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간만에 아이들 얼굴을 본다고 생각하니 설레여서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어찌나 떨리던지..

아이들한테 이쁘게 보이고 싶어서 화장도 열심히 했다. (하지만 아이들은 그걸 모른다ㅠ.ㅠ)


나를 처음 보자마자 ○○는

"선생님 키가 왜 이렇게 작아지셨어요?" 그런다.

풋... 아이들이 방학동안에 키가 많이 컸다.

게다가 다들 더 이뻐지고 멋있어졌다.

이렇게 이쁘게 길러놨는데..(내가 다 기른 건 아니지만ㅋ ^^;;) 아이들을 이제 졸업시켜서 다른 선생님들께 맡길 생각을 하면 언제나 좀 서운하다.


이 작은 학교에 발령을 받고 지난 1년을 되돌아보니 참 너무 많은 생각이 떠오른다.

고생한 일들도 엄청 많지만.. 나름대로 즐거운 일이 훨씬 더 많았다.

아이들 사진을 혼자서 슬쩍 꺼내보면.. 아이 한 명 한 명에 대한 추억이 너무 많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이 편지 속에 “언제나 선생님 속만 썩혀드려서 죄송해요.” 라고 쓰고 있지만 나는 아이들 때문에 속 썩은 기억이 없다. 다만 언제나 행복했을 뿐.

아이들은 알까.. 늘 사랑한다고 말하지만.. 선생님이 진짜로 얼마나 너희들을 사랑하고 있는지..


첫정이란 이렇게 무서운 거구나.

내 첫사랑. 우리 반! 너희들 떠나면 많이 보고 싶을 거야.. 우리 남은 시간도 더욱 사랑하며 지내자~ 선생님은 너희들을 정말로 많이많이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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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샘 2005-12-06 15: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느티나무님처럼 임시소집일 전날 잠을 이루지 못하던 적이 있었지요... 벌써 십여 년 전 일입니다만... 요즘은 임시 소집을 전날엔 생활 습관이 바뀌어 잠을 이루지 못할 뿐이랍니다.

한 해를 보내며 업무도 많은데, 예쁘게 마무리 하시기 바랍니다. 2월은 아이들과 분위기있게 이별하기엔 너무 정신없는 달이지요. 그런데, 지내다보니, 그렇게 이별하는 게 오히려 좋답니다. 가야할 때가 언제인지를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짧은 수록 좋은 거니까요. 정신없이 보내고 5월에 만나면 아이들은 석 달 만큼 자라있고, 그 만큼 예뻐져 있지요. 우린 그 만큼 늙어 있겠지만.

그러면서 저도 마흔을 바라보네요. 젊은 느티나무님 서재를 우연히 돌면서 리뷰 몇 편 읽었을 뿐인데, 제 예전 생각이 자꾸 나서 몇 자 적습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선생님을 철부지라고 여긴다고 기분 나빠하지 마세요. 선생님은 이제 초년생인 줄 아이들은 다 알거든요. 중학교 3학년은 벌써 9학년인데 초보 선생님을 보면 재미있게 느끼게 마련 아닐까요. 아이들 학년보다 근무연한이 늘어가면서 재미는 줄어든답니다.  재미있는 젊은 날들을 많이 많이 만드시길...


젊은느티나무 2004-02-16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렇군요^^ 지난 주 금요일에 아이들 졸업을 시켰는데요.... 그 전날까지도 너무 바빠서 이별에 대한 생각조차 못 했답니다.. 그래도 밤새 쓴 엽서를 마지막으로 나누어줄 때는 참을 수 없이 슬픈 마음에 엉엉 울어버렸지요. 올해부터 좀 여물어지면...이별을 좀 담담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까요..

프레이야 2004-02-28 23: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밤새 한장한장 엽서를 쓰고, 그걸 나누어주며 엉엉 우셨다니요... 감명받았습니다.
이런 선생님에 대한 아련한 기억이 별로 없어 안타깝네요. 다소 부정적인 선생님들에 대한 기억이 더 많네요, 생각해보니...

젊은느티나무 2004-03-07 18: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에 대한 좋은 기억이 별로 없으시다니 저 역시 정말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요~. 저는 아이들에게 감명을 참 많이 받는 답니다. 많이 배우고 있지요~ 늘 고맙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