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 문유석의 개인주의자 선언을 읽었다.대한민국의 부장들에게 날리는 소리로 새해부터 꼰대소리 안 듣게끔 요렇게 저렇게 처신하자는 사이다 칼럼을 들은후라 다시 집어 든 책이었다. 사실 지난 해 들었다 책 권태기에 접어드는 바람에 이 책도 스리슬쩍 미뤄진 책이다. 지금 읽어보니 왜 그랬나 싶지만.. 조금 책이 먼 즈음에 읽는다면 어렵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싶긴하다. 판사로서 대한민국을 살아가는 중산층으로서 사회가 좋은 방향으로 나갔으면 하는 어쨌든 어른으로서 다방면에 걸친 저자의 생각을 담은 책이다. 여러 책들과 영화 시 등 문화예술 작품에 저자만의 독특한 시선들을 볼 수 있었고 각 분야마 전문가이진 않지만 전문가의 그것과 같은 내공을 들여다 볼 수 있었다.사회가 너무나 집단에 의해 개인이 소비되는 경향이 있고 그 경향을 애써 개인이 이겨내려고 하지만 계속적으로 개인이 불행해지는 이유가 조폭문화나 군대문화 같은 소속주의라고 해도 될 정도의 집단문화 때문이라고 강하게 말하고 있다. 개인으로써 그 무엇보다 자신의 행복을 찾는 길을 찾자 하고 토론하자고 한다. 중간중간 어쩔 수 없이 건전한 보수의 느낌 그대로 안정적인 삶을 지향하는 지점들을 바라는 글도 같이 읽어졌는데 대략 미국에서의 유학시절을 그릴때의 생각에서 흑백문제를 바라보는 점 이민자들을 보는 시선 같은 점이 그랬고 또 증세문제의 부담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북유럽 사회가 우리나라의 롤모델이 되는것이 가능한가 정도의 얘기들이 있었는데 가능하지 않더라도 그 사회가 이뤄내는 지향점들을 동양사회가 이뤄낼 수 있는 가능성에 주목한다. 가령 교육문제는 미친 교육이라 할지언정 오바마는 우리나라의 교육열을 극찬했고 부작용이 있지만 어쨌든 최대의 성과는 내고있다는 분석을 하는데 그런 사회 전반을 불편하게만 볼 게 아니라 질적인 발전이 가능해지는 지점으로 바꿔내려는 시도를 해야하지 않냐는 지적을 함께 하고 있다.판사로서의 전반적인 일들에 대한 소개와 에피소드가 재밌고 특유의 무뚝뚝한 것 같으면서 챙겨주는 그런 감성이 잘 드러나는 글들이어서 읽기가 그나마 편했다.나와 맞는 부분 맞지 않는 부분들이 조금씩 섞여있긴 했지만 태극기로 무장한 어른들이 판치는 이 시점에 좋은 글을 써주고 이런 고민들도 있다하고 머리를 탁 치게 해주면서도 젊은 청년들을 보듬어 주기도 하는 괜찮은 어른들이 많아졌으면 한다는 생각이 책을 읽으면서 계속 들었다. 그런 개인개인들의 고민들이 가득찬 책들이 많아지는것이 정말 저자가 말하고 원하는 개인주의 사회가 아닐까도 생각 해 본다.
20. 박경리의 토지 4권을 읽었다.4권은 한일합방 돼가는 과정에서의 평사리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인데 조준구의 앞잡이로 소작농들을 못살게 하던 삼수는 결국 권말에서 농민들이 들고 일어날때 조준구에게 목숨을 잃게된다. 별당아씨의 죽음도 거지가 된 환이의 입으로 길상에게 전해지는데 천에 고아가 된 서희가 더 없이 불쌍하다 싶지만 어린거와 달리 내지르는 말들과 차갑고 날카로운 눈빛에서 고아의 그 서글픔은 전혀 볼 수가 없다.농민들이 들고 일어나는 뒷배경이 서희일것이다 하루빨리 없애버리자는 홍씨부인의 말에 조준구가 삼수처럼 할 수 없음은 서희의 그런 서슬퍼런 올바름이 섣부르게 행동하지 못하게 하는 압력이었기 때문이다.책을 읽다보면 그 시절이니 그럴 수 밖에 없을꺼라지만 여인들의 삶이 너무나도 하찮게 소비되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다. 정많고 정다운 여러인물 군상들의 수다가 넘 재밌는데 반해 남자들한테 당하는 장면들이 잊을만 하면 한번씩 나올때마다 불쑥불쑥 짜증이 난다. 서희와 윤씨부인은 외모나 말투 한문은 물론 일본어까지 이르는 배움에 당당한 태도가 확연히 차이가 나는데 어찌보면 지금에서도 쉬이 나타날 수 없는 인물일 수 있다고 본다. 용이의 행동 하나하나에 기쁨과 슬픔이 오가는 월선이가 애처로울 뿐이지만 무당딸이라는 운명앞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안타깝고 그 또한 그렇게밖에 사는 법을 몰라서였겠지만 그런 운명을 받아들이듯 살아가는 게 좀 답답하다. 살인자의 아내라는 오명 속에서도 기어이 동네로 들어가 용이의 아들까지 낳은 임이네는 악다구니를 쓰고 모진말을 하는 중에도 고구마장사를 하고 자식 셋을 기르려는 수단을 낸다. 운명을 거스른다기보다 어떻든 자기 생을 헤쳐나가는 원동력은 인정을 하지만 수더분한 용이가 임이네를 택한건 정말 마음에 안든다. ㅋ 아마 결혼전이었다면 임이네를 절대 봐지지가 않았을꺼같은데 자식을 낳은 입장에서는 또 그런 부분들은 어쩔수 없던 부분이라고 읽게 되는 면이 생긴다. 마을이 조준구의 감시 속에 있는터라 용이와 길상이 봉순이 월선이 서희는 간도로 떠날 계획을 잡는데 봉순이가 조준구를 서희로 속이기 위해 길을 엇갈리게 하는데 간도로 가는 길에 봉순이는 끝내 나타나지 않는게 맺음이었다.5권에서의 서희가 어떻게 살아가고 길 떠나지 않은 봉순인 어떻게 살아갈 것이며 용이와 월선이는 또 어찌될지 궁금해지는 부분이다. 아 재밌는 토지 ㅋㅋㅋ
19. 엄기호, 하지현의 공부중독을 읽었다공부중독에 관해 사회학자와 정신과전문의가 대담형식으로 사회전반에 걸친 문제가 공부를 너무 많이 하고 공부만 인정한다는 것에서 비롯된 것이라 보고 그런 문제들을 분석하는 내용이었다.공부중독된 사람들의 해독을 어떻게 할 것인가는 늘 교육서를 읽을때마다 내가 어쩔 수 없이 주시하게 되는 부분인데 이 책에서도 특별히 귀에 들어오는 답을 내놓고 있진 않았다. 특히 공부 중독에서 떨어진 학생들이나 뒤늦게 공부하려는 사람들에게 대학에 가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흥미롭게 읽혔는데대학을 가지 않으려는 학생들의 직업훈련원 같은 곳이 직업이란 이름하에 하기 싫은 공부를 연장하고 있는것보다 진정한 앎에 대한 호기심을 공부 하는 것으로 삶을 살아갈 수 있는 기회를 얻고 지혜로워지는 것으로 바꿔내야 한다는 분석이 명쾌했고 나이가 들어 깊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제대로 더 공부 할 수 없는 여건을 쉽게 들어갈 수 있는 대학을 늘려 계속되는 공부가 될 수 있도록 해야한다 고 말하고 있다.교육행정가, 정치가, 교사들과 교수들 학생들 전방위 대단위로 모여 대토론을 거쳐도 결론이 안 날 문제이긴 하지만 앞으로의 사회가 계속적으로 이 문제를 깊이 고민 했으면 좋겠다.아이들도 어른들도 살아낼 방법을 찾아내야 하지 않을까?!
18. 잉엘만 순드베리의 감옥에 가기로 한 메르타 할머니를 읽었다.스웨덴 소설이라 이름이 어려웠는데 별명으로 쓰인 갈퀴,천재인 남자 노인 두명과 안나그레타, 스티나, 메르타의 할머니 세명이 모여 악명높은 다이아몬드 요양원을 나와 차라리 감옥에 가자는 결심을 하고 감옥에 가기 위한 범죄를 일으킨다는 내용의 책이다.메르타는 팔십이 넘은 할머니로 연금으로 요양원 생활을 하는데 밖으로 나가지도 먹을껄 제대로 주지도 않고 산책 시간도 없이 8시만 되면 자러가야하는 요양원 생활이 티비에 산책시간에 운동시간까지 있는 감옥이 차라리 비용도 덜들고 시설도 깨끗하다는 생각에 미쳐 죄를 짓기로 한다.평생 선량하게 살아온 이들이라 범죄는 쉬운게 아니었지만 평소 탐정소설을 꾸준히 읽어온 덕분에 메르타 할머니는 이것저것 잘 만들어 내는 천재 할아버지와 탈출을 계획하게 된다.감옥으로 가자는 계획을 위해 탈출하기에 세명의 노인을 설득해 노인강도단을 만든다. 첫번째 사건은 자신들이 탈출해서 투숙하게된 그랜드 호텔의 노인들의 값나가는 장신구 같은걸을 훔쳐오는 일을 벌이는데 사소한 사건들로 일에 성공을 하지만 큰 범죄효과가 없어지는 일이 발생한다. 탁탁 맞아 떨어지듯 생기는 일마다 기발하고 재미가 있었다.그래서 두번째로 제대로 벌인 일은 호텔옆의 국립박물관의 그림을 유괴하는 일로 모네와 르네와르의 작품 두점을 보행기에 모른척 갖고 온다는 허술한 계획아래 그럴듯한 연극을 하게된 결과 경찰도 해결하지 못하는 오리무중 범죄에 성공하게된다ㅡ그림값으로 천만크로네를 받아내는데 성공하지만 받으러 간 여행지에서 그만 오백만크로네가 든 여행가방을 잃어버리게 되고 호텔에 가짜그림을 덮어 그려 걸어둔 그림 두점 역시 호텔 청소부의 우연한 청소로 다른그림으로 대신 걸리게 된다.졸지에 그림도 잃고 돈도 잃은 노인강도단은 자수를 하고 진짜 감옥에 가고 이후의 감옥에서의 각종 정보들에 숙련되어 현금수송차량 탈취 범행을 해내는데 성공한다.카리브해를 유유히 가게 되는 과정이 이리 허술한데도 80넘은 노인들을 잡지 못하는 경찰들때문에 웃기면서도 답답하고 늘어지기도 했다.또 한편으론 북유럽인데도 이렇게 노인문제가 예상밖으로 심각하게 다가오는데 아무런 준비 없는 지금의 우리나라는 어쩔거란말인가 하는 걱정도 하게되고, 유쾌하게 그려낸 이 소설과 달리 심각했던 일본소설 벚꽃지는 계절에 그대를 생각하네의 노인이 떠오르기도 했다.
17. 이상훈의 한복 입은 남자를 읽었다예전에 오세영의 베니스의 개성 상인 역시 3권으로 됐던 책으로 부제가 한복 입은 남자 였던거 같다 . 그래서 이 책은 책갈피만 갈아 입은 개정판인줄로만 알고 뒤늦게 왜? 했더니 작가가 달랐다. 그런데 루벤스가 그 시절에 조선인을 그린건 정말이지 신기하긴 하다. 학계의 정설은 일본에 의해 끌려간 노비가 외국으로 가게됐다 로 알려져 있다는데그런 사실을 뒤로하고 팩션을 이끄는 장치들이 여럿 있었다. 조선 초의 한복의 복식에 대한 연구 자료가 모이고 정화라는 명나라의 항해가와 더불어 세종시절의 천재 장영실이 이야기로 엮어진다.사실 어디까지가 진실이고 어디까지가 소설인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지만 장영실이 이탈리아의 다빈치의 스승일 수도 있다는 견해가 그럴듯하게 읽혔다. 꽤 두꺼운 분량도 소설속 피디의 친구가 번역해내는 옛 장영실의 비망록을 따라감이 마치 독자가 장영실의 일년일년을 같이 밝혀내는 기분을 들게했다.비천한 관기의 아들로 태어난 노비 장영실이 동래현에서 수차를 만들어 가뭄을 해갈하고 여러 발명품들로 세종에게 총애를 받아 대호군이란 종3품의 벼슬에까지 이른다. 명나라 유학길을 몇번이나 오르며 서양바다길을 6번이나 오간 정화 대장을 만나 교류하게 되는데 그 만남이 나중에 죽음에서 살아지게되는 끈이 된다.측우기 물시계 해시계도 중요한 발명품이지만 책에서 중요했던 건 신기전과 칠정산으로 그발명으로 인해 명나라에 쫓기게되고 결국 장영실이 임시로 만든 가마가 부서져 세종이 낙상했다는 어처구니 없는 사건으로 장영실은 역사 실록에서 조차 사라진다. 실록은 조정의 관리들의 죽음일시등이 정확한데 반해 장영실은 노비이지만 세종의 총애를 받았고 종3품이란 높은 벼슬까지 했음에도 갑자기 사라진 연유를 소설에서는 세종이 일부러 사건을 만들어 탈출하게 한건 아닐까 로 썼다.정화와 함께 갖은 고생끝에 도착한 유럽에서 교황을 만나게 되고 동양의 문물과 기술을 합함으로써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기에 이르는데 아직 갈릴레오도 나오기전 세상의 중심은 지구이고 지구는 끝에 엄청난 절벽이 있을꺼라 믿던 중세의 로마인들은 한낮 동양 사람하나가 떠드는 소리에 사탄이 왔다는 말까지 하기에 이른다.이른바 르네상스가 시작될 무렵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게되고 어린 다빈치를 알아 스승으로서 알고있는 지식을 전수하게 되는데실제로 다빈치의 비행기 설계도나 시계 화포의 스케치가 장영실이 만들어낸 것과 너무나 비슷한것이다. 과연 다빈치는 장영실을 배웠을까.. 소설을 읽고나면 진짜 그럴지도 모를 일이지 하게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