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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배꼽, 그리스 - 인간의 탁월함, 그 근원을 찾아서 박경철 그리스 기행 1
박경철 지음 / 리더스북 / 2013년 1월
평점 :
품절


<그리스인 조르바>에서 한없이 자유로운 조르바를 보며, 부럽기도 얄궂기도 했다. 보통의 사람들에게 굳어진 상식보다는 본능과 생각대로 살아가는 그리스인 조르바. 이 책을 읽으면서 박경철 씨가 어떤 자유를 원했던 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물론, 책의 내용은 무척 진중하며, 꼼꼼하다. 사실 그의 여정을 따라가다가 듣게 되는 수많은 정보에 기가 질릴 지경이다. 역사, 신화, 여행지의 상황까지. 설렁설렁 여행을 따라가고 싶다는 기분으로 읽었다간, 지도를 훑고, 신화에 나온 인물들을 찾아보고, 지역까지 뒤져보게 될지도 모른다.

 

격정과 무기력이 공존하는 그리스. 그들의 상황에서 우리를 본다. 사실, 우리보다야 심하지 않겠느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개인적으로 이 복잡하고 위태위태한 상황이 그리스의 지금 상황과 무엇이 다를 게 있겠느냐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역사가 전설이 되고 신화가 되어온 그리스에는 수많은 유적들이 존재하고, 그 유적들에는 겹겹이 쌓인 전 세계를 떠돈다. 그 이야기들 사이에 숨겨진 것들은 인간의 삶에 많은 깨달음을 주었지만, 이상하게 역사는 반복된다. 어떠한 교훈도 그저 교훈일 뿐, 신화와 역사 속에서 이미 일어났고, 결과적으로 나타난 일이지만 어리석은 인간들은 일상에서도 잊기 마련이다.

 

그 때문에 그리스를 찾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욕망하며, 번영을 원했고, 절대적이 되고 싶었던 역사 속 신화 속 주인공들이 싸우며 비극적인 상황을 만들고, 그 비극적인 상황이 결국 돌고 돌아 더 잔인한 형태로 나타났던 사실. 그것들은 지금 우리의 삶과 다를바 없다. 작가는 공간을 이동하며 공간에 남겨진 흔적들을 더듬고,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을 쓸어내리는 동안 우리의 모습이 자꾸 겹쳐지는 것은 나만의 느낌일까?

 

군사강국을 지향하며, 강했으나 야만스러웠던 스파르타에서 그가 답답한 마음을 느꼈던 것도, 약육강식의 사회에서 강자만 살아남게 되는 이 사회에 대한 답답한은 아니었을지. 병약하게 살아 국가에 도움이 되지 않을 바에는 죽기를 강요한 사회는, 약자는 아무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죽거나 사회 밖으로 밀려나는 우리의 사회와 닮아 있었다. 결국, 스파르타는 인간에게 많은 상처를 입혔다. 우리가 지금 상처 입고 있는 것처럼.

 

권력을 향한 욕망으로 다툼이 일어나고, 그 사이에 문명이 세워졌다. 인간과 역사 사이의 신화, 그리고 그 신화 속에서 전해져오는 신들. 이들이 주는 깨달음은 결국 반복되지 말아야 할 고통과 아픔일지도 모른다. 조금 과장되었거나, 믿지 못할 이야기라도 그 안에는 귀중한 것들이 있다. 그가 니코스 카잔차키스와 함께 떠났으나, 어떤 마음으로 왜 떠났을지에 대해 초점을 맞추게 된다면, 이 책은 단순히 공간에 대한 어떤 이야기라고만 생각할 수만은 없다. 그가 보여주고 싶었던 그리스는,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시대를 떠오르게 하는 그리스였을지도 모른다.

 

 

 

* 알라딘 공식 신간평가단의 투표를 통해 선정된 우수 도서를 출판사로부터 제공 받아 읽고 쓴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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