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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화속으로 - 71-Into The Fire
영화
평점 :
상영종료
꽤나 긴 여운이 남는 영화였다. 한동안은 섣불리 리뷰를 쓰지 못할 만큼.
우리는 전쟁을 명사로 기억한다. 어느 지역의 전투, 혹은 어느 장군의 전투. 그 지역명, 그 전투에서 두드러진 활약을 했던 사람의 이름 등. 하지만 그 승리라는 이름을 붙이기위해, 어느 지역명, 어느 누군가의 이름을 남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자기의 소임을, 때로는 그 소임을 뛰어 넘어서까지 희생해야만 했는가는 잘 기억하지 못한다.
이 영화 속 이야기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포항을 지키던 강석대 대장이 낙동강 전선으로 투입되면서 학도병들만을 남겨두고 떠나야 했고, 한번 전투에 따라 간 적이 있던 학도병 오장범이 대장이 되어 학도병들을 이끌었고, 이들이 북한군을 맞아 포항에서 북한군의 남하를 지연시켰다는 것이다.
영화는 영웅을 만들지는 않았다. 오장범이 강력한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학도병들을 이끈 것도 아니고 결국 살아남아 이름을 남기지도 않았다. 다만 저마다 자기 역할 이상을 해낸 어린 학도병들이 있었을 뿐이다.
영화를 보며 생각했다. 이 나라를 지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이 저렇게 죽어갔을까. 우리는 단순히 명사로만 기억하는 전쟁이지만 그들에게는 형용사이고 동사였을 전쟁. 그 속에서 이름도 없이 죽어간 사람들. 그 사람들의 죽음을 딛고 이 땅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
내 시대의 사명을 더욱 충실히 살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시대 사람들에게는 나라를 독립시키는 것이, 전쟁 속에서 나라를 구하는 것이, 자신의 가족들을 지키는 것이 그 시대의 사명이었고, 이후 세대들은 노동 탄압 속에서도 나라를 발전시키는 것이 그 시대의 사명이었을 것이다. 우리 세대의 사명은 무엇일까.
과연 내가 노무현 전 대통령도 뛰어 넘지 못한 그 벽을 뛰어넘을 수 있을까. 그 벽을 무너뜨릴 수 있을까. 그리하여 우리 자식들 세대에게 좀 더 기회가 보장되는 사회를 물려줄 수 있을까. 자연과 사람이, 사람과 사람이 좀 더 조화롭게 살아가는 세상을 물려줄 수 있을까.
이런 모든 고민들이 내 한 몸도 제대로 책임지지 못하는 나에게 사치로만 느껴져 한없이 무력해지는 나지만...그냥 이 영화를 보며 다시 한번 상기시켜보았다. 한 때 내가 생각했던 나의 시대, 나의 세대의 사명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