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나무
새벽에 꿈을 꾸었다
죽을 사(死)자가 아주 커다랗게
허공에 쓰여있었다
정말로 죽을 꿈인가
마음이 서늘해진다
지난 1년은
몸이 너무도 아파서
죽어버리고 싶었다
어차피 버릴 시를 쓰느라
죽어버리고 싶었다
가끔은 그 모든 게
내 사주(四柱)에 단 하나뿐인
나무 목(木)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나무는 살아있는 기운인데
나무가 말라비틀어지고
나무가 바람을 가두지 못하고
나무가 고양이 울음에 놀라고
나무가 풀벌레와 함께 울고
나무가 사람을 진저리나게 싫어하고
나무가 나무가 나무가
죽어버린 나무에 물을 주면
백 년, 어쩌면 그 후에도
꽃을 피울 수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이상한 전설을
들은 적이 있다
그러므로 오늘도
마침표 없는 글에다
물을 따라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