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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영희 프리즘 - 우리 시대의 교양
고병권.천정환.김동춘.이찬수.오길영.이대근.안수찬.은수미.한윤형.김현진 지음 / 사계절 / 2010년 2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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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은 누구나, 더욱이 진정한 지식인은 본질적으로 자유인인 까닭에 자기의 삶을 스스로 선택하고 그 결정에 대해서 책임이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이 존재하는 사회에 대해서 책임이 있다. <대화> 14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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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참 어렵다. 이 책에 대해 설명하고, 평한다는 게 말이다. 많은 지식인에게 '사상의 은사'였던 리영희 선생님에게 바치는 책. 이 책만 읽고도 리영희 선생님을 제대로 다시 알고 싶어진다는 마음이 강렬히 든다. 그만큼 많은 이에게 영향을 미쳤고, 영향을 미치고 있고, 영향을 미칠 것이다. 그의 책을 읽고 큰 충격에 빠져 쥐구멍에 숨어 들어가고 싶었던 사람도 있다고 했고, 모든 생각이 무너지고 새로운 사상을 보게 되었다는 이들도 있다. 그를 존경하고 추종하는 자는 많았으나, 선생님은 패거리 문화를 질색했기에 편을 만들지도, 집단을 만들지도 않았다. 그는 하나로 존재했고, 하나로 존재하는 것조차 자율적이고 의지적이었다. 그리고 그가 써온 모든 글들에 책임을 졌던 사람이다.
<리영희 프리즘>을 읽게 되면, 그가 모든 분야에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생각, 책 읽기, 전쟁, 종교, 영어공부, 지식인, 기자, 사회과학, 청년 시대. 그리고 다시 그. 그는 많은 젊은이를 '의식화'하게 했고, '생각'하게 했으며, '사유화'하게 했다. 그것만으로도 그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 취급을 받았고, 실제로 젊은이들을 '의식화' 했다는 이유만으로 법정에 불려나가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힘', '움직이게 하는 힘' 그것은 강요된 행동이 아니었다. 그의 글만으로, 그의 말만으로 시대의 젊은이들은 하나 둘 깨어났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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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화가 일어난 바로 그 순간부터 스승은 더 이상 스승이기를 멈춘다. 그는 함께 깨어 있을 뿐이다. 스승과 제자가 구별되는 것은 한쪽이 '깨어 있고' 다른 쪽이 '잠들어 있을 때'만이 아다. 나머지 한쪽이 깨어나는 순간 그들은 사유의 동료, 해방의 동료가 되는 것이다. 결국 가르친다는 것, 더 정확히 말해서 '배우게 한다는 것'은 '깨어 있는' 동료를 늘리는 일이라 할 수 있다. 명나라 말기 사상가 이탁오의 말이 생각난다. "스승이 아닌 자는 친구가 될 수 없고, 친구가 아닌 자는 스승이 될 수 없다." - 29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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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화의 은사', '의식화의 원흉'으로 불렸던 그는 '범죄를 야기한 범죄', '메타 범죄'를 일으킨 주범이 되어 '부산 미문화원 방화 사건'에 재판정에 서기도 했다. '간접적 주범'이 된 이유는 실제 주범이 그의 책을 읽고 방화 사건을 저지르게 했다고 해서이다. 이것은 거역할 수 없는 힘, 무시무시한 힘이었다.
각성하게 한다는 것, 어떤 행동을 이끌어 낸다는 것. 한 사람 한 사람을 움직이게 해서 변화를 만들어 낸다는 것. 그것이 리영희 선생님의 스타일이 아니었을까? 너희들은 무엇을 해야 한다라고 말하지 않아도, 그를 알게 된, 그를 읽게 된 사람들이 조금씩 움직인다는 것 그것은 분명 큰 힘이었다. 우리가 이루어 놓은 지금, 이 현재는 그의 영향으로 세워온 것들도 많다. 하지만, 그는 이곳에서 머무르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절필을 선언하며,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고 존재하는 것 같지만 그는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식화'하게 하는 힘이 있다.
그는 '우상'을 파괴하라고 말했다. 그 유명한 '우상 파괴론'에 의해 하나만 믿고 있었던 사람들은 둘을 알게 되고 셋을 알게 되며, 넷을 알게 된다. 다양한 문화와 사람을 인정하며 사는 '지금'이 그냥 이루어진 것은 아니다. 맹목적으로 믿었던 사회적, 국가적 이념들이 조금씩 파괴되며 다른 것도 생각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북괴'를 '북한'이라고 고쳐쓰고, '빨갱이'라는 말이 낡아서 회상하는 단어가 되게 했다. 그것은 하나의 혁신이었고, 변혁이었다. 지금 내가 믿고 있는 것을 의심하는 것. 그것은 지금도 끊임없이 이루어져야 할 일들이다.
전쟁의 이면을 똑바로 봐야 한다는 일침, 몸소 보여준 방대한 책 읽기, 책 읽기 안에서 이루어낸 언어 능력, 언어 능력과 세계를 보는 통찰의 맞물림, '힘'에 의해 좌지우지 되지 않고 대중이 알아야 할 기사를 써내던 타협없던 기자 생활.
행동하는 '사유'人이었던 그를 스승으로 기억하고 싶은 사람이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70년대 대학생들을 '사유'하게 했고, '의식화'했다. 그 힘으로 세상은 변했고, 현재에 와 있다. 그가 절필을 선언한 것은 지금까지 끌어온 시대를 후세들에게 넘겨주고 싶어서 일 것이다. 세상을 보는 시각이 낡았다거나, 생각처럼 행동하지 못하는 사람이라서가 아니다. 그는 그를 '우상화'하는 것도 거부하는 이다. 자기 생활에 주인이 되길 바라고, 생각하는 대로 행동하길 바라는 이다. 치열한 싸움이 곧 변화를 만들고, 세상이 바뀌어 나갈 것이라고 믿는 이.
'Simple life, high thinking.' 그가 전하는 한 마디. 가슴을 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