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혈압도 낮은데다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설쳐대고 이리저리 바쁘고 축축하고 눅눅하고……. 제일 큰 사이즈 카푸치노를 부어냈는데도 좀처럼 기분이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알라딘에서 들려온 슬픈 소식…….
엄마아빠는 새 언니 될 사람이 오랜만에 집에 온다고 외식하자고 하시는데 정말 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일어났다. 내가 집에 혼자 있어서 나머지 가족들이 불편한 마음으로 식사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이상하게 요새 모두들 내 눈치를 본다. 그래서 나의 ‘혼자 조용히 있기’는 이런 날 더 통하지 않는다.
고기 집에 가자마자 가위와 집게를 드는 엄마. 식당에 고기 잘라 주는 아줌마가 있건 없건 버릇처럼 가위를 들고 능숙하게 고기를 자르신다. 내가 가위를 달라고 해도 새 언니 될 사람이 달라고 해도 절대 주시 않고 잘 익은 고기만 식구들 앞에 갖다 놓느라 본인은 잘 드시지도 못하고.
10년 동안 그 일을 하시고 하시던 식당도 얼마 전에 넘길 만큼 평생 음식 하는 일을 손에 달고 사시는 엄마. 집에 나오기 전까지도 몸살 때문에 제대로 걷지도 못하셨는데 누가 우리 엄마 손에서 저 가위를 놓지 못하게 만드는 걸까?
생전 뵙지도 못한 분의 얼굴이 떠올랐다. 그리고 왈칵 눈물이 올라왔다.
‘어머니…….’
누가 가는 시간을 막을 수 있겠는가.
누가 슬퍼하지 말라고 할 수 있겠는가.
누가 흐르는 눈물을 막을 수 있겠는가.
누가 이 비를 그치게 할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