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 (일반판)
반디 지음 / 다산책방 / 2017년 2월
평점 :
절판


29. 반디의 고발을 읽었다.


짧은 글 묶음인데 울림이 컸고, 무거웠고, 계속 읽게 했지만 빠르게 읽어 낼 수가 없었다. 너무 힘들었다.


일단 한단어 건너 나오는 북한식 단어들의 이질감에 적응을 못 해서이기도 했지만, 책을 읽다보면 책읽기마저 구속 받는 기분이 들었기 때문이다. 네모 상자 안에 가둬져서 책을 읽는 기분, 잠시도 곁을 봐서는 안될꺼 같은 기분이 자꾸 들었다. 나는 우리집 거실에서 평안하게 티비를 켰다 껐다 하며 책 읽고 밥 먹고 아이들을 기다리고 등등의 당연하고 자연스런 하루하루가


북한에서라면 과연 가능한 일인가에 대한 진지한 의문이 들게 된 책이었다. (물론 요즘은 북한도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북한에서의 생활이란게 구호단체의 광고용으로 지나치는 아프리카의 생활과 맞먹는다는 이야기들이 수시로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긴 했지만, 이런 언론 조차 곁에서 직접 그들의 생활 면면을 보여주는 글을 써 주지는 못했다. 그저 북한 사람들 나름대로 살아가겠지 하는 막연히 먼 생각을 하다가 또 탈북인사나 탈북민들의 생활상을 이야기하는 몇몇 프로에서 그들의 곤궁함을 잠시 들을뿐이었다.


반디의 소설은 89년부터 95년에 걸친 7개의 단편을 묶은 작품이다. 20년이 지난 작품이지만 지금의 그것과 다를바 없게 느껴지는 현실감이 느껴진다. 그리고 이 책을 탈북민에게 몰래 보내는 과정 자체도 너무나 비현실적임에도 불구하고 책으로 나와진 것에 감사할 일이다.


연좌제에 걸린 남편의 처지때문에 아이를 임신하지 않으려는 아내가 남편으로부터 받는 의심에 대한 글이 첫번째 단편이었는데 첫 글을 읽었을 때부터 나는 정말 충격이었다. 우리나라였다면 막장으로 귀결될 드라마 한편이 내 권리가 국가에 의해 좌절되는 생생한 현장으로 비춰지니 앞으로 계속될 읽기에 답답함이 몰려왔던 것이다.


마르크스와 김일성 초상에 경기를 일으키는 아기때문에 창에 쳐둔 커튼이 빌미가 되어 가정혁명화의 대상이 된 가족부터 여행증이 없다는 것만으로 죽어가는 모친을 들여다 보지 못한채 코앞에서 끌려가던 장면이라던지 김일성이 죽었다고 술한잔도 눈치봐야하는 상황 등등 그런 현실을 모르고 있었다는것 보다 이런 체제가 유지되고 있다는것 자체가 정말 충격적이었다. 아 북한사람들 정말 저렇게 힘들게 지내는구나.


익숙치 않은 거친 표현들과 날것 그대로의 잔인함이 묻어 있어서 그런 표현에 익숙해지는 것이 어렵긴 했지만 오히려 그런 거친 표현들이 북한의 한 모습이 아닌가 생각도 되고 요즘 읽고 있던 토지의 1900년대의 초의 생활상과 크게 다를바 없는 모습도 여러곳이라 그것도 너무나 이상한 괴리감이었다.


그렇지만 그 힘든 생활을 겪어내고 있는 한사람 한사람의 살아가는 이야기를 읽으면서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것을 인식하는 것이 정말 힘든 일이라는 것과 동시에 몰랐다는 것에 대한 괴로움, 알아간다는 것에 대한 미안함 이런 것들을 함께 겪어야 했던 독서였기에 다른 어떤 책들보다 읽는것이 고통스러웠음에도 반디의 책을 계속 읽고 싶다. 자꾸 그 목소리들을 듣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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