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혈압도 낮은데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설쳐대고 이리저리 바쁘고 축축하고 눅눅하고……. 제일 큰 사이즈 카푸치노를 부어냈는데도 좀처럼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알라딘에서 들려온 슬픈 소식…….


  엄마아빠는 새 언니 될 사람이 오랜만에 집에 온다고 외식하자고 하시는데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일어났다. 내가 집에 혼자 있어서 나머지 가족들이 불편한 마음으로 식사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상하게 요새 모두들 내 눈치를 본다. 그래서 나의 ‘혼자 조용히 있기’는 이런 날 더 통하지 않는다.


  고기 집에 가자마자 가위와 집게를 드는 엄마. 식당에 고기 잘라 주는 아줌마가 있건 없건 버릇처럼 가위를 들고 능숙하게 고기를 자르신다. 내가 가위를 달라고 해도 새 언니 될 사람이 달라고 해도 절대 주시 않고 잘 익은 고기만 식구들 앞에 갖다 놓느라 본인은 잘 드시지도 못하고.


  10년 동안 그 일을 하시고 하시던 식당도 얼마 전에 넘길 만큼 평생 음식 하는 일을 손에 달고 사시는 엄마. 집에 나오기 전까지도 몸살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셨는데 누가 우리 엄마 손에서 저 가위를 놓지 못하게 만드는 걸까?


  생전 뵙지도 못한 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왈칵 눈물이 올라왔다.


  ‘어머니…….’

  누가 가는 시간을 막을 수 있겠는가.

  누가 슬퍼하지 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누가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있겠는가.


  누가 이 비를 그치게 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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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5-10-01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리 어머니들의 삶이 그렇죠....

파란여우 2005-10-01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운 아라님! 고아라님(반올림 옥림이보다 훨 예쁜 아라님!^^)

아라 2005-10-02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To. 바람돌이님 ... 그렇죠? 그래도 전 여자로 태어난 것에 감사합니다. 어머니의 삶을 살 수 있으니까요. 엄마가 된다는 건 정말 대단한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저도 언젠가 꼭 되고 싶습니다.

To. 파란여우님 ... 감동이에요, 파란여우님.^^;; 뽀...뽀
양볼에 감사의 뽀뽀, 받아주실거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