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고양이와 여자
지나가던 젊은 여자가 길고양이를 보고는
생수병의 물을 땅바닥에 흘려보낸다
고양이는 시큰둥한 표정으로 멀찍이서 가만히 앉아있다
여자는 쪼그려 앉아서 고양이가 오길 기다리지만,
웃기는군, 고작 물 따위로 고양이를,
하다못해 멸치 대가리라도 들이밀던가
여자가 생수병을 흔들자, 고양이가 성질이 났는지
생수병을 연신 할퀴려 든다 재밌어서 그러는 거 아냐
바보인가 보네 인생의 진리를 몰라 give and take
여자는 참을성 있게 앉아서 계속 쓸데없이 물을
흘려보내고, 고양이는 여전히 여자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마침내, 나이든 부부가 그 옆을 지나가자
고양이는 놀라서 가버린다 여자는 잠시 동안
고양이가 오길 기다리다가 마침내 자리에서 일어난다
쓸데없이 그런 짓을, 그냥 가던 길이나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