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온돌, 솟대, 백의, 서낭당, 소리 따위야말로 우리 문화의 알파요 오메가가 아닐까. 가장 흔하고 평가 절하된 것들 속에도 진리와 진실, 권위, 품격 따위는 숨어 있는 법. 솟대와 장승은 마을마다 있으니 수를 헤아리기 어렵고, 현대화된 아파트에도 온돌 문화는 살아 있으니 문화적 지속성에서 견줄 만한 것이 없다. 풍물굿은 세계 무대에서도 손색이 없으니 민족 문화적 특수성과 세계 문화적 보편성을 균형감있게 보여준다.
♧ 문화는 그저 생활의 반영일 뿐, 최고도 최저도 없다.
♧ 꽹과리나 징 같은 쇠로 만든 악기를 두들기면 여기에서 나오는 고유 주파수가 사람의 머리 부분을 건드린다. 평소에 만성 두통이 있는 사람들은 꽹과리를 하루에 한두 시간씩 한 3개월 정도 두들기면 효과를 금방 볼 수 있다. 또 남자들이 간밤에 지나치게 과음을 하고 난 후 아침에 일어나서도 숙취에 시달릴 때 이 방법을 쓰면 좋다. 이처럼 쇠로 만든 악기들이 만들어 내는 주파수는 사람의 머리 부분을 울려서 뇌파의 리듬을 활성화시켜 적당하게 흥분시키고 힘을 북돋게 하는 효과가 있다. 우리나라 양궁 선수들이 요란한 꽹과리 소리에서 힘을 얻고 오히려 집중력이 향상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다음으로 장구나 북 같은 가죽으로 만든 악기들은 인체의 배와 가슴을 울린다. 따라서 위장이 나빠서 소화가 안된다든지, 간, 폐 등이 안 좋은 사람들은 장구나 북 등을 열심히 두들기면 금방 효과를 보게 된다. 장구나 북이 없거나 칠 줄 모르는 사람들은 우리 음악을 찾아서 들으면 된다.
이렇게 우리 악기는 허약한 인간들에게는 건강을 되찾아 주는 악기인 데 반해 곤충들은 이들 악기 소리를 너무너무 싫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 한국 사람은 이 세상에서 리듬이 제일 발달한 민족이다. 그 원인이 뭐라고 생각하느냐고 질문을 하니까 100퍼센트 모두가 코리언들은 숟가락, 젓가락 때문에 이 세상에서 제일 리듬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 서양 사람들은 밥을 먹는 데 포크와 나이프를 사용한다. 그러나 포크와 나이프를 서양 사람들이 제대로 사용한 지는 400여년밖에 되지 않는다. 그럼 그 전에는 무엇을 사용했을까? 손이다. 손으로 음식을 먹었던 것이다.
그 사람들은 이런 사실을 부끄럽다고 감추려고 하는데 지금도 흔적이 남아 있는 게 있다. 우리는 아기가 서너 살 되면 턱받침을 떼어 낸다. 하지만 서양 사람들은 밥만 먹었다 하면 늙어 죽을 때까지 턱받침을 한다. 손으로 음식을 먹다 보니 질질 흘리는 게 습관이 되어 그런 것이다.
손으로 음식을 섭취했느냐, 아니면 수저를 사용했느냐 하는 문화 요인 하나에서 매우 많은 요소들이 파생된다. 손으로 음식을 먹는 서양 사람들이 뜨거운 음식을 좋아할까, 차가운 음식을 좋아할까?
물론 차가운 것을 좋아한다. 뜨거운 음식은 우선 손으로 집어들기가 어려운 탓이다.
♧ 우리나라 3대 음식인 김치, 젓갈, 장이 모두 발효 식품이다. 우리 조상은 현명하게도 일찍부터 삭혀 먹는 요리법을 개발했다. 연전에 우리나라에 온 프랑스 출신의 세계적인 인류학자는 이렇게 말했다.
“ 서양 요리는 기본적으로 구워 먹는 방식이다. 음식을 불에 구워 먹는 것은 원시 시대부터 있었던 단순한 조리법에 속한다. 그런데 한국의 김치는 삭혀 먹는, 즉 발효시키는 음식이다. 발효 시키는 요리법은 굽는 요리법보다 진보한 문명을 나타낸다.”
♧ 한 글자 한 글자 다음에 들어가는 ‘ㅎ' 소리가 기음이다. 기음이 들어가지 않으면 소리의 맛이 살아나지 않는다.
그러나 기음이 들어가면 소리에 한 맛을 더한다. 기음은 듣는이로 하여금 신명을 좌지우지 하는 음성적인 큰 힘을 지니고 있다. 더구나 이 기음은 흥겨운 노래에 들어가면 더욱 흥겨워지고, 한스러운 노래에 들어가면 더욱 한스러워지는 희한한 성질을 가지고 있다.
♧ 지구상에 밥을 비벼 먹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다. 또 쌈밥, 쌈을 싸먹는 나라도 우리나라밖에 없다.
♧ 시나위란 한마디로 음악의 비빔밥이요 쌈밥이다. 장구 장단에 맞춰 대금은 대금대로 나가고, 아쟁은 아쟁대로, 해금은 해금대로, 피리는 피리대로, 이렇게 섞여 나가는 것이다. 하지만 섞여도 서로 충돌하지 않고, 서로 가락을 주고받고 나누어 가지면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면서 자연스럽고 매끄럽게 어울려 나가는 소리가 바로 우리의 소리다.
♧ 우리의 음악은 즉흥 음악이다. 우리 음악은 원래 악보를 보고 배우는 것이 아니고 스승이 제자에게 입에서 입으로 전승해 왔다. 그래서 가르치는 사람마다, 또 배우는 사람마다 개성이 발휘되어 조금씩 달라져 왔는데 이것이 즉흥성의 뿌리가 되었다.
♧ 요즘 서양의 재즈라는 음악과 사물놀이 같은 우리 음악이 한데 어울려 자주 공연을 갖기도 하는데, 그럴 수 있는 이유도 바로 즉흥성에 있다. 재즈란 음악도 원래 악보 없이 즉흥으로 연주하는 데 매력이 있다.
♧ 서양의 악기들은 한 음 한 음을 정밀하게 내도록 요구받는다. 정교한 맛은 있지만 그만큼 까다롭다. 익은 맛, 삭은 맛보다는 정확함과 과학성을 추구한다. 뒤섞임과 어울림보다는 개성과 독자성에 비중을 둔다. 하지만 우리의 음악과 악기는 결코 까다롭지 않다. 아무거나 막 섞어도 어울리고 따로따로도 그 독자성을 발휘할 수 있는 음악이 바로 우리 음악이다. 그만큼 우리 음악의 악기들과 노래들은 편협되지 않고 너그러우며 받아들이는 폭이 넓다.
♧ 서양 사람들이 눈물에 인색한 이유는 또 다르다. 그 사람들은 이별에 굉장히 세련되어 있다. 왜냐? 이별이 워낙 많기 때문이다. 서양 사람들은 육식을 하는 민족이다. 이 사람들은 초원을 찾아서 소도 따라다니고 양도 따라다니는 이동성 민족이다. 그러다 보니까 이별을 겪는 경우가 대단히 잦고 이별하는 방식도 굉장히 세련되어 있다. 서양 사람들은 자기 부모와 헤어질 때도 뽀뽀 한번, 악수 한번으로 끝이다.
반면에 우리는 농경 민족이다.
♧ 우리 민족은 홀수에 미친 민족이다. 우리 조상들은 1, 3, 5, 7, 9의 홀수는 만물을 생장시키는 생수라 했고, 2, 4, 6, 8, 10의 짝수는 만물이 결실을 맺게 하는 성수라했다. 우리는 만물을 생장시키는 홀수를 좋아한다.
우리 민족은 무엇이드 짝이 딱 맞아떨어지는 것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뭐든지 하나 남는 문화를 좋아한다. 이 문화를 ‘덤문화’라고도 부른다.
♧ 이 방향은 또 색깔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동서남북 사방에는 각기 색깔들이 부여되어 있었다. 동쪽은 파란색, 서쪽은 흰색, 남쪽은 붉은색, 북쪽은 검은색이었다. 고구려 고분에는 동서남북 사방을 상징하는 동물들의 벽화가 있는데, 동쪽에는 청룡, 서쪽에는 백호, 남쪽에는 주작, 북쪽에는 현무였다.
또한 우리네 인식 체계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이 땅은 다섯 방위의 신들이 보호를 해주고 있다고 믿었다. 이 신들은 각자 나름대로의 색깔을 지니고 있는데, 동쪽은 청제 장군, 남쪽은 적제 장군, 서쪽은 백제 장군, 북쪽은 흑제 장군, 중앙은 황제 장군이다.
♧ 화투를 민속 놀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는데, 그건 아니다. 화투는 원래 포루투갈 상인들이 카르타라는 일종의 딱지 놀이를 일본에 전래한 데서 유래했다. 일본 사람들은 그것을 개조해서 하나후다, 즉 꽃딱지라는 것을 만들었는데, 그걸 조선에 퍼뜨린 거다.
일년 열두 달을 상징하는 꽃들을 그려 넣어 만든 것까지는 좋은데, 12월의 비 그림에 일본식 복장이 들어간 것이나, 3, 4월을 상징하는 꽃으로 개나리나 진달래가 아닌 벚꽃, 싸리 등이 그려진 걸 보면 일본 냄새가 풀풀 풍긴다.
♧ 우리 창법은 서양 창법과 완전히 거꾸로다. 한마디로 우리는 앞이 세다. 호흡을 해서 성대를 거쳐 입으로 나오는 소리가 아니다. 이를테면 입부터 먼저 만들고 뒤에 서대가 따르는 식, 즉 호흡→ 입→ 성대의 순서다.
♧ 자장가에서도 우리 음악의 중요한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우리 음악의 특징은 뭐다? 무조건 센박이다. 우리 음악은 자장가조차도 부드럽게 부르는 게 아니고 세게 부른다.
♧ 어릴 때 가슴하고 배를 두들겨 주면서 재우면 한방에서 하는 이야기로 오장육부가 튼튼해진다고 한다. 아주 어릴 때부터 두들겨서 키우면 굉장히 좋다. 알타이 민족들이 보통 보면 아기들을 두들겨 재우는데 우리 아기들은 두들겨 맞으면서도 잘잔다. 자장가 자체도 센박이지만 자장가를 부르는 행동조차 센 것이다.
♧ 자장가에서부터 시작되어 한국 사람들은 평생 동안 4박자하고 같이 간다. 어릴 때 부르던 노래들도 전부 4박자의 구조다.
♧ 임금의 행차 - 연례악, 회례악
♧ 지구상에 제사 지내면서 음악을 연주하는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제례악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공자, 맹자께 제사 지내는 문묘 제례악이 있고, 전주 이씨들 제사 지내는 종묘 제례악이 있다. 여기서 문제 하나, 우리나라 무형 문화재 1호가 무엇일까? 상식으로 꼭 알아 두자. 바로 종묘 제례악이다.
♧ 양반들의 음악에 비해 일반 민중들의 음악은 감정 표현이 훨씬 자유스러웠다. 민중들의 음악은 민악, 속악, 향악, 민속악이라 부르는데, 삶의 질박한 소리들을 꾸미지 않고 진솔하고 자유롭게 표현한 각 지방의 ‘소리’들이다.
남도 예술의 극치인 민족의 구비 서사시 ‘판소리’, 그리고 판소리에서 파생되어 나온 장르로 판소리식으로 악기를 연주하는 ‘산조’, 가야금이나 거문고를 연주하면서 판소리나 소리를 하는 ‘병창’, 판소리를 여러 명이 역할을 나누어 연주하는 ‘창극’, 우리의 절대 신명인 풍물, 사물 등 이름만 들먹여도 신명나는 많은 민속 예술들이 음악과 넘나들고 춤과 넘나들면서 지금도 우리 주위에서 시퍼렇게 살아 있다.
♧ 1고수, 2창, 3청중
고수-반주자
역할- 고유의 반주자 기능, 연출자 기능, 상대자 기능(추임새)
♧ 우리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양념인 추임새란 대체 뭘까? 추임새란 추켜 세워 준다는 뜻에서 나온 말로 그 정의를 내려보면, 연주자나 소리꾼에게 흥을 돋워 주기 위해 넣는 탄성음이라고 할 수 있다.
♧ 경기도, 황해도, 평안도 - 얼쑤
봉산탈춤, 강령탈춤, 산대놀이 등 탈춤을 보러 온 청중은 이 장단이 나오면 얼쑤! 얼쑤! 얼쑤! 이런 것을 넣어줘야 한다.
♧ 경기도, 황해도, 평안도 지방에서는 흔히 타령이라는 장단을 많이 쓴다.
♧ 전라도로 가면 추임새가 전라도 사투리로 변한다. 얼쑤 하던 것을 ‘헐씨고!’ 한다. 이렇게 전라도 사투리로 해주어야 맛이 난다. ‘헐씨고, 좋다, 좋지, 잘 헌다!’ 이것이 전라도의 추임새다. 잘 한다가 아니고 ‘잘 헌다’이다. ‘그렇지, 암믄, 어이!’ 하는 것도 있다.
♧ 경상도에서는 ‘잘 한다~’ 하면서 뒷부분을 쭉 뽑아 올려 주어야 한다.
잘 한다--(자진모리 2장단 정도), 아이고 누집 아들이고--,
얼씨고 조오타--
경상도 추임새는 뭐든지 쭉 뽑아 주면 무조건 좋은 추임새가 된다.
♧ 강원도와 경상도를 가로지르는 태백산맥을 따라 들일을 한다든지, 나물을 캔다든지, 산에서 일을 할 때는 독특한 추임새를 넣는다. ‘이후후후후-’ 하는 아주 높은 고주파의 가성이다. 이 소리를 산 노래(어산령, 사영이노래, 나무꾼노래)의 중간중간에 추임새로 넣는다.
♧ 덕이 없는 재주는 어느 정도 발전하다가도 결국 벽에 부딪히고 만다. 이러한 내면의 인물됨을 갖추었을 때 우리는 넓을 광자, 큰 대자를 써서 광대라고 부른다.
♧ 경상도 지역에서는 옛날에 ‘소리 해봐라’고 할 때 ‘진소리 한자리 해봐라’했고 호남 지방에서는 ‘육자배기 한자리 해봐라’고 했다. 또 충청, 경기도 지방에서는 ‘경드름’이라는 말을 썼고, 입구 지방에서는 소리를 ‘염불’이라 부르기도 했다. 그중에서 호남 지역의 소리들을 중심으로 민간에 떠도는 설화나, 민담, 전설들이 서사적으로 집대성 heldj 음률을 타서 만들어진 것이 바로 판소리다.
♧ 양반들의 성악: 노래 - 시조, 정가, 가곡
백성들의 성악: 소리
강원남부, 경상도 - 진소리(길게 뽑아낸다)
메나리 소리(산메아리 지르듯이 소리를 낸다)
전라도 - 육자배기(호남의 여섯 박자 육자배기가 대표 통칭으로 쓰임)
충청, 경기도 - 경드름, 경토리
황해, 평안도 - 염불(염불하듯이 목을 쓴다)
수심가(대표적인 소리가 통칭으로 쓰인 예)
♧ 판소리의 제격은 전라도다. 지역성을 얘기했는데, 정치에서는 지역성이 강조되면 안되지만 우리 예술에서는 지역성이 강조되어야 더욱 풍부해지고 생생해진다. 정치에서 지역성은 독약이지만 우리 음악에서 지역성은 보약이다.
♧ 장구 치는 것을 유심히 관찰해 보면 오른손과 왼손이 전부 따로 움직인다는 걸 알 수 있다. 대개 오른손엔 장구채를 쥐고 채편을 치고, 왼손은 손바닥으로 장구의 궁편을 친다. 따라서 오른 손과 왼손을 놀리는 모양이 서로 다르다. 방향만이 아니라 힘을 주는 정도도 다르고, 움직이는 속도도 다르다.
우선 장구를 배우기로 마음을 먹으면 오른손과 왼손, 양손의 신경이 자기 마음 먹은 대로 잘 돌아가야 한다. 이게 장구와 맞는 팔자다.
♧ 악기를 현악기, 관악기, 타악기 등으로 분류하는 것은 서양식 분류이고, 우리는 원래 향악기, 아악기, 당악기처럼 악기들을 용도에 따라 분류하거나, 금부, 사부, 죽부, 목부 등의 악기 재료에 따라 분류했다.
♧ 타악기는 현악기나 관악기처럼 음의 높낮이를 중시하는 게 아니라 리듬을 중시한다. 그래서 타악기는 가장 연주하기 쉬운 악기인 동시에 가장 연주하기 어려운 악기라고도 한다. 이 말이 뭔고 하니, 배우기는 쉬워서 누구나 금세 연주할 수 있지만 잘하기는 어려워서 완성을 보려면 시간이 무척 오래 걸리다는 얘기다.
타악기는 가장 먼저 생긴 악기이기에 아직 원시성이 남아 있다. 타악기 소리를 귀 기울여 들으면 어딘가 모르게 태고의 냄새가 난다. 또 타악기는 음의 높낮이가 아닌 리듬을 중시하는 악기이기에 리듬감과 힘의 강약이 가장 중요하다. 이렇게 힘이 넘치는 악기가 바로 타악기다.
우리 음악은 타악기가 굉장히 발달했다. 사실 우리 음악에서는 타악기가 가장 기본이다. 한 가지 예를 들어 앞에서 우리 음악을 하려면 어떤 종류를 하든 반드시 장구를 배워야 한다고 이야기했다.
서양 음악에서 그런 역할을 하는 악기는 뭘까? 피아노다.
♧ 박자나 음계, 화음 따위의 음악 이론을 자세히 가르치는 건 음악 학교 학생들한테나 하는 교육이다. 음악 학교가 아닌 일반 음악 교육에서는 이론보다는 음악 자체를 가급적 많이 들려주는 게 최고다.
굳이 이론이 필요하다면, 우리 음악은 앞이 세게 나가는 센박이다. 우리 창법은 호흡을 먼저 하고 소리를 터뜨리는 방식이다. 이런 정도만 배우면 우리 음악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다.
♧ 멍이 분노로 변하면 ‘살’이 되고, 슬픔으로 변하면 ‘한’이 되고, 체념으로 변하면 ‘원’이라 했다. 이러한 살얼음판의 섬뜩한 기운들은 가슴에 맺혀 있다가도 탈출의 통로를 조금이라도 찾았다 싶으면 끝없는 사설과 끝없는 반복으로, 들판의 일 노래로, 산판의 목도 노래로, 갯가의 뱃노래로 민중들의 입에서 입으로 통시적으로, 또 공시적인 시대성으로 같이 하다가 삶의 거울로, 살아 있는 소리로 우리들 곁에 머물러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