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31년 경기도 개풍 출생
 1950년 숙명여고 졸업, 서울대학교 국문과에 입학했으나 한국전쟁으로 1951년 학업 중단
 1970년 「여성동아」장편 공모에 '나목'이 당선되어 등단
 1980년 '그 가을의 사흘 동안'으로 한국문학작가상 수상
 1981년 '엄마의 말뚝'으로 이상문학상 수상
 1990년 대한민국문학상 수상
 1991년 <미망>으로 제3회 이산문학상 수상
 1991년 중앙문화대상 수상
 1992년 현대문학상 수상
 1993년 <꿈꾸는 인큐베이터>로 제 38회 현대문학상과 중앙문화대상 수상
 1994년 '나의 가장 나종 지니인 것'으로 제 25회 동인문학상 수상
 1995년 한무숙문학상 수상
 1997년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로 제5회 대산문학상 수상
 1998년 문화관광부로부터 보관문화훈장 받음
 1999년 <너무도 쓸쓸한 당신>으로 제14회 만해문학상 수상


삶과 글

박완서 문학의 백미는 우리 주변의 일상 속에 깊이 파고들어 소름끼칠 정도로 예리하게 그 단면을 싹둑 잘라서는 우리네 인간들이 갖고 있는 온갖 거짓과 그리고 가슴아플 정도로 소중한 진실들을 드러내 보여주는 데 있다.

이즈음 신세대 작가들의 발랄한 상상력과 때로는 환상적일 정도로 색다른 세계의 이야기가 아니라 너무나 우리에게 익숙한 등장인물들이 등장하고 그러한 상황들이 출현하면서 아무런 거리감없이 순식간에 그의 소설 속으로 빠져들어가게 된다.

40이 되어서야 문단에 등장한 그에게 남다른 점이 있었다면 처녀 시절부터 넘쳐나도록 싱싱하게 그의 오감을 채우고 있었던 감수성과 자의식이라고나 할까. 그의 삶은 순탄함과는 거리가 있는 것이었지만, 그 시절을 살아온 그 세대의 사람들 치고 그만한 파란곡절을 겪지 않은 사람은 또 얼마나 될까.

개성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박완서에게 한국전쟁은 평생 잊을 수 없을 만큼 참절한 아픔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의용군으로 나갔다가 총상을 입고 거의 폐인이 되어 돌아온 '똑똑했던' 오빠가 '이제는 배부른 돼지로 살겠다'던 다짐도 헛되이 여덟달 만에 죽어 나가고, 1.4후퇴의 서울에서 먹을 것을 찾아 남의 집 물건에까지 손을 대야 했던 시절을 그는 살아내야 했다.

배고팠던 그 시절의 우리네 일상과는 너무나 달랐던 별천지, 미군 피엑스에서 넘쳐나는 미군 물자와 문화에 비굴하게 길들여져 가던 시절도, 같은 피엑스 직원이었던 남자와 첫사랑에 빠져 결혼에 이르던 아름다운 시절도, 그 남자가 끝내 암으로 세상을 떠났던 시절도, 뒤이어 1년 만에 아들을 가슴에 묻었던 시절도, 이제는 그의 가슴 속에서 정화되고 또 정화되어 박완서 문학의 거대한 봉우리 하나하나로 솟아나 있다.

이제는 천주교에 귀의하고 거처까지 한강을 내려다 보는 한적한 근교의 마을에 잡아 놓은 그에게 먼저 떠난 남편과 아들은 '저승길의 든든한 빽'으로 다시금 그의 삶 속에 돌아와 있다.

기쁨도 슬픔도 즐거움도 아픔도, 그리고 일상의 사소한 부딪힘이나 삐그덕거림마저도 모두다 문학이 되어 나오는 그의 '신기'는 나이를 먹을수록 그 진가를 더해간다. 삐그덕거리고 찌그덕거리며 살아가는 모든 소시민들에게 박완서 문학은 여전히 변함없는 길동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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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풀섶에만 맺히는 이슬 같은 것이다.
두 손 맞잡음으로만 완성되는
동그라미 같은 것이다.
수십 번 부서지고도
끝내 뭍으로만 향하는
멍든 바다 같은 것이다.
 
우리가 서로 사랑한다는 것은
인력 같은 운명이다.
도무지 거역할 까닭을 찾을 수 없는
참으로 견고한 명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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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고장에 내려오는 뒷간 얘기는 다 도깨비 얘기였지만 무서운 도깨비는 아니고 조금은 못나고 유쾌한 도깨비였다. 코가 막혀 냄새를 못 맡는 도깨비가 뒷간에서 밤새도록 똥으로 조찰떡을 빚는다고 했다. 재를 콩고물이나 팥고물인 줄 알고 맵시있게 빚은 조찰떡을 재에다 굴리기를 되풀이하면서도 아까워서 한 입도 맛을 안 보다가 새벽녘에 다 빚고 나서 비로소 맛을 보고는 퉤퉤, 욕지기 하면서 홧김에 원상태로 휘젓고 간다는 것이다. 만일 한창 그 일에 열중하고 있을 때 기침을 안 하고 뒷간문을 열면 도깨비는 들킨게 무안해서 얼른 "조찰떡 한 개만 잡수." 하면서 그 중에서 제일 큰 걸 내놓는데 안 먹으면 무슨 해코지를 할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시골애들은 심심해서 어떻게 살까 불쌍하게 여기는 건 서울내기들의 자유이지만 내가 심심하다는 의식이 싹트고 거기 거의 짓눌리다시피 한 것은 서울로 오고 나서였다. 서울 아이들의 장난감보다 자연의 경이가 훨씬 더 유익한 노리갯감이었다고 말하는 것도 일종의 호들갑일 뿐, 그 또한 정말은 아니다.               우리는 그냥 자연의 일부였다. 자연이 한시도 정지해 있지 않고 살아 움직이고 변화하니까 우리도 심심할 겨를이 없었다. 농사꾼이 곡식이나 푸성귀를 씨 뿌리고, 싹트고 줄기 뻗고 꽃피고 열매 맺는 동안 제아무리 부지런히 수고해봤자 결코 그것들이 스스로 그렇게 돼 가는 부산함을 앞지르지 못 한다.

만약 그때 엄마가 내 도벽을 알아 내어 유난히 민감한 내 수치심이 보호받지 못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민감하다는 건 깨어지기가 쉽다는 뜻도 된다. 나는 걷잡을 수 없이 못된 애가 되었을 것이다. 하여 선한 사람 악한 사람이 따로 있는 게 아니라, 사는 동안에 수없는 선악의 갈림길에 있을 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텃밭에는 먹을 게 한창일 때였다. 당장 따서 쪄낸 옥수수의 감미를 무엇에 비길까. 더위가 퍼지기 전 이른 아침 이슬이 고인 풍성한 이파리 밑에 수줍게 누워있는 애호박의 날씬하고도 요염한 자태를 발견했을 때의 희열은 또 어떻고. 못생긴 걸 호박에 비기는 건 아무것도 모르는 도시 사람들이 지어 낸 말이다. 늙은 호박에 비한 거라고 해도 그건 불공평하다. 사람도 의당 늙은이하고 비교해야 할진대 사람의 노후가 늙은 호박만큼만 넉넉하고 쓸모 있다면 누가 늙음을 두려워하랴.

승리의 시간은 있어도 관용의 시간은 있어선 안 되는게 이데올로기의 싸움의 특성인 것 같다.

그 때 문득 막다른 골목까지 쫓긴 도망자가 휙 돌아서는 것처럼 찰나적으로 사고의 전환이 왔다. 나만 보았다는데 무슨 뜻이 있을 것 같았다. 우리만 여기 남기까지 얼마나 많은 고약한 우연이 엎치고 덮쳤던가. 그래, 나 홀로 보았다면 반드시 그걸 증언할 책무가 있을 것이다. 그거야말로 고약한 우연에 대한 정당한 복수다. 증언할 게 어찌 이 거대한 공허뿐이랴. 벌레의 시간도 증언해야지. 그래야 난 벌레를 벗어날 수 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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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속에서 기침하는

벙어리 겨울나무처럼

그대를 사랑하리라

 

밖으로는 눈꽃을 안으로는 뜨거운 지혜의 꽃 피우며

기다림의 긴 추위를 이겨내리라.

 

비록 어느 날

눈사태에 쓰러져

하얀 피 흘리는 무명의 순교자가 될지라도

후회없는 사랑의 아픔

연약한 나의 두 팔로 힘껏 받아 안으리라.

 

모든 잎새의 무게를 내려 놓고

하얀 뼈 마디마디 봄을 키우는 겨울나무여

 

나도 언젠가는 끝없는 그리움의 무게를

땅 위에 내려놓고 떠나리라.

 

노래하며 노래하며

순백의 눈사람으로

그대가 나를 기다리는

순백의 나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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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릴적 우리 엄마 매일 하신 말
이담에 커서 뭐 될라고 그러니
존경받는 의사 변호사가 되려면
그만 놀고 방에 들어가 공부 좀 해라
마마마 마더 나는 노래하고 싶어요
스티비 원더 비지스 처럼 노래 할래요
마마마 선 너는 못생겨서 안된다
쓸데없는 꿈꾸지 말고 공부나해라


우리 아빠 엄마 몰래 방에 들어와
우리 아들 노래 한곡 들어나 볼까
나 태어나 처음 보는 공개 오디션
너무 기뻐 목이 터져라 노래 불렀죠
마마마 파더 나는 노래하고 싶어요
힘든 세상 밝게 비추는 노래 할래요
마마마 선 너는 키작아서 안된다
엄마 들어오시기전에 잠이나 자라


성적표에 수나 우는 찾을 수 없고
정서가 불안한 아이라는 선생님의 의견
심각해진 우리 엄마 내게 하신말
피아노를 배워 보면은 안정되겠지
마마마 마더 나는 노래하고 싶어요
아름다운 피아노 치며 노래할래요
마마마 파더 나는 춤을 추고 싶어요
못생기고 키가 작아도 할 수 있어요
마마마~ 뮤직 마마마~ 댄스
흰머리에 나이 들어도 노래할래요
마마마~ 뮤직 마마마~ 댄스
세상 모두 하나가 되는 노래할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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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느티나무 2004-01-18 12: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재밌는 노래다..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이 있고 되고 싶은 꿈이 있다는 자체가 얼마나 좋은가....... 아이들의 소중한 꿈을 인정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