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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버리아드 (양장, 한정판)
스타니스와프 렘 지음, 송경아 옮김 / 오멜라스(웅진) / 200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이버리아드란 '사이버'와 '일리아드'의 합성어로 인공지능 로봇 세계의 대서사시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고 한다. '사이버'라는 용어는 1990년 이후, 주로 컴퓨터와 관련하여 널리 알려진 용어이지만 원래 '사이버'란 로봇이나 컴퓨터 인공지능은 물론이고 유기 생명체까지 포함하여 자기제어가 가능한 하나의 독립된 시스템계들을 통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그리고 작가 렘은 이런 제목의 책을 1960년대 부터 썼다고 하니 서울 SF아카이브 대표 박상준씨 말대로 작가 렘은 꽤나 선구적인 SF작가였던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어려운 용어들의 연속, 그리고 그 낯선 언어들의 유희 속에 그 의미를 만끽하기도 전에 머리부터 아파왔었다. 덕분에 진도가 안 나가기도 했고, 내가 유럽인이었다면 이 책의 언어유희를 좀 더 재밌게 받아들일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아쉬움도 있었다. 읽고 즉각적으로 웃기 이전에 나는 주석에 의해 웃어야 했고 어떤 것은 전혀 감도 잡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 책을 SF 좋아하는 내 친구에게 선물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은 그런 세세한 것까지 잡아 내지 못했다고는 해도 이 책이 주는 진정한 의미의 재미를 느꼈기 때문이지 않을까 한다.
책의 말미에 옮긴이 송경아의 말이 있는데 이 글을 읽으면서 아, 나는 이 책에 대한 리뷰를 쓸 필요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경아씨의 말에 1백프로 동의하기 때문이다. 그럼으로 잠시 옮긴이의 말을 소개하겠다.
"렘이 그려내는 로봇의 세계는 우리가 아는 인간의 세계보다 훨씬 널은 우주이고 여러가지 일이 가능한 세계이지만, 그 안에서 노닐며 사건을 만들어나가는 로봇들은 어린아이처럼 천진하면서도 진지하다. 트루룰과 클라포시우스는 전능에 가까운 힘을 갖고 있지만 사소한 것에 화내고 질투하고 기뻐한다. 한마디로 말하면 렙은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은 꿈꾸어보았을만한 세계를 '사이버리아드' 안에 펼쳐 보인다. 만약 그 세계가 우리의 세계와 조금 닮지 않았나 생각한다면, 창조자들이 겪는 모험을 유심히 보고 그 안에서 교훈을 얻으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그냥 읽으면서 킬킬거리면 된다. 영웅의 분노에 대한 노래인 호메로스의 '일리아드'와는 달리 '사이버리아드'에 담겨 있는 것은 즐거움과 선이 분리되지 않은 어느 행복한 시기에 대한 기억이자 몽상이므로."
활자를 읽어내려가는 것은 조금 힘들었지만 창조자들의 모험 이야기 속에 담긴 발상들이 재밌고 좋았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를 재미있게 본 사람이라면 이 책도 재미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으며 나 또한 히치하이커를 떠올렸다는 것을 보면, 박상준씨의 말대로 히치하이커는 더글러스 애덤스의 렘에 대한 오마주였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