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과 6펜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8
서머셋 몸 지음, 송무 옮김 / 민음사 / 200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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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나는 달과 6펜스라는 책을 책으로서보다 고갱으로서 먼저 알았다.

고갱과 고흐의 이야기를 들었던 고등학생 때? 아마도 미술 선생님께서

달과 6펜스를 읽어 보라고 했던가.

 

중학생 때의 나와 고등학생 때의 나의 차이점은

아마도 선생님이 권해 주는 책을 읽고 안 읽고의 차이이지 않을까.

중학생 때는 선생님께서 권해 줬던 지와 사랑, 카인의 후예 이런 책들을

사서 읽었던 반면, 고등학생 때 부터는 왜 읽지 않게 되었을까.

수능 교육의 폐해? 선생님이 권해 주는 책, 교과서에 실린 책은 거의 읽지 않았다.

사실 토지도 아마 교과서에 있는지 모르고 읽었을걸?

 

뭐, 여하튼, 저런 것들은 내가 이 책을 이제서야 읽은 변명에 불과하다.

 

고전의 딜레마는 어린 시절 이미 읽었다 할지라도 성인이 되면 또 한번 읽어봐야

한다는 것인데 이 점에서 이제서야 읽게 된 것도 그다지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다.

같은 책 두번 읽는 취미는 없는지라.

 

나는 이 책 처음 읽을 때 뭔말 하나 싶었다.

뭐지? 고갱이야기라던데..뭔가 고갱 이야기 같지 않은 거.

이거 화가 이야기 맞아? 왜 부인네들이랑 식사를 하고 왠 찰스 스트릭랜드 같이

무뚝뚝하고 예술에 대해서는 관심도 없고 이야기 한 마디 나누기 힘든 사람과

식사를 하고 있지? 그리고 이 사람이 왜 주인공인 거지?

이런 생각을 하면서 초반부를 읽었다.

 

그런데 신기한 건, 그러면서도 아주 열심히 읽었다는 것.

딱히 재미를 느꼈다거나, 자극적이라거나 하지 않았는데

이상하게 진지한 자세로 이 책을 열심히 읽고 있는 느낌.

왜지? 왜지? 하는 사이, 찰스 스트릭랜드는 화가가 되었다.

 

찰스 스트릭랜드의 부인이 예술가들과 교류를 할 때도 무관심했던 그가

어느새 부인이 교류하던 예술가들보다 더 괴팍한 화가가 되었다.

너무 뜬금없다. 예술에 대해, 부인들이 교류하던 예술가들에 대해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던 건 뭐였지? 위장술? 아니면 무시?

 

그의 행적에 비춰 보자면 그의 무뚝뚝하고 거친 성미 때문이기도 했겠지만

그는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예술에 사로잡혀 다른 예술, 다른 예술가들은

보이지 않았던 것 아닐까? 그의 관심사는 오로지 자기 자신이 화가가 되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만의 세상을 그의 방식으로 표현해 내야 한다는 것.

 

이러한 생각에 사로잡혀 있던 스트릭랜드.

성실하고 존재감 없던 그가 그의 부인을 버리고 파리로 떠나게 된다.

그리고 거기서 그는 강렬한 존재감을 지닌 화가가 되었다.

 

모든 걸 다 버려가며 오로지 하나 남겨 두었던 것.

대체 그는 무엇을 그리고 싶었을까?

이 책에서는 그가 오로지 그림만을 그리려 했던 모습들에 대해서는,

그리하여 여자에, 자신의 생활에 잔인하리만치 무관심했던 모습들에 대해서는

이야기 하고 있지만 그래서 그가 그리고자 한 것이 무엇이었는가에 대해서는

이야기하고 있지 않다.

그냥, 결국에 그는 그가 그리고자 한 것을 그리고

그걸 길동무 삼아 저 세상으로 갔다는 이야기?

예술 보다는 예술의 길에 더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초에 고갱을 모델로 삼아 글을 썼기 때문일까?

 

그래도 뭘까..

고갱이든, 스트릭랜드든, 서머싯 몸이든,

그들이 말하려고 했던 예술의 길 말고, 예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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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opin 2007-05-13 23: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전이죠.
예술을 위한 예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