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의 문법 (2023년 세종도서 교양부문) - 부유한 나라의 가난한 정부, 가난한 국민
김용익.이창곤.김태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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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정말 재밌게 읽고 있는 책이다.
딱딱하고 어려울줄 알았는데, 논지가 선명하고 설명이 친절해서 잘 읽혔다. '복지정책'이라는 렌즈로 한국 현대사를 스캔하는 측면도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경제정책의 관점에서 사회정책에 접근하려는 잘못된 문법을 지금이라도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책.

(발췌)
경제정책 중심의 국가 운영은 아직도 정부 곳곳에서 강하게 작동하고 있다. 이것은 나라는 부유해졌어도 국민은 여전히 가난한 현실과 깊은 상관관계가 있다. 7

현재 한국의 정부 역할, 국가 역할의 모델은 기본적으로 박정희 시대에 설정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역할 모형이 지금까지도 대부분이 살아서 움직이고 있다. … 경제 우선의 원칙은 박정희 정부의 정부 조직과 활동에도 잘 나타났다. 보건과 복지는 최소한으로, 교육은 어용으로, 노동은 탄압으로, 환경오염은 은폐로 일관했다. … ‘사회정책은 부차적이며, 경제정책의 보완적 위치에 있어야 한다’, ‘사회정책의 시행에서 공급 역할은 민간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은 이 시기에 구조화되고 고착화된 것이다. 그때 설정된 국가 모형의 정부 역할은 그 후에도 상당 부분이 경로의존적인 성격을 가지면서 계속되었다. (52~56)

민주주의를 위해 투쟁한 세력은 정치적 민주화를 위한 저항은 할 수 있었으나 새로운 국가의 그림을 그릴 능력은 없었다. 시민적 민주주의는 진전을 보았으나 복지국가로의 전환을 위한 이념적, 정책적 준비를 갖춘 근대 정당은 존재하지 않았다. 민주화로 군사독재의 권력은 축소되었지만 이를 대체할 현대적 정당은 존재하지 않았다는 사실, 누구도 의식하지 않았지만 그것이 가장 안타까운 ‘일어나지 않은 일’이다. 64

고속도로 수천km를 까는 토목은 국가의 역할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공공병원 같은 사회서비스 인프라를 구축하는 것은 국가의 역할이 아니라고 본다. 복지정책은 국가에 돈이 없기 때문에 추진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재정이나 비용 문제가 아니다. 국가의 역할을 어떻게 설정할 것이냐의 문제다. 98

대중소기업 간에 이윤율 차이가 없고, 정규직과 비정규직이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 의해 시간당 임금을 동일하게 적용받는 시장 구조라면 시장소득은 훨씬 더 형평성 있게 분배가 가능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의 시장소득분포는 이러한 형평성에서 너무 멀다. 이것이 문제다. 116

복지정책은 경제의 바탕을 만들어주는 가장 기본적인 경제정책이 될 수 있다. 복지정책이야말로 인적 자본을 축적하는 정책이고,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는 정책이다. 현대사회에서 복지정책의 경제정책적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는 정부는 국가 운영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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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미래를 꿈꾸는 이주민입니다 - 더 나은 ‘함께’로 나아가는 한국 사회 이주민 24명의 이야기
이란주 지음, 순심(이나경) 그림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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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살고 있는 이주민 24명의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책을 읽으니 이주민들이 겪는 어려움 하나 하나가 모두 개별적이고, 구체적인 실체로 인식되었다. 1980년대 부터 이주민의 수가 점점 많아지고 있는데, 우리사회는 여전히 이주민에 대한 납작하고 두리뭉실한 이해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닌가, 깊이 들여다보려는 노력을 너무 게을리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멈춰서 생각하게 만드는 책이었다.

농축어업 분야는 근로기준법 적용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도 충격이었고, 고용허가제에서 이주노동자의 사업장 이동을 제한하는 것이 헌법에 위배된다는 두 차례의 위헌소송에 대해 2021년에 헌법 재판소가 내린 결정도 정말 손발이 오그라들 정도로 충격이었다.

또 책에 출입국관리소를 비롯한 몇개 공공기관과 지자체 이야기가 나오는데, 진짜 어떤 한국인들은 이주노동자에게 너무 너무 무례해서 읽으며 화가 났다. 이주민을 상대하는 공공기관의 사람들에게 이렇게 최소한의 인권의식이 없어도 되는 건가? 진짜 심각한 문제인 거 같고 창피하다.

헌법재판소가 어떤 기가막힌 궤변을 늘어놓았는지도 여러사람과 함께 보고싶다.

(발췌)
헌법재판소는 재판관 7대 2의 의견으로 청구를 기각했어요. 재판관 일곱 명은 고용허가제의 취지가 ‘사용자가 안정적으로 인력을 확보하도록 돕고 내국인의 고용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그 근간이 흔들릴 만큼 이주노동자의 권리를 인정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합니다. 외국인의 직장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는 것이 사용자가 안정적으로 인력을 확보하도록 돕기 위한 것이므로 정당하고, 또 더 나은 근무 환경과 임금이 있는 직장에 외국인이 접근하지 못하게 하여 내국인의 고용을 보호하는 것이므로 외국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죠. 내국인의 이익을 위해 외국인은 희생시켜도 된다는 인식이 깊이 깔려 있는 판결입니다. 이 판결에서 두 명의 재판관은, 고용허가제가 명백히 불합리하고 노동자의 직장 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반대 의견을 냈어요. 이주노동자를 차별해서 이익을 얻으려는 대한민국, 정말 정당한가요? 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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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트 러닝
이지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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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하룻밤은 아주 짧지만 어떤 하룻밤은 모든 것을 바꿔놓기도 한다. 나는 그 어떤 밤, 끝도 없이 달리며 생의 내력에 대해 생각했다. 나와 드리와 드리의 몸에 번진 무늬처럼 새겨진 것들. 잔느의 팔과 여자의 사진, 그리고 시의 발명 혹은 발견 같은 것들에 대해서 말이다." 33

작가의 첫 소설집이라는데, 단편 하나하나가 강렬했다.

그런데 역시 단편은.. 내 취향이 아닌 것 같다.

임철우 작가님의 곡두 운동회와 현기영 작가님의 순이삼촌을 뛰어넘는 단편을 아직 발견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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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면하는 마음 - 나날이 바뀌는 플랫폼에 몸을 던져 분투하는 어느 예능PD의 생존기
권성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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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차 직장인 PD가 쓴 일에 관한 에세이. 예능을 그렇게 많이 보는 편은 아니지만(사실 요즘 주말 빼고는 TV 자체를 거의 안 봄) 예능 한 편이 방송되기까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그 과정에서 PD가 얼마나 고군분투하는지 알게 됐다. 저자는 ‘분투’, ‘주먹구구’ 등의 표현을 사용했지만, 조금 다르게 말하면, 그냥 한 편의 방송은 어느 PD가 영혼과 육체를 갈아넣어 만든 결과물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마지막 장을 덮고, 다시 표지를 훑어보면서 왜 제목이 ‘직면하는 마음’일까 생각했다. 그리고 다시 작가 소개부분을 봤더니 2012년에 예능 PD로 입사했다고. 이 책에는 PD라는 직업에 대한 저자만의 관점과 철학, 좋아하는 일을 오래, 즐기면서 하는 방법에 관한 이야기가 담겨 있는데, 직업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으려면 최소한 자신의 일을 직면하는 태도가 필요한 것 같다. 

나는 정말 믿기 힘들게도 어느덧 13년? 14년 차 교사인데, 내가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힘이 있을까? 대답은 당연히 노. 나는 교사로서 왜 나름의 철학도, 원칙도, 하물며 사소한 노하우도, 비판 의식도, 안목도 없을까 생각했다. 직면하는 마음이 부족했던 건가. 열심히 하지 않은 것은 아닌데… 목표나 목적 없이 단순히 열심히만 했던 게 문제인가? 책은 가볍게, 재미있게 읽었는데, 리뷰 쓰다보니 갑자기 심각해짐… 

아. 산책가야겠다. 

(발췌)
PD가 아니더라도 우선순위를 알고 타협하는 능력은 중요하다. 인생에서 아무것도 타협하지 않은 채 모든 것을 갖출 수 있는 순간은 드물다는 말조차 후하니까. 우리는 늘 무언가를 선택하면 다른 것을 포기해야 한다. 끊임없이 타협을 거치며 살아가야 한다. 사소한 것 하나도 타협하지 않는 거장은 마스터피스를 남기지만, 사소한 것 하나도 타협하지 않는 PD가 만나게 될 것은 방송사고다. 삶이 거장의 예술이면 좋으련만, 실제로는 완성도를 기다려주지 않고 시시각각 다가오는 방송시간에 더 가깝다. 삶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시간이 되면 어떻게든 나가게 되어 있는 방송처럼. 61

나 역시 처음으로 마지막 장까지 연습장을 꽈 채워 만화를 그렸던 순간 말로 할 수 없는 고양감을 느꼈다. 그 순간이 평생 이어진 창작의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비록 연습장 속 수많은 장면들은 대체로 엉망이었찌만, 그대로 가고자 했던 장면이 이르기 위해 지난한 과정들을 부대껴 본 사람은 이제 가능성에만 머무르지 않는 것이 무엇인지 안다.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어낸 책은 표지만 보고 상상한 것보다 반드시 더 가치 있는 경험을 선물한다. 자기 두 발로 직접 디뎌본 길은 이제 지도만 봐도 어떤 장면들을 만날지 구체적으로 떠올릴 수 있으니까. 108

비루하고 궁색하더라도 결과물이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것보다는 낫다. 어떻게 든 한 번 완성해보면 두 번째는 약간 더 할 만하다. 그때 더 괜찮은 걸 만들면 되지. 그렇게 지금 손에 쥔 것들만으로 조금씩 나아가는 것. 그래서 뭐라도 남기며 전진하는 것. 그게 이 일이 나에게 알려준 가장 중요한 태도다. 완벽하지 않더라도 실체가 있다면 디디고 나아갈 수 있다. 116

꾸준하면 는다. 재능이 있든 없든, 변화가 느껴지든 아니든, 그냥 때 되면 하고 하기 싫을 때도 하고 성취감이 없어도 그냥 하면 언젠가는 반드시 훌쩍 나아가 있는 것이다. 다시 한 번, 꾸준함에는 생각이 필요 없다. 160

변수로 가득 찬 세계. 그 어떤 것도 상수가 아닌 세계다. 대중 콘텐츠의 제작만 그러하겠는가. 각자의 자리에서 고군분투하는 수많은 직업인들의 세계란 다들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변수로만 이루어진 수학 문제에는 답이 없다. 인생에 정답은 없다지면, 물음표로만 채워진 삶은 너무 막막하지 않나. 그게 꼭 정답은 아닐지언정 그래도 기댈 수 있는 답안 몇가지는 있어야 숨통이 트인다. 변수로 가득 찬 세계를 계속 헤쳐 나가려면 발 디딜 수 있는 단순한 상수 몇 개 정도는 쟁여두자. 고민 없이 먹는 방울토마도, 생각 없이 꾸준할 뿐인 필라테스 같은 것들. 인생에는 상수가 필요하다. 우리 모두. 1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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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의 질문들 - 우주의 탄생과 진화에 관한 궁극의 물음 15
토니 로스먼 지음, 이강환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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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독자, 과학애호가들을 위한 책이라고 해서 호기롭게 읽기 시작했다. 암흑물질, 암흑에너지 설명하는 부분까지 한땀한땀 따라가며 읽었는데, 중반 이후를 넘어서니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개념들이 찰랑찰랑 넘쳐 흐르기 시작. 결국 나머지 후반부는 소화불량 상태로 읽었다. 과학을 잘하지는 못해도 과학애호가라고 생각했는데ㅠ (과학애호가라는 거 입증하고 싶을 때마다 꺼내는 고등학생 때 추억. 문과생이었지만 3년 동안 화학동아리에서 활동했음. 강릉여고 CHAOS 아직도 남아있으려나?)

얇고 작은 사이즈에 글밥도 적은데, 이 작은 책 속에 현대 우주론에 관한 정수들이 담겨있다. 그 정수들을 이해하기엔 나의 기초지식이 너무 부실하다ㅠ 다음에 꼭 재도전해야지. 그러고보니 한겨레출판에서 발행한 과학책은 처음 읽어보는 것 같다. 앗 아니다. 정인경 선생님의 #내생의중력에맞서 가 있었네. 암튼 과학이랑 친해질 때까지 과학책 계속 읽을거임.

현대 우주론이 조금씩 발전하면서 우주론의 표준 모형은 빅뱅, 인플레이션, 암흑물질, 암흑에너지를 포함하는 모형으로 정립되었다. 9

일반적으로 우주론자들은 우리 우주의 첫 시대, 첫 몇 년, 심지어 우주가 태어난 직후 1초도 지나지 않은 짧은 시간에 관심이 있다. 우주론은 정확하게 우주의 기원, 즉 빅뱅에 관한 이론이다. 12

태양에서 가장 가까운 별까지의 거리는 4광년이다.
우리은하의 지름은 대략 10만 광년이다.
은하단을 가로지르는 거리는 수백만 광년이다.
초은하단의 크기는 수억 광년이다.
관측 가능한 우주의 크기는 약 140억 광년이다.
이것이 이 책이 다루는 우주론의 규모다. 21

빅뱅의 순간에 관측 가능한 우주에 있는 모든 물질이 한 점에 모여 있었다는 것은 정확한 말이다. 하지만 관측 가능한 우주는 우주 전체가 아니다. 76

#북스타그램 #빅뱅의질문들 #토니로스먼 #한겨레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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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문장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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