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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책읽기, 다독술이 답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지음, 김경균 옮김 / 추수밭(청림출판) / 201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한마디로 말하면, 미지의 판도라 상자가 열리는 것입니다. 책은 판도라 상자입니다. 독서란 그 판도라 상자를 여는 것이지요. 그 상자 안에 숨어 있던 것이 내 앞으로 튀어 나오는 것입니다. 폴발레리 식으로 말하자면 독서를 하면서 '천둥소리 한방을 먹는' 즐거움을 누리는 것이지요. 그 뜻은 이쪽이 무지하기 때문에 비로소 독서가 재밌다는 것으로, 그것이 끝입니다. 무지無知에서 미지未知로, 그것이 독서의 참다운 묘미입니다. -99p  
   

 나도 책을 사랑하지만, 이 남자 대단하다. 책을 밥 먹듯이 읽는 남자. 책을 읽고, 쓰는 남자. 사실,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쓰지 않고 못 배긴다. 차곡차곡 쌓아두기만 하다가는 언젠가는 '뻥'하고 터져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쌓기만 하고 쏟아내지 않는다면, 병걸린다. 그래서 많이 읽는 사람이 많이 쓰게 되는 것이다.
'마쓰오카 세이고' 이 사람의 프로젝트 너무 멋지다. 천 권의 책읽기. 작가는 중복하지 않고, 분야도 연달아 중복되면 안 되고, 주말엔 쉬고 주중에 한 권씩. 와. 책을 밥보다 더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같다. 독서의 전문가로 거듭나다 보니 그만이 가진 방법도 여러 가지다. 독서에 두려움을 느끼는 사람이라면 금방이라도 설득당할 것 같은 그만의 방법은 실용적이며 현실적이다. 그는 독서도 다양한 방법이 있으니, 꼭 어려운 책만 읽는 게 독서는 아니라고 말한다. 맞는 말이다. 이것 저것 마구 읽다 보면 저절로 터득하게 된다. 내게 맞는 책이 어떤 것이고, 내게 맞지 않는 책이 어떤 책인지 말이다. 

   
 

 책은 여러 가지 독서 방법으로 읽어야 합니다. 즉, 평범한 독서를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말씀입니다. 천천히 읽어도 좋고, 국밥을 말아 먹듯이 읽어도 좋고, 몇 명이 서로의 감상을 발표하기 위해서 읽어도 좋습니다. 아니, 오히려 그렇게 새로운 계기를 마련해서라도 다양한 읽는 법을 경험해야 합니다. 더 나아가 책을 읽는 도중에 느낀 감상을 이미지로 떠올려 봅니다. - 171p

 
   

독서를 좋아하는 사람도 가끔은 독서가 지루해질 때가 있다. 그렇다면, 독서 환기법을 써야 한다. 좋은 구절을 끄적이며 천천히 읽어도 좋고, 다른 사람과 함께 읽어도 좋다. 아니면, 다른 책으로 갈아타는 방법도 좋다. 독서를 시작하는 사람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는 점이다. 평생 운동만 하고, 책이라고는 10권도 읽어본 적이 없는 내 동생이 하는 말은, "누나 어떤 책부터 읽어야 할지 모르겠어"다. 가벼운 것부터 읽어보라고 권했다. 안 그래도 독서를 별로 안 좋아하는 애가 무거운 철학책이나 고전문학, 인문학을 읽겠다고 덤빈다면 아마 금방 나가떨어질 것이다. 만화책도 책이요 잡지책도 책이다. 문장의 이해와 활자에 대한 부담이 사라져야 어떤 책이든 거부하지 않고 읽을 수 있다는 게 내 생각이다.  

이 남자도 말한다. 저마다 개성이 있으니, 자신이 좋아하는 방법으로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 된다고. 독서도 취향이며, 음식의 취향 같은 것이라 좋아하는 것을 찾아 읽으면 된다고 말이다. 그가 말하는 독서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우리가 패션에 관심을 갖는 것처럼, 매일 밥을 먹는 것처럼 독서도 그렇게 관심을 갖고 해주길 바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독서 전문가가 될 수 있다고 응원한다. 

   
 

 독서는 '덮여 있던 것을 열어 나가는 행위'입니다. 이런 독서를 할 수 있다면 독서 오만에도 빠지지 않고 독서 싫증도 생기지 않을 것입니다. '덮여 있던 것'을 책으로 '열어 가는 주체'가 바로 독자입니다. 책이 열쇠 구멍이라면 그 구멍에 열쇠를 넣어 여는 것은 독자입니다. 그리고 편집자나 서점이 그 사이에서 중매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독서라는 행위는 그야말로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것이고, 그 열쇠와 열쇠 구멍 관계의 프로세스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187p

 
   

 새 책을 받아들면, 설레고 황홀하다. 그 속에 숨겨진 사연, 이야기, 지식. 그렇다고 그 모든 것을 흡수해서 기억하고 재생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권 한 권 쌓여서 내게 피가 되고 살이 된다. 세상에 대해 차근차근 잘 알아갈 수 있게, 내가 배우지 못한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바로 책이다. 그래서, 난 책이 좋다. 이 남자도 그래 보인다. 어느새 책을 애인처럼 아내처럼 사랑하게 된 것이다. 책을 서로 연결하고, 책 안에 표시를 하고, 책 밖에 책 이야기를 담아두며 자기만의 자료를 방대하게 늘려가는 그. 언제든 좋았던 것을 다시 재생할 수 있게, 잊었던 것을 떠올릴 수 있게 책과 시간 사이를 연결하느라 바쁘다.  

책을 읽는데 하수, 고수가 있을까? 책은 읽어가면서 사람을 변화시킬 뿐. 잘하는 사람, 못하는 사람을 가리지 않는다. 이해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노력하면 어떤 책이는 독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독서가 서투르거나, 독서할 마음을 가졌거나, 더 효율적으로 독서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면 이 책을 펼쳐보자. 책을 사랑하는, 독서를 사랑하는 한 남자의 이야기 속에 지름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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