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9시가 되면 난 비린내 나는 검은 봉지 하나를 들고 ‘밍키’를 안은 채 503동 아파트 뒷켠으로 간다.
아주 몰래 몰래 살금살금.
산책을 하는 척 주위를 살피다가 몰래 잔디밭으로 들어가서는 봉지를 열고 북어 대가리며 조기꼬랑지며 다시국물 낸 멸치들을 잔디 구서구석 조심스럽게 뿌려놓는다. 이 때 조심할 것은 503동 1,2,3층 베란다! 가끔 사람들이 베란다에 나와 있으면 정면으로 눈이 마주치게 되므로 각별한 주의 요함. 일을 마치면 다시 산책이 시작된다.
다음 날 아침이면 나의 모든 범죄의 증거는 100% 사라진다. 그야말로 완전 범죄! 그럼 고양이들도 다 잘 있다는 증거다. 서로 먹겠다고 싸운 건 아닌지 걱정이지만.
도둑고양이 밥 주는 걸 주민들에게 들킨다면……. 끔찍하다. 그런 경우는 생각하지 않는 게 건강에 더 좋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