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강이는 허리에 올무를 감은 체 몇 번의 밤과 또 몇 번의 태양을 보았을까?
여린 속살에 파고 들어서는 점점 더 조여지는 철사, 그 차가운 쇠줄 아래로 흐르는 자신의 피 냄새를 맡으며 얼마만큼의 고통과 두려움을 느꼈을까?
칠흙같은 어둠속에서 장강이는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고 몸부림치며 목 놓아 울었을까?
장강이 주위로 여기저기 부러진 나무들과 깊은 손톱자국으로 움푹 파인 나무 기둥들.
그렇게 힘들었는데도 장강이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래서 난 내게도 전에는 있었겠지만 지금은 잃어버리고 없는 걸 장강이에게서 보았다.
바로 자연과 분명히 그 안에 흐르고 있는 야생이다.
그렇다고 지금에서야 그 야생을 우리가 찾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우리가 없다고 그들도 없어야하는가? 하면 분명 그건 아니다.
우리는 비록 잃어버렸어도 그들에게는 꼭 있어야 한다.
검은 비닐봉지 안에 차가운 얼음덩어리가 되어 누워 있는 장강이를 보면서 난 어느 인디언의 연설문이 떠올랐다.
"우리는 알고 있다. 땅은 인간에게 속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땅에 속한 것임을. 인간이 생명의 그물을 짜는 것이 아니라 다만 그 그물의 한 가닥에 불과하다. 우리가 그 그물에 한 일은 곧 우리 자신에게 한 일과 같다."
난 흰 눈동자를 드러내며 겁먹은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장강이의 얼굴에서 우리가 우리 서로를 그렇게 바라보게 될 날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우리가 그들에게 야생을 돌려주지 못하고 그들과 어울려 살지 못한다면 우리도 결국 우리가 친 올무에 몸부림치게 될 날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그렇게 될 때까지 서로를 방치한다면 우리는 그나마도 장강이처럼 늦게나마 도움의 손길을 받는 것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장강이는 비록 우리와 같이 숨쉬며 이 땅에 살아 있지는 못하게 됐지만 마지막까지도 아주 귀중한 하나를 우리에게 남겨주었다.
그들이 우리 땅에 살 수 없다면 결국 우리도 살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