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부모는 결국 깨닫는다. 육아를 잘하려면 부모 자신이 성숙하고 발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는 것이다. p.7 들어가는 말부터 뼈가 저린다. 아 정말 육아란ㅜ
30-17. 모든 기다림의 순간, 나는 책을 읽는다 - 곽아람그녀는 기자다. 내가 젤 싫어하는 조선일보. 그 보수일번지 최전선에서 일하는 사람의 글에 알게모르게 물들게 되는걸 경계하지만(딱히 나도 그 경계라는것이 모호해질때도 있긴하지만) 고고미술사학과 미술사를 공부한 인문학도가 아련한 느낌의 표지와 몽글몽글한 제목 으로 그림과 책을 연결했으니 들쳐보지 않을 수 없었다. 12시간을 일하며 제대로 여행 한번 못 갔던 몇년전 나이지만 일을 마친 늦은 시간에 들른 카페에 책한권을 펴고 커피 한잔 시켜놓으면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었다. 책은 그 빡빡한 하루하루 중에도 그나마 쉴 수 있는 여유를 줬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오롯한 나의 시간이자 단하나의 취미이다. 그 여유로움 속에서 그림에 관심을 갖게되고 온갖 화집을 들추고 화가들의 생애를 알아보고 곧잘 들르던 인터넷 동호회에 아무것 몰랐지만 그저 내가 좋은 그림에 어울릴만한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엮어 올리는 작업을 해 봤었다. 샤갈 고흐 고갱 김환기 이수동 김점선 장욱진 변종하등등 곁을 스친 수많은 오래전 지금의 화가들의 이야기.사람들이 내가 올린 그림과 노래에 호응 해주고 나와는 다른 느낌들을 주고 받으며 그림이 이렇구나 참 좋구나 했었다. 그런 식의 자극점이 없는 요즘의 하루하루 중에 이런식의 그때와 이어지는 책을 만나게 됐으니 돌아가고 싶지 않은 옛날이지만 그때의 감흥들이 그리움이 되어 다가왔다.하물며 작가는 나와 나이가 같고 지금 내가 살고 있는 곳이 고향이다. 내가 봤을때 지독한 책벌레였음이 당연한 책목록과 그림들을 아귀맞추듯 딱 들여놓은 페이지마다 감탄과 부러움이 절로 나왔다. 인생에 만약은 없지만 혹 내가 진주로 고등학교를 가게됐다면 어쩌면 친구가 됐을지도 모를 작가였다. 내 친구 중에 이렇게 그림 읽어주는 사람이 있었다면 스무살 언저리가 더 풍요롭고 매력적이지 않았을까?어린시절의 그녀가 읽은 책은 주로 고전이 많았다. 아버지의 서재와 대학을 지나오며 박경리 박완서 윤동주 김승옥등의 한국작가를 비롯 제인에어 주홍글씨 산시로 사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같은 주옥같은 작품들이었다.또 작품 작품마다에 같이 엮어진 화가의 인생과 함께 보는 딱 맞춘 그림들은 못 읽어본 책에선 궁금증을 배로 더했고 읽어본 책들에선 그림들을 더 요모저모 보게 되는 경험을 하게 했다.옛 그림의 사연들이 어쩜 그리 책속의 인물들을 잘 담아 내던지. 그림 한장에 그 많은 드라마를 만들어낸데에는 작가의 공부가 한몫했겠지만 어릴때부터 앤처럼 안드레센처럼 마플부인처럼 마치 자신이 책속인물이 되었던듯 찬찬히 상상속으로 스며들었던 내공이 더 큰 혁할을 했던듯하다.언뜻 사회문제등을 표현한 책과 그림은 찾을 수가 없던 한계를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확실한 내 취향의 작가이니 다른 책을 기다려 볼 만하다.ㅋ
30-16. 미움받을 용기- 기시미 이치로,고가 후미타케심리학 책인데 철학책이라 해도 그리 흠 잡을때가 없다.제목에서부터 고개를 갸우뚱하게 하고 파격이다 할 정도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내용이 많은데 읽어가다 보면 조금씩 아들러심리학의 전반적인 내용을 훑게되고 단단한 음식을 꼭꼭 씹어 고소한 맛을 내는것과 비슷한 쾌감을 느끼게 하는 책이다.철학책임과 심리학책임에도 대화체로 구성되어 있어 술술 읽혀 좋고 동안 프로이드, 융 철학의 읽고나서 그래서 어째야되나 하는 아득함이 가득인채로 끝나 개운함 보다는 여전히 갑갑함을 느끼게 한다면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은 이 책은 생각할 필요도없이 오늘부터 당장 행복 할 수 있다고 당연하게 외치고 있다는것이 청량감을 갖고온다.두세번을 더 읽어 얼마간 생각의 깨달음을 알아내 직접적으로 해 볼 수 있을까 싶지만 어떻든 이렇게 머리를 퉁 치는듯한 충격을 주는 책은 근래에 없었기도하고 또 이해를 못 했을 지언정 어떤 누군가가 이뤄놓은 삶의 또 다른 행복의 방식이 있다는 걸 알았단 것만으로도 이 책의 일독한 의미가 있다.
30-15. 미비포유 - 조조모예스.당신만나기전의 나로맨스소설이라거나 라이트 노벨류를 대할때의 야릇한 두근거림이 이젠 좀 식상해졌기도 하고 그만큼의 환상을 이제는 현실로 느낄때가 많아서 좀 감정이입이 안된다고나 할까. 리뷰를 보면 사람들은 많이들 울었다고 나오는데 역시 나도 슬프긴 한없이 슬펐지만, 감당안되고 그저 한 인간으로서 받아들이기에 너무 버거운 일들에 관한 소재들에 대해선 좀 반감이 있다. 물론 그들에 대한(사지마비환자) 공감을 어느정도까지 할 수 있느냐도 알수없긴 마찬가지긴 하지만. 무언가 공감의 선을 넘어선 소재에서 공감을 끌어내는 시도에 읽는 동안 벅차다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리뷰를 책을 읽기전에 먼저 읽었다면 아마 읽을 생각이 들지 않았을것같다. 좀 이런식의 어쩔 수 없는 구도의 작품들이 재밌게 읽음에도 난 찝찝할 때가 있다. 루이자는 잘 일하던 카페에서 해고통보를 받고 하루아침에 실업자 신세가되는데 고용정보센터에서 우연히 구하게된 간병인 자리가 닭고기업체에서 했던 야간 일자리보다는 낫겠지 하는 마음으로 6개월간의 계약을 하게된다.윌트레이너는 잘나가던 mna 전문기업가로 여행 등산 스키 등등 다방면으로 활동적이게 생활하다 길가는 오토바이를 피하지 못하고 사고를 당해 사지마비환자가 된다. 간병기간이 6개월인 이유가 책 뒷부분으로 가면 밝혀지는데 이유야 어쨌든 루이자는 이 환자를 만나면서 새로운 삶의 방향을 잡는다. 아무런 인생의 계획없던 삶에 갑자기 던져진 물음들..그 물음을 해결하는데 루이자는 적극적으로 임했고 모든 상황을 자기 통제안에 두었음에도 윌의 상황은 어김없이 예외인 사건들이 발생한다.그렇지만 삶을 관조하는 바닥의 눈으로 보면 하지 않는 것과 못하는것이 확실하게 확신하듯 보이는듯했다. 행복하기위한 일을 하기위해 끊임없이 자신을 돌아보던 그가 하루아침에 맞은 절벽.그 절벽을 루이자와 함께 건너는듯 보였지만 너무나도 버거운 현실의 상황 앞에 그는 힘겹지만 단호한 결정을 내린다. 그 무기력 앞에 어느 누가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을까~그 없는 그녀의 삶이지만 자연스레 자신 속의 자신을 깨워내는 모습이 인상깊었다.모든 책에서 다 감동을 받을 순 없지만 책마다에 자신과 몇부분정도는 선이 이어지는 느낌을 받게된다. 이책에서 윌이 루에게 행복한일을 하는 방법같은것들을 끊임없이 가르치듯 해보라는 장면들이 많은데 그런 장면장면마다에서 윌의 병이나 소설의 암울한 이미지가 걷어지던게 섕각난다.루가 윌없이도 잘 살고있길 바란다.
30-14. 나의문화유산답사기 8 - 유홍준와유는 유람을 좋아하는 선비가 나이가들어 밖에 나가질 못하자 누워서 그림으로 경치구경을 하는것으로 동양화중 산수화의 유래가 됐다고 한다.지은이가 책머릿말에 책을 읽으며 와유하기 바란다 적어놓았는데 딱 그말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적확한 말이라 생각했다.지방으로 이사를 온지 한달여만에 읽은 답사기라 더 와닿게 느꼈을테고 또 한달도 안된 옛곳(?)이 그새 잊혀질리 만무하니 자꾸 연결돼 생각이 나 이런저런 그리움같은걸로 변해서 떠나고싶은 그런 마음을 책이 대신하는 느낌이어서 좋았던듯하다. 유홍준의 답사기가 어느새 8권이 나왔다. 3권까지 읽고는 참 세상에 갈데가 많지마는 우리나라에 이렇게 갈데가 많았던가, 우리나라에 이런 사연들이 쌓이고 쌓였던가 했었다.이런저런 생활들로 이후 저작들을 눈여겨 볼수가 없었는데 언젠가 음악영화축제때문에 가봤던 제천의 그 시원한 물소리며 풍광을 그대로 옮긴 이야기들이 많은 남한강 일대라서 반갑기가 그지없었다.이전 답사기가 넓은지역을 두루두루 살폈다면 이번 답사기를 비롯한 앞으로의 답사기는 특정한 지역을 중심으로 좀 더 깊이 살핀다고 하니 앞으로의 답사기도 더 기대해 볼 만하다.이번지역은 단양8경을 비롯 제천 영월 충주등 충북 강원도 일대의 유적과 사적위주로 답사기가 꾸며졌는데,특히 동강 서강으로 유명한 영월 일대와 한벽루나 삼봉 등 티비 예능프로나 드라마 배경으로 잊힐만하면 한번씩 나오는 풍경들 구경으로 눈이 쉴 틈이 없었다.흔한 돌비석이 그냥 빈 마당이 교수의 눈길만 스치면 마술같이 담고있던 그 오랜 이야기를 한번에 다 들을수도 없을만큼 하고싶어 하는듯 했다.중원고구려비나 각처의 사적터에 있는 이름 당연히 몰랐던 승탑들의 내력들을 듣고 보면 한참을 요모저모 쳐다보게되니 그야말로 책으로 떠나는 여행이나 다름이 없으니 그곳에 직접 눈으로 보면 또 얼마나 가슴에 남을까.특히 이번 답사기를 읽으면서 감동한 또다른 부분은 답사객들과의 만담같은것들을 에피소드식으로 엮어주셨는데 그런 곁가지로 듣는 이야기속에서도 들을 이야기가 생기고특히 신경림 시인의 시나 도종환 시인의 시들은 풍경과 어울려 감동을 더 전했다. 또 김홍도의 풍속화뿐 아니라 절정일때의 풍경화를 감상할수 있는것도 득이라면 득. 미사학자로서의 박학함을 여지없이 발휘하였지만 한시절 문화재청장으로 다 할수 없었던 점들에 아쉬워 하는점등도 많이 느낄 수 있었다.아는만큼 보인다더니 교수의 책을 읽다보면 그 말이 이해가 되는 부분을 여기저기에서 느끼게된다. 폐사지터나 각 마을마다 펼쳐진 풍광의 내력을 그 어찌 알았겠으며 알았다고 한들 이만큼 재미나게 얘기해주는 이가 있었을까?요즘 티비만 틀면 맛집정보가 대유행이지만 이 답사기가 맛집을 대신한 대유행이 됐으면 하는 바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