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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비의 고양이 1 - 나는 말하는 고양이 ㅣ 세미콜론 그래픽노블
조안 스파르 지음, 심지원 옮김 / 세미콜론 / 2006년 11월
평점 :
절판
‘다르다!’
책의 표지부터 전체적은 느낌이며 분위기가 그동안 보아왔던 그림과는 많이 달랐다. 한 마디 더하자면 대사는 더하다. 물론 나의 편독과 유대문화에 대한 짧은 지식도 한 몫 하긴 했지만 어쨌든 처음부터 끝까지 참 이국적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그래서인지 마지막 책 장을 덮을 때는 책을 읽었다는 느낌보다 여행에서 돌아왔다는 느낌이 더 강했다. 처음에는 좀 낯설었지만 볼수록 매력 있고 신기하다고 할까?
물론 말하는 고양이 무즈룸도 만만치 않다. 주인아저씨의 스승과 얘기할 때 느껴지는 탐구심이나 ‘신’에 대해 묻는 의문도 재치가 있지만 인간의 위선과 나약함을 이해하는 부드러움도 지니고 있다. 거기다 마지막 부분에 당나귀와 벌이는 열띤 논쟁에서 느껴지는 종교관까지! 두루두루 모양새는 다 갖추었다.
하지만 ‘말하는 고양이’보다 더 중요한 건 ‘고양이가 하는 말’일진대, 사실 그 말이 그다지 신선하지 않다. 재미있고 기특한 고양이인 것 같지만 ....... 조금 고루하다. 서로 각자의 차이를 이해하고 평화롭게 같이 길을 걷자(랍비인 주인아저씨와 아랍인 길동무처럼)는 게 책의 주제라면 말 그대로 그게 다다. 반전은 없다. 무즈룸이 중간에 말을 못하게 된 것이 반전에 들어간다면 또 모를까. 그 부분에서는 솔직히 적지 않게 놀랐다. 말을 하나 안 하나 별 차이가 없어서 또 놀라긴 했지만. 결국 「말문이 트인 건방진 고양이가 세상에 던진 질문들」은 내 흥미를 끌기에 조금 부족했다.
그래서인지 그림에 눈이 더 많이 간다. 특히, 나무 위에서 풀을 뜯는 염소나 아랍인과 같이 보낸 밤풍경은 정말 훌륭하다. 표현력도 좋지만 무엇보다 그림에 유머와 여유가 있다. 평면적인 그림이지만 상황마다 선의 느낌이나 세기에 변화를 주고 분위기에 맞는 색감을 적절하게 사용해서 시간의 흐름과 인물의 감정까지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한마디로 글보다 그림이 더 빛을 발하는 책이니, 그림소설임에 확실하다.
거기다 책을 다시 펼치면서 드는 호기심을 하나 더 보태자면 ‘무즈룸이 말을 못하게 된 이유는 정말 금기를 깨서 벌을 받은 건가? 아니면 소화가 다 된 앵무새의 말발이 거기까지?’
궁금하면 읽어보세요. 혹시 다른 이유가 있다면 알려주시고요. 꼭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