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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瀨川 (文庫)
平野 啓一郞 / 講談社 / 2006년 10월
평점 :
이 책은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으로 한국판 제목은 '센티멘털'이다. 일본 원서 제목은 '타카세가와'이다. 번역하면 타카세강? 센티멘털이라는 제목은 타카세가와 작품 속에 나오는 재즈곡의 제목에서 땄다고 한다. 히라노상이 직접 정해줬다고.
무작정 이 책을 원서로 보겠다고 한국판은 거들떠도 보지 않았고 사전 정보도 없이 봐서 그런지 나는 엄청난 착각을 하고 있었다. 이 책이 장편이라고 생각한 것. 알고보니 이 책은 단편집. ㅋㅋㅋ 아놔 완전 고민했잖아. 대체 어떤 내용? 이러면서;;;
첫 작품 청수는 좀 어려운 듯. 한국판으로 봐도 이 책에 실린 작품 중에 가장 고전 3부작에 가까운 느낌이라 어려웠겠지만 난 이걸 히라노 특유의 문체로 봐서 그런지 더 미처버릴 것 같았다. ㅋㅋㅋㅋㅋㅋ 사실 이 첫 작품 읽으면서 내가 왜 이걸 원서로...하면서 후회 아닌 후회를 헸지.
(사실 '달'도 원서로 가지고 있긴 한데 그건 그냥 포기했다. ㅠㅠ 고전 3부작 중 일식, 장송은 한국판으로 이미 봤고 달은 원서로 보려고 안 보고 있었는데 결국 한국판으로 봐야할 듯.)
두 번째 작품은 타카세가와. 센티멘털인데 이건 내용이 특별히 어렵다거나 하진 않았는데 단어가 어려웠다. 읽은 사람들은 알겠지만 성에 대한 묘사가 많이 나오는지라... 한국말로 하면 어렵지 않은 단어지만 내가 일본어로 그런 단어들을, 회화도 아니고 문자로 알고 있겠냐고 ㅋㅋㅋㅋ 사전 찾아보면 때로는 식겁하고 때로는 기가 차고 그랬다.
페트병 속에서 서로 어우러지며 기묘한 예술품 같은 느낌을 내는 두 사람의 속옷은 남녀가 서로 몸을 섞어가며 만들어내는 사랑의 상징물이었겠지?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며 옷을 벗기고 그런 행위 하나하나에 소심한 의도와 의미가 오간다. 처음엔 마구 구겨넣은 속옷이었지만 다 밀어넣고 보니 예술품처럼 독특한 형상으로, 느낌으로 다가오는 행위가 끝난 후의 모습.
세 번째 작품은 추억. 이 작품이 제일 곤란했는데... 사실 난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다. 이건 그냥 패스. 나중에 한국판으로 보고 이해하겠음이라고 무조건 항복.
네 번째 작품은 얼음 덩어리. 이 작품이 가장 인상적이었다. 처음에는 어떻게 읽어야 할 지 몰라서 응? 왜 글이 안 이어지지 했지만 이내 어떻게 읽어야 할 지 알게 되더라. 지면이 상하로 나뉘어져서 상단에는 소년의 이야기가, 하단에는 여자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그리고 그 구분을 없애버리고 기술 한 부분은 두 사람의 이야기에 공통적으로 삽인되는 부분이다. 한국판에서는 왼편, 오른편으로 나뉘어서 기술한 것 같은데 공통 부분은 어떻게 처리했지? 이중 기술을 했나?
이 작품은 형식도 인상적이었지만 내용도 흥미로웠다.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소년은 가족들의 은폐에 의해 현재의 어머니를 친어머니로 알고 자란다. 그러다 어느 날 모든 사실을 알게 된다. 어머니 사진 한 장을 들고서 어머니의 웃는 모습, 우는 모습, 화난 모습 등을 상상하며 그림을 그리던 소년은 자신이 그림을 더 잘 그릴 수 있게 되면 어머니를 더 잘 그릴 수 있다고, 그림을 통해 어머니를 만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어머니를 생각하며 매주 목요일 도서관에서 미술 관련 책을 보던 소년은 그림이 아닌 현실속에 존재하는 어머니를 보게 된다.
여자는 십여년의 도쿄 생활을 접고 다시 시골로 돌아왔다. 자신의 꿈을 위해 대학원까지 그만두며 하던 일이 있었으나 현실적인 문제에 부딪혀 고민하던 찰나, 때마침 고향에서 좋은 일자리 제안이 들어온다. 새로운 미술관을 만드는 것. 그 미술관 직원으로 참여하는 것. 여자는 고민 끝에 고향으로 돌아왔고 그렇게 지루한 일상이 시작됐다. 그러던 어느 날, 여자는 병원을 가게 됐고 그 곳에서 만난 유부남 의사와 불륜을 시작했다.
소년은 도서관에서 책을 보다가 목이 말라 자판기에서 음료수를 샀고, 그 음료수를 손에 쥐고 고개를 들었을 때 맞은편 카페에서 어머니를 보았다. 존재할 리 없는 어머니를 본 소년은 갖가지 생각에 휩싸인다. 소년은 그 사람이 어머니가 아닐거라는 합리적인 이유들을 합리화시켜가면서 그 사람이 어머니일 거라고 굳게 믿는다. 그리고 매주 목요일, 기다림과 설레임 속에 매주 어머니를 보러 간다.
여자와 남자는 도서관 앞 카페에서 만나 호텔로 이동한다. 늘 여자가 먼저 남자가 데리러 올 시간에 맞추어 카페에 가서 기다리고 있다. 그 날도 어김없이 남자를 기다리던 여자는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고개를 들어 맞은 편 도서관을 봤을 때, 한 소년과 눈이 맞았다. 하지만 이내 소년은 눈을 피하고 또 고개를 들어보면 소년이 바라보고 있곤 했다. 이런 일이 반복되면서 여자는 그동안 느끼지 못했던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혹시 저 소년이 남자의 아들인걸까?
대로를 사이에 두고 도서관과 카페에서 서로 다른 생각을 하는 소년과 여자. 자기가 처한 상황 속에서 상대방의 출현을 해석하고 이해하며 이윽고 그 둘이 실제로 어머니가 아니라도, 남자의 아들이 아니라도 상관없는 자기만의 세계로 이어지는 이야기들.
한국판으로 읽으면 더 재밌었을까? 사실 사전 찾기 귀찮아서 모르는 단어들은 대충 문맥상 이해하고 넘어간 게 많아서 내가 이 책을 리뷰를 쓸 수 있을 정도로 이해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한번 더 읽고 싶기도 하지만 선뜻 손이 안 가네. ㅋㅋㅋ
그래도 확실히 원서로 보니까 작가의 문체를 더 잘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물론 번역해도 어려운 단어들이 많아 굳이 일부러 이런 단어들을, 이런식의 표현들을 쓰는구나 하고 알긴 하겠지만 굳이 한자로 쓰지 않아도 되는 걸 한자로 쓴 거라든지, 대화체에서는 히라가나로 쓰고 서술 부분에서는 한자로 쓰고 하는 등의 디테일까지 표현하지는 못했겠지.
이번 일본 여행갔을 때, 북오프를 못 찾아서 또 찾아다닐 시간이 없어서 못 간게 좀 아쉽네. 아쉬운대로 그냥 서점에서 하루키의 1Q84를 사오긴 했지만 히라노상 책을 아예 못 사와서 좀 아쉬움. 그래도 얼굴없는 나체들은 내가 2009년에 일본에서 문고본으로 이미 사 왔음.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