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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뮤니스트 - 마르크스에서 카스트로까지, 공산주의 승리와 실패의 세계사
로버트 서비스 지음, 김남섭 옮김 / 교양인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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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 '공산주의'는 막연한 공포였다. 우리의 교육은 '공산주의'를 알고 싶어하는 것 자체를 금지했고, 큰일이 나는 것처럼 굴었다. 그것은 하나의 민족이지만 두 개의 사상이 존재하는 독특하면서 슬픈 현실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무조건 '적'으로 간주되던 공산주의가 '적'이 아니라 하나의 '학문'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은 대학에 입학해서 깨달았다. 맑스에 열광하던 선배들이 꽤 많았고, 무슨 이야기인지 뚜렷하게 이해하지도 못하면서 '공산당 선언'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은 한 때는 '적'으로 간주되었던 공산주의에 관한 이야기다. 정확히 말하면, 공산주의 역사서라고 할 수 있다. 그 태동부터, 지난한 시대를 거쳐 소멸하기 까지의 정황들이 길게 이어져 있다. 그 역사 속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그 많은 사람들이 이루어내고자 했던 것은 무엇일까?

 

노동자가 삶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것은 동의하나, 그 과정 속에서 혁명을 이루어내려 했던 사람들은 종국에 독재자로 전락했다. 모두가 평등한 구조를 만들기 위해, 권력이 강요되었다. 모두가 평등하게 사는 게 공산주의의 모토이지만, 결국 공산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피를 흘렸다. 자신의 이념과 맞지 않으면 숙청되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그들의 의식 속에서 공산주의가 몰락할 수 밖에 없는 이유를 찾게 된다.

 

물론,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지도자가 있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한다. 하지만,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한 이념의 실현은 결국, 어떤 좋은 의도를 가졌다고 할지라도 변질되기 마련이다.

누구나 똑같이 일하고, 똑같이 갖는 평등주의를 실현하려 했지만, 사실 지도자들 조차도 그 평등주의에 맞도록 실천하고 살아온 것인지는 의문이다. 공산주의는 모두에게 희망적인 이념이었을지는 모르나, 결국엔 '괴물'로 변해 제 몸을 삼켜버렸다.

 

요즘에는 자본주의에 지친 이들이 모여 '코뮌'을 만들고 있다. 경쟁으로 피 터지게 싸우며, 행복한 삶을 누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이들이 함께 일하고, 함께 살고자 공동체를 만든 것이다. 이 코뮌들의 기원은 '공산주의'에 있다고 본다. 하지만, 조금 더 건강하며, 작지만 강한 힘을 갖고 있다고 믿는다.

 

공산주의가 이미 무너져 버린 세계는 분명하나, 그것의 씨앗은 남아 있다고 생각한다. '공동체'를 생각하고, 모두가 '평등'하게 살기를 바라는 마음이 모여 건강한 모습으로 하나, 둘 태어나고 있으니 말이다. 결국은 '협력'이다. '협력'하지 못하는 세계는 무너져 내린다. 지탱할 힘을 갖지 못하면, 무너져 버리는 게 진실. 유럽의 몇몇 국가들이 다 함께 잘사는 방법을 택하고, 유지하는 것도 뼈아픈 경험이 있기에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기원-실험-도약-확산-변형-종언으로 끝난 이 책은 그 내용이 너무 방대하고 세세하다. 사실 공산주의에 대한 자세한 이념보다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상황들을 자세하게 기술하고 있기에, 책을 따라가다보면 그 흐름을 놓치기 쉽다. 관심있고, 필요한 역사적 사건이나 인물들에 대한 부분만 발췌해 읽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이제는 학문이 되어버린 하나의 이념. 그 역사적 사실 앞에서, 우리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고민해 보는 것도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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