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이 아줌마
숙이 아줌마는 엄마의 고등학교 동창이었다
아줌마는 교육자 집안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자랐는데, 가난한 남자와 결혼하는 바람에
늘 쪼들리며 살았다 아줌마는 벌이가 시원찮은
남편을 돕기 위해 이런저런 부업을 하곤 했다
그래서 한때 문구점도 했었다 내가 어렸을 적에
엄마를 따라 아줌마의 문구점에 갔던 기억이 난다
나중에 아줌마는 돈을 좀 벌어보겠다고
명리학(命理學)을 배우러 다녔다 내가 재수생(再修生) 때의 일이다
아줌마는 이제 막 학력고사를 치룬 내 사주를 봐주었다
나는 아줌마의 실력을 별로 믿지 않았는데,
아무튼 그래도 무언가 좋은 말을 듣기를 희망했다
그리고 나의 기대에 걸맞게 아줌마는 이렇게 말했다
아, 너는 정말로 돈을 많이 벌 거야 엄청난 산처럼,
그렇게 넌 돈에 둘러 쌓여있을 거야
며칠 전, 나는 쇼핑몰 앱에서 선착순 천 명에게
주는 적립금 이천 원을 힘겹게 받아내었다
아, 정말이지 무척 기뻤다 그 이천 원을 뭘 사는데
보태어 쓸까, 고민하다가 문득 숙이 아줌마 생각이 났다
돈의 산은 그 어디에도 없었다
숙이 아줌마는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아줌마는 고혈압이었는데도 혈압약을 먹지 않았다
사이비 도사가 그런 약을 먹으면
일찍 죽는다고 한 말을 믿었기 때문이다
내가 서른 살이 되던 해의 일이었다
버터를 사야지,
내 인생에는 기름기가 부족하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