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람혼님의 "메탈 신들의 강림: 주다스 프리스트 공연 후기"

고대하고 고대했던, 굶주리고 굶주렸던 공연이어서 그랬는지, 관객들은ㅡ저를 포함해서ㅡ모두 '한풀이'를 한 판 벌이는 느낌이었습니다. 아무래도 그 열기가 사뭇 특별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겠지요... 주다스 오빠들이 깜짝 놀라고 갔을 거예요.^^

'우리나라에는 언제 저런 밴드가...?!'라는 질문의 형식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로 생각해봐야 할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Led Zeppelin, Deep Purple, Black Sabbath, Judas Priest 등 70~80년대 하드 록/헤비 메탈 음악의 수혜를 입어 번성했던 과거 한국의 '그룹 사운드' 문화를 돌이켜볼 때, 그것은ㅡ임화의 저 유명한 표현을 차용해보자면ㅡ'이식된' 음악 문화에 다름 아니었으니까요. 비유하자면, 미국발 금융 위기와 국제 유가 급등에 따라 이리 흔들리고 저리 흔들리는 한국 경제와 마찬가지로, 아시다시피 록 음악에 있어서도 언필칭 이른바 '외세적' 요소를 언급하지 않을래야 않을 수가 없는 것이 오히려 '현실'이겠죠. 기본적으로 록 음악의 유입과 향유ㅡ그리고 그것에 기반한 '재창조'까지도ㅡ는, 현재는 물론이거니와 과거에도, 세계 시장 구조가 지닌 어떤 '제국주의적' 근대성 그리고 거기서 파생하는 또 다른 구조인 '남북 문제'에 기반하고 있었던 측면이 다분하다고 생각됩니다. 그래서 언제나 모든 '뮤지션'들의 궁극적 목표는 이른바 '미국 무대 진출'이었고, 예를 들어 카네기홀에서 공연이라도 한 번 할라치면 거기에 너무나 쉽게도 '본토 무대 상륙'이라는 상찬을 덧붙이게 되는 것이었죠. 그러므로 음악 산업의 측면에서 볼 때 이러한 '유사-식민지적' 상황에서 단순히 '우리나라에서는 언제 저런 밴드가 출현할 수 있는가'를 묻는 것은 어쩌면 자칫 저 '본토'와 '식민지' 사이에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경계를 간과할 수 있는 위험도 포함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비슷한 의미에서ㅡ초식과 육식의 비유는 재미있게 읽었습니다^^ㅡ음악에 관한 인종적 연결점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분명 음악에는 특정한 민족성 내지 인종성이 작용합니다. 예를 들어 컨트리/하드 록/헤비 메탈 등은 백인 음악, 블루스/재즈/소울/랩 등은 흑인 음악이라는 식으로 말이지요(어쩌면 엔카는 일본 음악, '뽕짝'은 한국 음악... 이런 식도 가능하겠지요). 저 같은 경우에는 이른바 '한국적 록 음악' 따위의 수사법은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입니다. 그것이 가능한가, 가능하다면 어떻게 가능한가 등의 문제와는 별개로, 이른바 국적(nationality)을 표현하는 수식어와 음악 장르를 가리키는 명사 사이의 결합은 그 자체로 어떤 '오해'와 '편견'을 강화시키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라는 개인적인 이유에서입니다. 우리가 쉽게 만들어내고 흔히 사용하고 있는 어떤 분류법의 체계ㅡ예를 들어 여기에는 'J-Rock' 또는 'K-Rock' 같은 규정어도 속할 텐데ㅡ는, 마치 프리미어 리그와 케이 리그의 구분 사이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처럼, 역시나 은연중에 음악의 이식적이고 식민지적인 속성을 전제하고 있고 또 전제하게 만드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뽕짝'을 생각해보면, qualia님 말씀대로 '뽕짝'이야말로 가장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모호한 음악 장르임이 분명하지만, 바로 그런 만큼, 딱 그만큼, 반대로 '국적'에로의 귀속 욕망이 가장 강한 장르이기도 합니다. 저도 '뽕짝'에 대해서 소위 말하는 '신토불이'식 접근법으로 다가가는 것을 매우 경계하는 편입니다. 다만 제가 이 자리를 차용해 잠시 언급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저 '개인적인 [음악적] 취향'을 결정하는 것은 무엇일까, 또는 무엇이었나 하는 물음입니다. '뽕짝'에 대해 '록'이 지니게 되는 어떤 '우월성', 기성 세대의 판에 박히고 진부한 음악적 '몰지각'을 비웃고 비판하는 '록' 음악의 어떤 도덕적 우월성... 저 또한 유년 시절에 이러한 감정들을 경험해본 사람으로서, 이 문제는 다른 것이 아닌 바로 음악의 '진정성'이라는 담론에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있다는 생각입니다. 이 '진정성'의 담론이 허구라고 논파하는 것은 오히려 쉬운 일입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더욱 중요한 문제는 이러한 '진정성'의 문제 설정이 사회 안에서, 장르들 사이에서, 그리고 한 개인의 '내면' 안에서 어떻게 구성되고 어떻게 재생산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식민지적 근대성, 문화의 이식성, 국적과 음악의 관계라는 문제에 대해서 다시금 여러 번 생각하고 고민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qualia님이 말씀하신 '뽕짝' 장르 안에서의 타성은 분명히 존재하는 것이라고 저 또한 생각합니다. 약간 다른 점은, 제가 그 '타성'이라는 것이야말로 바로 '뽕짝' 장르의 핵심을 구성한다고 생각하는 것인데요, 저는 이 '뽕짝'의 타성이 혁파되어야 하거나 쇄신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하진 않습니다. 이 '뽕짝'의 타성이란 실제로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될 수 있을 텐데요, 일단 생각나는 대로 예를 들자면, 가사 등에서 드러나는 연애와 사랑에 대한 '현실타협적'이고 '체제긍정적'인 시각들, 인생에 대한 관조적이고 허무적이며 현실중심적인 자세 등을 가장 먼저 예로 들 수 있겠지요. 하지만 이런 것들이 '[음악-]정치적으로' 혁신되고 타파되었을 때 남는 것이 여전히 '뽕짝'이고 '트로트'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가장 최근에 젊은 층에게까지 트로트 붐을 일으켰다고 평가되는 장윤정의 경우 그의 최고 히트작 "어머나"의 가사에서 드러나는 남성과 여성의 관계 역시 지극히 진부한 '뽕짝'적 사랑의 담론을 반복하고 있는 수준이라고 말할 수 있겠죠. 하지만 그 곡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습니다. 이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그리고 또 하나의 예를 들자면, 제가 개인적으로 너무나 좋아하는 심수봉의 노래들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심수봉의 음악이 정말 '그렇고 그런 뽕짝'일 뿐일까 하는 물음에 직면하게 되면 그에 대답하기가 개인적으로 매우 어렵습니다. 심수봉의 음악은 일견 기존 뽕짝의 문법과 속성을 모두 담보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그 반면에 그러한 요소들로부터 이탈하는 성격 또한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심수봉의 '이탈적' 성격은 단순히 '뽕짝' 자체의 진부한 정치성을 논하는 것만으로는 설명될 수가 없습니다. 따라서 이를 통해 더 나아가 미루어보자면, 저는 개인적으로 '한국 대중 음악'의 '정체성'을 논하는 맥락에서 고려될 요소들이 실로 다층적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는 것입니다.

백두산이 최근 재결성한 지는 정말 몰랐네요. 약간 가슴이 설레기도 하는데요, 백두산의 '카리스마 보컬' 유현상이 "여자여~" 하면서 트로트를 들고 나왔던 장면은 어린 저에게는 정말 '충격'이었다는 기억 한 자락이 새삼 떠오릅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그것은 '한국인 음악가' 안에 '보편적으로' 흐르고 있는 어떤 '뽕짝'의 정서(mentality)를 증명한다기보다는, 오히려 이른바 '성인 음악'으로 분류되는 음악의 산업성과 상업성의 측면에 대한 적극적인 고려의 결과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유현상은 매우 명민하고 기민한 작곡가입니다. 백두산의 리더로 가장 유명하긴 하지만, 가수 이지연을 키워내 많은 곡을 써주기도 한 작곡가이자 기획자이기도 합니다. 그런 그가 그 시점에서 트로트를 '선택'한 것은ㅡ물론 최윤희와의 '사랑'도 고려해야겠지만ㅡ배우자와의 '결혼'이라는 지극히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했을 때 국내 음악계에서 음악-산업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결과를 예상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고 보는 것이 더 타당할 것 같습니다. 그러므로 이는 단지 유현상의 '변절'ㅡ'정절'과 '변절'이라는 이분법이 가능한 것 역시 바로 저 록 음악의 '진정성'이라는 담론 덕분이죠ㅡ이라기보다는, 그의 다양한 음악적 스펙트럼 안에서 그 시기에 '적합하게' 선택된 하나의 상업적 전략이자 시장적 선택이라고 보는 것이 더 옳을 듯합니다.

말씀하신 대로 음악 장르 사이의 우열을 비교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뽕짝'과는 무관하게 현재 한국 대중 음악계 안에서 자주 목격되곤 하는 '비창조성', '무상상력', '몰정치성'은 저 역시 문제가 많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뽕짝'의 잔재가 한국 록 음악에 스며들어가 있는가 하는 문제, 아니 그보다 앞서 '뽕짝'에 있어 과연 '잔재'라고 하는 가치비판적 용어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는, 제가 앞서 말씀드린 모든 문제들을 함께 고려할 때에야 비로소 겨우 그 답의 언저리에 가 닿을 수 있는 복잡다단한 문제가 아닐까 합니다. 단순한 '진정성'의 담론이 궁색해지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겠죠. 또한 단순히 '진정성'의 담론을 비판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그러한 담론이 어떻게 가능하고 어떻게 작동하게 되는가에 대해 치열히 생각해야만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후기 잘 읽어주셨다니 저로서도 참 기쁩니다.^^ 제가 오히려 감사드립니다.

ㅡ 襤魂, 合掌하여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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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7 13:3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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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7 16:16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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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8 03:5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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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7 23:58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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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9 01:3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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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9 02:5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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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9 01:52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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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29 03:09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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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09-30 17:14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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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10-01 03:0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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