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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세로 세계사 2 : 동남아시아 - 동방의 천년 문명이 열린다 ㅣ 가로세로 세계사 2
이원복 글.그림 / 김영사 / 2006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예전 TV를 보다 미국의 한 해변가에서 한국이 어디 있는지 아냐는 질문에 모두들 고개를 절래절래 흔드는 모습에 충격을 받은 적이 있었다. 그래도 올림픽이니 뭐니 그런 것도 치뤘는데......라는 생각에 그럴 수도 있겠다 싶으면서도 조금 씁쓸했다. 그런데 사실 모른다는 부인보다는 오히려 그 자세의 당당함에 묘하게 무안하고 화가 났다. 그러나 지금 와 생각해 보니 우리도 뭐 선진국 외의 다른 나라가 어디 붙어있는지 알기나 하는지......사실 그 오만했던 외국인이나 나나 별반 다름이 없다는 생각이 든다. 우린 항상 우리보다 강한 자에게만 신경을 썼지 그 외의 것엔 무심하다.
아웅산 사건, 킬링 필드, 베트남 전쟁, 앙코르와트, 아름다운 해변, 싸고 그럴듯한 휴양지......우린 단편적인 사실들만 접하고는 때론 경악하고, 때론 탄성을 내지르며, 사실 무엇때문에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관심조차 없이 그들의 해변을 헤메일 뿐이었다. 우리에게 그들은 그저 신기한 존재일 뿐이였던 것이다. 그러니 아무리 저자가 편파적이니 어쩌니 해도 그의 이런 노력에는 그저 고맙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다. 그의 여전히 조금은 편파적인 시선은 역시나 은근히 불편했지만 말이다.
동남아시아11개국을 나라별로 간략히 그러나 알차게 소개하고 있다. 전체적인 역사를 말하긴 하지만 근현대사에 촛점을 맞추고 있어 옛 역사에 대해서는 거의 왕조이름과 국가간 큰 전쟁, 멸망배경 정도로 스쳐가듯 설명하고 있어 그게 좀 아쉬웠다.
제국주의의 희생자로서 그들의 역사는 우리의 역사와 참 많이 닮아 있었다. 그렇게 가까이 살고 그렇게 비슷한 근현대사를 가지면서도 서로에 대해 잘 몰랐다는 게 신기할 따름이었다. 어쨌든 국경선도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으로 지들 맘대로 긋고, 민족정신을 통해 민족간 증오를 부추기는 제국주의의 행태는 참 떨떠름했다. 허나 국론이 분열된 틈을 이용하는 지랄맞은 지도자만 하겠는가? 아무튼 덕분에 두번, 세번, 그렇게 되풀이 되고 마는 아픈 역사에 동변상련의 정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이념 뒤에 인간의 욕심이 스며들면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그 어떤 이념도 인간을 위하지 않으면 가치가 없는 것임을 다시 한번 실감했다. 인간의 희생을 요구하는 이념 뒤엔 사실 위대한 이념이 아닌 인간 개인의 욕심이 있다는 것도 말이다. 이념은 양날의 칼과 같아 우린 어찌해야 그 다른 면에 베이지 않고 잘 사용할 수 있을지 그게 궁금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