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오랜만에 종로를 나갔다.
일산에서 종로를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지하철을 타는 것.
난 지하철이 싫다. 답답하고 숨쉬기는 힘들고 옆으로 가는 느낌도 영 적응이 안 되지만 나를 가장 불편하게 하는 점은 낯선 사람과 마주보고 있으면서 얼굴을 돌리거나 눈을 감고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마치 서로가 서로를 외면하는 것처럼.
그것도 여러 명이 나란히 앉아서는 …….
슬펐다. 달아나야 했다. 책을 꺼냈다.
하지만 책장을 넘기지는 못 했다.
왜 그랬을까?
그게 울만한 일은 아니었는데 왜 자꾸 눈물이 났을까?
울컥울컥 올라오는 울음을 참느라 목이 아팠다.
눈을 감았다.
어찌어찌하여 결국 종로에서 영화 한 편 보고 밥 먹고 다시 지하철을 탔다.
언제 울었냐는 듯 친구랑 수다 떨기에 바빴다.
서로 어깨를 맞대고 얼굴만이라도 마주보려 불편한 자세로 고개만 돌린 채 얘기하길 50분.
친구가 먼저 지하철에서 내렸다.
다시 낯선 사람과 눈이 마주쳤다.
갑자기 조용해진 주위가 어색했다.
이때까지 정신없이 수다 떤 것이 좀 창피하기도하고.
어떻게 하나?
웃었다.
그냥 웃음이 났다. 그냥 눈물이 났던 것처럼.
그런데 마주보고 있는 아저씨도 웃었다. 그리고 그 옆에 있는 아줌마도.
터져 나오려는 웃음을 내리 누르자니 배가 아팠다.
눈을 감았다.
‘적어도 두 가지는 눈치 채셨을 거야. 서른이 넘었다는 것과 아직 미혼이라는 것. 이런, 이런 …….’
그래도 싫지 않았다.
옆으로 가고 있는 것도, 내 목소리를 많은 사람들이 듣고 있었다는 것도, 그리고 낯선 사람과 마주 보고 있다는 것도.
내가 먼저 웃는다면 그 중에 몇은 같이 웃어 줄 거다.
그리고 혹시 내가 운다면 누군가 한 명은 자신의 가방을 뒤지며 건넬 것을 찾겠지.
감았던 눈을 떴다.
지하철도 가끔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