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가 되면 난 비린내 나는 검은 봉지 하나를 들고 ‘밍키’를 안은 채 503동 아파트 뒷켠으로 간다.


  아주 몰래 몰래 살금살금.


  산책을 하는 척 주위를 살피다가 몰래 잔디밭으로 들어가서는 봉지를 열고 북어 대가리며 조기꼬랑지며 다시국물 낸 멸치들을 잔디 구서구석 조심스럽게 뿌려놓는다. 이 때 조심할 것은 503동 1,2,3층 베란다! 가끔 사람들이 베란다에 나와 있으면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게 되므로 각별한 주의 요함. 일을 마치면 다시 산책이 시작된다.


  다음 날 아침이면 나의 모든 범죄의 증거는 100% 사라진다. 그야말로 완전 범죄! 그럼 고양이들도 다 잘 있다는 증거다. 서로 먹겠다고 싸운 건 아닌지 걱정이지만.


  도둑고양이 밥 주는 걸 주민들에게 들킨다면……. 끔찍하다. 그런 경우는 생각하지 않는 게 건강에 더 좋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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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5-09-10 2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그런 경험 있어요. 중학교땐가 도둑고양이 새끼가 발이 부러져 우리집 마루 아래에 숨어 있는게 안쓰러워 우유주다가 손만 다치고 고양이는 내빼고...

아라 2005-09-10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런, 놀라셨겠어요. 흉터나지는 않으셨어요? 전 흉터도 있어요, 그것도 손바닥에. 고양이한테 물린 건데 이상하게 안 없어지더라고요. 아주 오래됐는데. 그래도 나중에 또 고양이가 물만두님 집에 가면 다시 우유 주실 거죠, 그죠? 물만두님은 ‘속’이 꽉 찬 속 깊은 만두님 이시니까요. ^^

파란여우 2005-09-11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아주 특별한 밤을 보내고 계시는군요^^

아라 2005-09-11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앞으로도 쭉~~~. 심심하진 않아요.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