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 - 호기심에서 시작된 ‘진짜’ 역사를 찾아서
유성운 지음 / 드루 / 2025년 5월
평점 :
해냄에듀의 서평 이벤트에 신청했다가 선정돼서 받은 책이다. 사실 저자, 쪽수, 출판사, 목차 하나도 안 보고 오로지 제목에만 끌려서 신청했다. 생태환경사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동물사에 관심을 갖게 됐고, 특히 호랑이 같은 경우는 역사적으로 풀어낼 수 있는 이야기를 많이 품고 있어서 언젠가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갖고 있었다.
이 책의 제목을 본 순간, 올 것이 왔구나 하는 반가운 마음에 냉큼 신청했다. 막상 책을 받고 나서 "호랑이는 어디로 갔을까?"가 책에 담긴 33개의 짧은 이야기 중 하나라는 사실을 알고 살짝 실망하기도 했는데, 읽다 보니 소소하게 재밌고, 쏠쏠하게 유익한 내용들이 많았다. 저자 소개에 '한국사와 기후환경을 공부해 역사와 기후, 문화를 엮어서 무언가 쓰는 것을 좋아한다'고 되어있고, 실제로 세계사, 한국사를 골고루 다루면서 기후환경과 엮어서 풀어낸 이야기들이 많았다.
책을 읽으면서 문득, 예전에도 기후환경사적 문제의식이 반영된 책들이 많았는데 내가 몰랐던 건가(생태환경사 공부하기 전까지 이렇게 역사책을 열심히 읽었던 적이 없으니까;;;), 아님 최근에 이런류의 책들이 많아지고 있는 건가, 하는 궁금증이 생기기고 했다.
암튼 수업 아이디어와 연결되거나 더 공부하고 싶어진 주제, 인상적인 내용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1. 호랑이는 다 어디로 갔을까
단군신화 이후에 인간이 되지 못한 '호랑이'가 어떻게 됐는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음. 그런데 정작 한국인들에게 곰보다는 호랑이가 더 친숙한 동물이 됐음.
17세기 소빙기, 개간과 벌목으로 호랑이 서식지 축소. 한강 이남에서 호랑이가 살 수 있는 공간이 거의 사라졌음.
‘천덕꾸러기’였던 호랑이가 나라에서 보호하고 민족을 상징하는 동물로 대우받게 된 계기는 일제강점기를 거쳐 민족의식이 강화되고, ‘자연 보전’에 대한 개념이 심어진 근대 이후의 일.
호랑이를 중심으로 신화부터 생태환경(소빙기, 벌목), 농업(개간), 식민지 역사를 풀어내면 재밌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전에 읽었던 김주혜 작가의 <작은 땅의 야수들>도 이 주제과 굉장히 밀착되어 있는 책!
2. 흥부는 어떻게 9명의 자식을 먹여 살렸을까
소빙기 시기의 인구 감소를 족보 연구를 토대로 분석한 점이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시간될 때 글에 소개된 김두얼 선생님의 논문을 읽어봐야겠다. 이 시기 한양을 중심으로 구휼 정책이 펼쳐지기도 했고, 대동법 시행 이후 마포 일대를 비롯한 한강 상류에 임노동업이 발달하다 보니 이 부근에 사람들이 많이 모였다. 그래서 결론은 흥부 부부도 각종 임시 노동직을 전전하며 자식 9명을 먹여 살렸다는 이야기.
3. 의자왕은 정말 호남 사투리를 썼을까
<황산벌>에서 백제 의자왕과 계백이 호남 사투리를 쓰는데, 지배층이 부여계통이기 때문에 이북 사투리를 썼을 가능성이 높았을 거라는 이야기가 엄청 재밌었음. 그러고보니, 이북 사투리를 쓰지 않았으면 적어도 충청도 사투리를 쓰는 게 개연성이 높아보임.
4. 모피를 둘러싼 여진족과 조선의 갈등
모피는 고조선, 고구려부터 조선 시대에 이르기까지 주요 수출품이었음. 조선은 협조적이었던 '성저여진'에게 무리하게 모피를 징수하거나, 소나 농기구, 식량을 주고 모피를 얻기도 하였음. 이것이 조선의 군사력 약화를 가져오고 반대로 여진족의 철제 무기화를 가져와 호란을 자극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
5. 병자호란보다 무서웠던 우역
17세기 조선을 공황 상태로 몰아넣었던 1637년의 우역은 병자호란 전후라는 점에서 후금 군사들에 의해 확산됐다는 것이 학계의 견해.
조선은 제주도와 대마도를 통해 소를 보급하려고 했으나 머지않아 두 곳에도 우역이 퍼지면서 계획이 틀어졌음. 결국 몽골에 눈을 돌림. 최명길이 청나라에 파견되는 사은사로 가서 청의 허락을 받아 오자 조선은 곧 몽골로 소 매매 교섭단을 보냈음. 성익을 대표로 하는 사절단이 1638년 2월 11일 떠나 5월 24일 한양에 당도했는데, 기대치보다 두 배 많은 소 185마리를 가져왔음. 완전 처음 접한 얘기라 너무 재밌었고, 이 글에 덧붙인 저자의 설명도 인상적이었음.
6. <모비딕>의 포경업은 왜 쇠퇴했을까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파트. 일단 조만간 <모비딕>을 빨리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매우 추상적이긴 하지만 재밌을 것 같은 수업 아이디어도 떠올랐다.
#북스타그램📚 @hnedu_history
#호랑이는어디로갔을까
#긴글은블로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