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출처 : 마늘빵님의 "김진석 생각(고종석)"

드팀전님 말씀처럼 고종석의 이 글은 김진석에 대한 비평이라기보다는 그에 기댄 고종석 자신의 부정적 '자기정립'이라고 보는 편이 더 옳을 것 같습니다. 그것은 그렇고, 한편 저도 개인적으로 김진석의 행보를 그의 '데뷔' 때부터 정말 오랫동안 지켜보고 분석하고 있는 열혈독자로서, 사실 <기우뚱한 균형>을 읽으며 어쩔 수 없는 '자괴감'도 한 자락 느꼈던 터입니다. 벌써 5년도 더 전에 한 강연에서 김진석 선생은 스스로 <탈형이상학과 탈변증법>에서 <초월에서 포월로> 1, 2권에 이르는 길에 대해 나름대로 '자기평가'를 하면서ㅡ어쩌면 그것은 니체가 나중에 <비극의 탄생> 서두에 붙인 '자기비판의 시도'와도 흡사한 것이었는데ㅡ텍스트의 틈새를 파고들어 '탈'을 내고 '탈'을 쓰는 자신의 '초기' 전략은 어쩌면 궁극적으로 정치적이고 윤리적인 파괴력을 전혀 가지지 못하는 게 아닐까 하고 반성했다고 말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에 나온 책이 바로 <폭력과 싸우고 근본주의와도 싸우기>였는데, 여기서 김진석의 어떤 '획기적인' 변화가 느껴지기 시작했고, 얼마 전 나온 <기우뚱한 균형>도 그런 '전략적 전회'의 연장선 위에 있다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러한 '변화'의 선이 김진석에게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것이 아닐까 하고 계속 생각해오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문체적인 측면에서ㅡ그의 문체는 어쩌면 데리다의 그것처럼 그 자체가 그의 사유를 담아내고 있는 하나의 '장치'이자 '개념'에 해당하는 것이었는데ㅡ그는 '대중화'를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글을 쓰는 자의 입장에서 '대중화'와 '세속화'를 추구하는 것이 그리 탓할 만한 일은 아니겠지만, 김진석의 경우 그의 가장 중요하고 매력적인 부분이 사라지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저로서는 국내에서 보기 드문 창조적 개념들과 문체의 창안자가 다소 퇴색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여 아쉬울 때가 많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 주제의식이나 개념 틀만을 갖고 본다면, 예를 들어 '기우뚱한 균형'이라는 개념도 이미 그의 '초기' 저작 안에서부터 '포월', '소내' 등과 함께 소개되고 있는 아주 중요한 개념입니다. 다만 개인적인 기준에서 볼 때, 이러한 개념을 지극히 정치적인 맥락에서 '대중화'하고 '세속화'하려고 하다보니, 오히려 그 개념이 원래 지니고 있었던 이론적 참신함과 파급력이 사라지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기우뚱한 균형>이라는 책입니다. 바로 이런 점이 있기 때문에 현재에 이르러서야 고종석이 저 '기우뚱한 균형'이라는 개념에 대해서 비로소 '한 마디' 할 수 있게 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요는, <기우뚱한 균형>이라는 책을 통해서는, 김진석의 저 '기우뚱한 균형' 개념이 단순한 '우충좌돌', 단순한 좌우 사이의 균형ㅡ그것이 비록 여전히 '기우뚱'하다고 하더라도ㅡ, 혹은 지극히 편협하고 순진한 절충주의 같은 것으로 오해되기가 쉽다는 것이고, 바로 이러한 사실은 위 고종석의 비평이 '증명'하고 있는 바라는 생각입니다. 그 점이 참 아쉽게 느껴집니다. 다만 제게 한 가지 '위안'이 되는 것은, 고종석도 쓰고 있듯이, 이 책의 미덕ㅡ혹은 김진석 자체의 미덕ㅡ이 언제나 바로 저 "언어의 변증법에 현실을 억지로 꿰맞추지 않는 정직함"에 있다는 사실이겠죠.
ㅡ 襤魂, 合掌하여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