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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별하지 않는다 (눈꽃 에디션)
한강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9월
평점 :
품절
맨부커로 세계적 작가반열에 올라있음에도
작가는 더더욱 우리안의 문제에 파고들고있다.
작가의 말 끝에 지극한 사랑이야기를 쓰려고 했다 하고선
어쩌면 그럴지도 모르는 친구이야기에 새이야기이기도 하고
엄마이야기이기도 하면서 전쟁이야기이기도 하고
역사이야기이기도 하다.
전작 소년이 온다에서의 침잠하듯 따라가는 사건현장의
그것과 관통하는 면이 있다. 하지만 사건의 실체는
더욱 비극적이고 광범위하며 알아왔던 진실에 다가갈수록
철저하게 고립되는 한가족을 만나게되고
피흘리는 손가락의 고통을 느끼게된다.
경하와 인선의 대화를 통해 4.3사건에 거슬러 올라가는데
인선의 이야기는 또 그녀의 엄마와 그녀의 외삼촌 그녀의 아버지로 이어진다.
제주도 방언의 낯설음이 계속 허공에서 떠돌다 그에 익숙해질즈음이면 유골을 찾아 수많은 날을 헤매던 어머니의 슬픔도 알게된다.
전쟁이 일어난지는 벌써 70년이 지났고 4.3으로 보도연맹사건으로 이유없이 죽어간 수많은 목숨의 진상규명은 이제야 법제정으로나마 발을떼기 시작했다. 과연 이십만 삼십만에 가까운 그 원들을 다 풀어낼수 있을까?
한강의 소설은 그 역사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넘어 지금의 우리에게 사건의 진실을 보고 듣게한다. 서북청년단의 실재와 그들이 그토록 미워했던 빨갱이를 없앨려고 제주도 중산간 마을의 대부분을 불지르고 목숨을 앗아갔던일을 인선의 입을 통해 그 어머니의 바랜 기억의 끝을 샅샅히 기록으로 남긴다. 남은 가족들 또한 어찌 목숨을 살렸더래도 어떤 직업도 관계도 이어갈수없는 살엄음위의 삶을 살아간다고도 했다.
목숨보다 더 중요한 이념이 도대체 무엇인가? 소설을 통해 전쟁의 잔인함과 폭력성을 실감했다. 당장 전쟁중인 나라에서 똑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한강의 여리여리한 문장의 힘은 도대체 무엇일까?
끊어질듯 부서질듯 지치고 아파하는 문장들이
어찌 끝을 향해 내달릴 수 있을까?
인선의 얼굴 위에 녹지 않은 눈을 외삼촌의 그것과
그대로 연결시키는 장치 . 실제같은 그 허구를
믿지 않을 방법이 나에게는 없다.
몇년을 걸치더라도 어쩔 수 없이 돌아와 읽게되는
든든한 나의 작가가 되어
잊지 말아야 할 이야기들이 잊혀질쯤
아픔에도 아름답게 풀어 내는 고단한 작업들을
꾸벅꾸벅 해내는것에 감탄하며
여전히 그의 작품을 기다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