공부가 필요한 직업 옷이 오히려 종교인이 아닌가 생각해요. 68


어쨌든 지금 당장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털어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해결 방안을 같이 고민하고 기도해주는 사람이 있는 것만으로 힘을 보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저에게 무당이란 일종의 활동가이기도 해요. 굳이 다른 점을 꼽으라면, 무당은 타인의 말을 들어주는 입장에 더 가까운 것 같아요. 생각하면 할수록 닮은 점이 더 많아요. 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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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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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차 직장인 PD가 쓴 일에 관한 에세이. 예능을 그렇게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사실 요즘 주말 빼고는 TV 자체를 거의 안 봄) 예능 한 편이 방송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그 과정에서 PD가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알게 됐다. 저자는 ‘분투’, ‘주먹구구’ 등의 표현을 사용했지만, 조금 다르게 말하면, 그냥 한 편의 방송은 어느 PD가 영혼과 육체를 갈아넣어 만든 결과물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다시 표지를 훑어보면서 왜 제목이 ‘직면하는 마음’일까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작가 소개부분을 봤더니 2012년에 예능 PD로 입사했다고. 이 책에는 PD라는 직업에 대한 저자만의 관점과 철학, 좋아하는 일을 오래, 즐기면서 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직업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자신의 일을 직면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정말 믿기 힘들게도 어느덧 13년? 14년 차 교사인데,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힘이 있을까? 대답은 당연히 노. 나는 교사로서 왜 나름의 철학도, 원칙도, 하물며 사소한 노하우도, 비판 의식도, 안목도 없을까 생각했다. 직면하는 마음이 부족했던 건가.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목표나 목적 없이 단순히 열심히만 했던 게 문제인가? 책은 가볍게, 재미있게 읽었는데, 리뷰 쓰다보니 갑자기 심각해짐… 

아. 산책가야겠다. 

(발췌)
PD가 아니더라도 우선순위를 알고 타협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인생에서 아무것도 타협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갖출 수 있는 순간은 드물다는 말조차 후하니까. 우리는 늘 무언가를 선택하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 끊임없이 타협을 거치며 살아가야 한다. 사소한 것 하나도 타협하지 않는 거장은 마스터피스를 남기지만, 사소한 것 하나도 타협하지 않는 PD가 만나게 될 것은 방송사고다. 삶이 거장의 예술이면 좋으련만, 실제로는 완성도를 기다려주지 않고 시시각각 다가오는 방송시간에 더 가깝다. 삶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간이 되면 어떻게든 나가게 되어 있는 방송처럼. 61

나 역시 처음으로 마지막 장까지 연습장을 꽈 채워 만화를 그렸던 순간 말로 할 수 없는 고양감을 느꼈다. 그 순간이 평생 이어진 창작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비록 연습장 속 수많은 장면들은 대체로 엉망이었찌만, 그대로 가고자 했던 장면이 이르기 위해 지난한 과정들을 부대껴 본 사람은 이제 가능성에만 머무르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낸 책은 표지만 보고 상상한 것보다 반드시 더 가치 있는 경험을 선물한다. 자기 두 발로 직접 디뎌본 길은 이제 지도만 봐도 어떤 장면들을 만날지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으니까. 108

비루하고 궁색하더라도 결과물이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어떻게 든 한 번 완성해보면 두 번째는 약간 더 할 만하다. 그때 더 괜찮은 걸 만들면 되지. 그렇게 지금 손에 쥔 것들만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 그래서 뭐라도 남기며 전진하는 것. 그게 이 일이 나에게 알려준 가장 중요한 태도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체가 있다면 디디고 나아갈 수 있다. 116

꾸준하면 는다. 재능이 있든 없든, 변화가 느껴지든 아니든, 그냥 때 되면 하고 하기 싫을 때도 하고 성취감이 없어도 그냥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훌쩍 나아가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꾸준함에는 생각이 필요 없다. 160

변수로 가득 찬 세계. 그 어떤 것도 상수가 아닌 세계다. 대중 콘텐츠의 제작만 그러하겠는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직업인들의 세계란 다들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변수로만 이루어진 수학 문제에는 답이 없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면, 물음표로만 채워진 삶은 너무 막막하지 않나. 그게 꼭 정답은 아닐지언정 그래도 기댈 수 있는 답안 몇가지는 있어야 숨통이 트인다. 변수로 가득 찬 세계를 계속 헤쳐 나가려면 발 디딜 수 있는 단순한 상수 몇 개 정도는 쟁여두자. 고민 없이 먹는 방울토마도, 생각 없이 꾸준할 뿐인 필라테스 같은 것들. 인생에는 상수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 161

#북스타그램📚 #직면하는마음 #권성민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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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중독을 사랑해 - 환상적 욕망과 가난한 현실 사이 달콤한 선택지
도우리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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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표지에 실린 추천사 읽고 엄청 기대했었는데, 읽는 내내 너무 어려웠다.

갓생, 리추얼, 배민맛, 오늘의집, 랜선 사수, 당그너블, 데이트앱 등 모르는 유행어와 잘 이용하지 않는 어플에 대한 이야기가 줄줄줄. 최신의 유행어와 어플, 인터넷 플랫폼이 반영하고 있는 사회상과 그속에 담긴 자본주의적 욕망에 관해 이야기하는 책인데, 왠지 잘 안 읽혔다. 에필로그에서 저자가 ‘집필 초기에 유행어나 밈을 최대한 자제하고 보편에 가깝게 쓰려 했다’고 했는데, 나는 그 보편에 안 들어가나보다. 이토록 세상물정을 모르고 살고 있었다니ㅠ (웃음 포인트와 감탄 포인트를 모두 놓침ㅠㅠ)

짧은 분량의 책에 너무 많은 이야기를 담은 것이 아닐까, 아쉬움이 남는 책. 그런데 발췌한 부분을 다시 읽어보니, 좋은 문장이 엄청 많았네? ‘나처럼 변화에 뒤처진 사람들에겐 다소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과 통찰이 곳곳에 담긴 좋은 책’이라고 수정해야겠다.  

(발췌)

이런 만성적 번아웃의 시대에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만으로도 미라클이고, 매일매일 루틴을 지키는 건 신의 경지가 될 수밖에 없다. 통근하느라 길바닥에 시간과 체력을 버리거나, 가사 노동과 육아 혹은 간병을 병행해야 하거나, ‘건강’한 몸이 아니라면 더더욱 노동 로봇으로 변신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런 삶은 너무 비인간적이라는 점에서도 갓생이라고 불리는 걸지도 모른다. 37

갓생을 둘러싼 콘텐츠의 면면이 삶의 방식이라기보다 마케팅 산업에 더 가깝다는 것은 주변을 둘러보면 쉽게 알 수 있다. 38

과장 좀 보태, 배민맛은 나라가 허락한 유일한 마약일지도 모른다. 배민맛, 불닭앤카스맛, 스벅맛, 마늘주사맛, 편의점맛, 레토르트맛이 없었다면 도시 노동자로 생존할 수나 있었을까? 48

누가 가계 필수 지출 척도에서 엘겔지수 말고도 ‘배민맛 지수’를 산정해주면 좋겠다. 가계 지출 중 배달 음식에 소비한 비율 말이다. 분명 노동 시간과 고독 지수와 양의 상관 관계에 있을 것이다. 50

오늘의집은 끊임없이 오늘의 집을 어제의 집으로 밀어내고, 유저들은 다시 내일, 모레, 글피의 집이 되기 위해 열중하고 있다. 78

이 인테리어 민주주의가 내세우는 평등이란 몰취향에 가깝지 않을까? 쥔 예산만큼 갖출 수 있는 디자인은 정해져 있으니까. 83

우리 대부분은 아무리 배워도 날로 가속되는 기술 발전에 따라 일못러가 되고, 언젠가 모두 대체 가능해진다. 랜선 사수는 그런 시대의 과도기 혹은 우리의 불안감을 채우기 위한 임시 땜질이다. 대신 주목해야 할 건 일잘러 담론에서 쏙 빠져 있는, 돌봄노동일 테다. 자본주의든 테크노 봉건제도든 선사시대든 인류가 살아가는 데 항상 대체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곧잘 평가절하되어온 노동 말이다. 104

#북스타그램📚 #우리는중독을사랑해 #도우리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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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생존자입니다 - 삶을 가두는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31가지 연습
허심양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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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가두는 트라우마에서 자유로워지기 위한 31가지 연습’이라는 부제가 달린 책이다. 나에게도 트라우마라고 할만한 경험이 있었나, 계속 반추하면서 읽었다. 아주 깊은 곳에 묻어두었던 오랜 기억들까지 떠올리게 만드는 문장들이 많아서 그런 곳에선 오래 머물며 곱씹어보기도 했다. 그랬더니 지금까지 트라우마라고 인식하고 있진 않았지만, 이제보니 트라우마일 수도 있겠구나 싶은 경험들도 있고, 동거인 생각도 많이 하게 됐다. 

이 책에서 만난 반가운 표현, ‘마음챙김’(mindfulness). 과거나 미래에 가 있던 마음을 현재로 가져오는 것. 

요가 원장님이 많이 쓰셨던 표현이다. 6~7년 전 요가 처음 시작하면서 ‘마음챙김’이란 말을 들었을 땐, 요가 할때 원래 쓰는 표현인가보다, 원장님이 좋아하는 말인가보다 했었다. 마음이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닌데 뭘 어떻게 하라는 건가 싶었는데, 요가를 몇년 하다보니 ‘마음챙김’이란 것을 말로는 잘 설명하지 못하지만, 몸으로 조금은 체득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요가를 하고 나면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가벼워져서 계속 가게 되는데, 그게 알게 모르게 체득한 마음챙김의 효과 때문이 아닐까 생각하는 거다. 

살아보니 나이 들수록, 타인 때문에 아니라 나 자신 때문에 힘들고 괴로울 때가 많다. 그때마다 ‘마음챙김’을 생각해야지. 그리고 책에 실린 라인홀드 니부어의 시 ‘평온의 기도’도 너무 좋다. 나에게 필요한 기도인 것 같다.   


평온의 기도(라인홀드 니부어)

하나님, 
제가 바꿀 수 없는 것들을
받아들일 수 있는 평온함을 주시고, 

제가 바꿀 수 있는 것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용기를 주시며, 

그리고 그 둘을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내려주소서. 

<발췌>

불을 켜고 끄는 온오프 스위치가 아니라 동그란 버튼을 돌려가며 조도를 조절하는 스위치를 떠올려보세요. 수용과 변화의 극단이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조도를 찾는 것, 조금 더 밝게 혹은 조금 더 어둡게 조절하는 것이 바로 균형으로 나아가는 방법입니다. … 많은 사람이 바꿀 수 없는 과거의 기억과 싸우느라 현재를 저당 잡히고 있습니다. 과거에 발생한 일이지만 기억을 통해 영화처럼 반복 재생되는 게 트라우마니까요. 그러나 어쩔 수 없다는 마음으로 체념하거나 포기하지 않고, 현재로 돌아와 변화시킬 수 있는 것부터 시작하며 원하는 삶의 모습을 찾아갈 수 있습니다. 제한된 삶, 접힌 신문지를 조금씩 펴가면서 삶을 확장하는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58

‘벙커’는 적의 사격이나 관측으로부터 아군을 보호하기 위해 땅을 파서 만든 구덩이를 의미합니다. 적의 공격이 너무 강해서 생명에 위협이 있거나 내가 가진 총알이 다 떨어져 가거나 몸을 다쳐서 고통스럽다면 계속 전장에 남아 있지 않고 벙커로 피신하는 것도 전략입니다. 81

회피하는 상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잠깐 물러나는 걸 ‘선택’하고 충분한 힘을 회복한 후에 다시 나아가는 그 순간을, 자신이 가장 잘 알 수 있습니다. 모든 문제를 당장 해결하려고 하거나 맞서 싸워야 한다는 생각에서 벗어나는 게 우리를 회복시키는 좋은 방법입니다. 86

몸과 마음은 연결되어 있습니다. 식사 챙기기, 충분히 자기, 몸 움직이기, 병원 가기, 이렇게 몸을 탄탄하게 만드는 방법을 연습하면 마음도 함께 탄탄해집니다. 너무 당연하고 뻔한 기술이지만 정말 중요한 기술입니다. 117

감정조절기술이라는 말을 들으면 내 감정이 잘못되어서 조절해야 한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감정은 옳고 그름이 없습니다. 내 감정이 잘못되었기 때문에 조절해야 하는 건 더더욱 아닙니다. 다만, 감정의 강도가 세고 빈도가 잦아지면 원치 않는 행동을 하게 되고, 감정이 나를 더 괴롭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136

트라우마 치유를 하며 ‘지금, 여기’라는 시공간 안에서 안전한다는 느낌, 즉 삶이 어느 정도 안정되었다는 느낌이 들면 과거와 마주할 단계에 도래했다는 뜻입니다. 트라우마 회복의 두번째 단계는 과거와 천천히 마주하며 트라우마 기억을 ‘처리’하고, 삶의 경험 일부로 ‘통합’하는 과정입니다. 즉, 갈기갈기 찢겨 흩뿌려져 있는 기억의 조각을 모아서 삶의 일부로 통합하는 과정이 과거와 마주하는 단계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입니다. 173

#북스타그램📚 #우리는모두생존자입니다 #허심양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5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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