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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친구가 마녀래요 - 2단계 ㅣ 문지아이들 6
E.L. 코닉스버그 지음, 윤미숙 그림, 장미란 옮김 / 문학과지성사 / 2000년 3월
평점 :
주말에 읽은 동화. 요즘 의도적으로 동화책을 많이 보려고 노력중이다. 근데 참 재미있다. 동화책이란거. 이 책은 '제목과 표지'에 속았다고 표현할 수 있다; 이 책에 대한 제대로 된 이해 없이 제목을 선정했고, 표지를 그린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제목만 보면. '내 친구가 마녀다' 이것이 판타지일까, 사실 동화일까 가늠이 안간다. 사실 이 책을 읽으면서 중반까지도 제니퍼가 마녀일까 아닐까에 대해서 엘리자베스처럼 완전히 속았다고 할 수 있다. 만약에 그것을 의도한 것이라면 그나마 제목을 봐줄만 하긴 하지만. 또 표지의 그림도 썩 잘 선택된 장면은 아닌 것 같다. 마치 거지 마녀의 형상을 하고 수레를 끌고 있는 제니퍼. 그것이 이 책의 핵심 주제는 아닌데.
표지. (상당히 마음에 안든다) / 제목. (역시 전혀 마음에 안든다)
외국 출판 다른 표지들. 모두 '개구리(두꺼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 외국 출판 표지들은 세 판본 모두 핵심 적인 위치에 '개구리'를 배치하였다. 이 개구리가 상징하는 바를 그들은 잘 이해했음이 분명하다. 개구리 '힐러리 에즈라'는 끝날 수 밖에 없는 '가장' 행위의 종말을 가져올 수 밖에 없는 대상이자, 이 둘의 관계에 균열을 결국에는 참된 화합을 가져오는 대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본론으로 들어가 보자. 주인공 엘리자베스는 뉴욕 근교로 이사를 온다. 전학생이라는 신분은 일단은 '차별적'인 요소가 된다. 또 키도 작고 썩 외향적이지 않은 리즈는 남들과 섞이지 못하고 늘 혼자 생활한다. 사람들이 다 나가고 난 텅빈 교실을 좋아할 정도로. (왜냐하면 그 상황에서는 혼자 있는 것이 스트레스가 아니기 때문) 이런 리즈에게 제니퍼라는 흑인 여자아이가 나타난다. (이 아이가 흑인이라는 사실은 후반부에 가서야 언급된다. but 삽화와 표지에서 이미 다 드러남) 흑인이라는 사실 말고도 키가 무척 크다는 이유 때문에 역시 대부분의 아이들과는 이질성을 갖는다. 이런 제니퍼는 자신을 '마녀'라고 소개하면서 리즈를 마녀 견습생으로 훈련을 시킨다. 외로운 리즈에게는 누군가 자신에게 접근해 줬다는 사실 만으로 반가운 일이며, 뭔가 신비로운 일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 역시 말도 안되는 제니퍼의 훈련(일주일 내내 날달걀 먹기, 생양파 먹기, 사탕 먹지 말기, 머리 자르지 말기 등등)을 견뎌 내도록 한다. 제니퍼의 '마녀' 행세는 끝이 날 수 밖에 없다. 언제까지고 자신을 마녀라고 주장할 수 없다. 그 거짓말은 '날 수 있는 연고' 만들기라는 실질적 마술 앞에서 들통날 수 밖에 없다. 그 연고의 재료인 두꺼비. 그 두꺼비에게 '힐러리 에즈라'라는 이름을 붙였는데 제니퍼와 리즈가 각각 하나씩 이름을 제안한 합성 이름으로 그들의 공동 행동, 우정이 반영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의 우정과 그간의 애정이 쌓인 두꺼비는 연고를 만들기 위해서 희생될 수 밖에 없는 존재이다. 아니 희생 될 수도, 안될 수도 없는 존재이다. 가마솥 마법의 연고를 만드는데 들어간다 손 치더라도 결코 마법의 약이 만들어지지 않을 것이며, 가마솥 안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서든 약만드는 과정이 방해를 받아 끝이 나는 것인데. 그것은 또한 우정에 금을 가게 하는 요인이기 때문이다. 결국 두꺼비를 넣으려는 제니퍼를 리즈가 제지하고, 제니퍼는 어쩔 수 없이 마녀견습생에서 '해고'를 시키고, 리즈는 제니퍼가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제니'를 외치고 뒤돌아선다.
그렇게 서로를 향해서 돌아선 아이들. 리즈는 몇일간 고열로 시달리고 문득 뒷 베란다 밖을 바라보다가 제니퍼의 정체를 알게 된다. 제니퍼가 마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자신이 마법의 약을 만드는 과정을 제지 시키지 않았더라면 제니퍼가 그러했을 거라는 사실을, 그동안 가지고 왔던 신기한 재료들, 식물들이 마법의 위력으로 생긴 것이 아니라 집 뒷편의 할머니 소유의 농장과 할머니가 모은 골동품 더미에서 가져온 것이라는 사실을. 이렇게 제니퍼의 정체를 다 파악한 리즈네 집에 누군가 초인종을 누른다. 다름 아닌 제니퍼이다. 이들의 거짓된 관계. 사실을 은폐한 관계. 이들은 이미 알고 있었다. 제니퍼가 마녀이기 때문에 함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런 사실들을 넘어서 좋기 때문에 함께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하지만 이러한 균열 후에야 이들은 그것을 직시하고 이전의 관계를 넘어서서 새로운 관계로 돌입하게 된다.
어찌보면 두 왕따의 친구 만들기 과정.으로도 볼 수 있는 이 책은 '다름'과 '친구맺기'에 대한 화두를 던져준다. 주류에서 소외 받는 두 캐릭터를 선정함으로써, 핸디캡을 가진 이들이 우정을 형성해 가는 과정을 보여줌으로써 관계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살포시 일깨워 준다. 그것은 밖으로 드러나는 능력도, 외모도, 사회적 인지도도 아니다. 그리고 그러한 관계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둘 다 발가벗어야 한다. 가식의 껍데기를 벗어 던지고 어떠한 조건으로써의 누군가가 아니라 나와 나로 만나야 하는 것이다. 에즈라 힐러리가 균열을 가져왔으나, 또한 이 균열은 온전한 우정을 위해서 불가피한 과정이었다. 깨짐을 두려워 하지 말아라. 그 깨짐 후에 온전함이 찾아올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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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읽는데 있어서 내가 간과한 점이 하나 있다. 바로 책이 1967년도에 쓰여졌다는 점이다. 그 당시의 미국 사회. 모두가 백인인 학교에서 흑인으로서는 유일한 학생이었던 제니퍼. 그 당시의 사회 상황을 나는 간과했다. 책을 다 읽고 앞쪽 서지 정보를 확인하고 나서야 '아. 이게 60년대 책이구나.'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시는 분들은 인종차별이 만연해 있던, 나와 조금이라도 '다른' 것들은 차별화 되고, 주류가 아닌 것은 등한시 되던 당시 사회 분위기를 감안해서 읽는 다면, 또 읽는 아이들에게 이러한 사전 정보를 준다면 훨씬 더 풍성한 글읽기를 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