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도날


면도날이 팔랑거리면서 내려온다
축제에서 날리는 색종이들처럼

면도날 위의 삶
불운은 불공평하게 기울어져 있고
뒤뚱거리며 걷다가 결국 쏟아진다

색색의 조각난 면도날은
아스팔트 바닥에 짓이겨져
불그죽죽한 염료를 내뿜고
더러는 누군가의 머리에 내려앉아
휘파람을 불며 집으로 돌아간다

휘청거리면서 면도날 위를 걷는다
죽는 것은 그렇게 쉽지 않다
나는 면도날의 꿈이 죽을 꿈인가
며칠 동안 근심했다

오래도록 저린 왼쪽 손으로
면도날을 쥐었다
면도날이 조용히 웃었다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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