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사교육>을 읽고 리뷰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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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사교육 - 내 아이를 학원에 보내고 싶지 않은 학부모를 위한 교육 필독서
이범 외 지음 / 시사IN북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교육문제에 관심이 많습니다. 사실 관심 정도가 아니라 매우 절박한 사안으로 저의 당면문제라고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 전에도 관심이 없었던 건 아니었지만 부모가 된 이후엔 더욱 절실한 과제가 되었습니다. 지금 큰 아이가 중학생이라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이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아침에 눈 떠서부터 잠 들 때까지 공부로만 내몰리는 아이들을 보면 안쓰러움을 넘어 어른으로서 심한 자괴감을 느낍니다. 꼭 이렇게까지 해야 하나? 어쩌다가 이런 지경에 이르렀나? 다른 대안은 없는가? 온갖 생각이 꼬리를 물고 일어납니다.
그 동안 TV나 신문 책을 통해 정보를 수집하고 나름대로 입장을 정리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았는데 답이 쉬 보이지 않았습니다. 교육문제는 개인적인 이해와 사회적인 이해가 매우 복잡하게 얽혀 있어 일도양단하기 어려운 문제입니다. 마치 심하게 엉킨 실타래 같습니다. 알렉산더 대왕처럼 단칼에 베어 버리는 방법도 있겠으나 교육문제는 고르디오스의 매듭이 아닙니다. 실 한 가닥이 모두 소중한 우리 아이들입니다. 어느 한 가닥도 희생시킬 수 없습니다. 교육문제 만큼은 쾌도난마식으로 해결할 수 없는 문제입니다.
사실 그 동안 많은 사람들이 교육의 전문가로 자처했고 교육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큰소리 쳐왔는데 지금까지 시원하게 풀어 낸 사람이 없었습니다. 수많은 똑똑한 사람들이 나섰는데도 왜 실패만 거듭했을까요? 제 생각엔 이것만 고치면 된다는 식으로 접근한 게 가장 큰 패인이 아닌가 싶습니다. 교육문제는 워낙 문제의 범위도 넓고 복잡한데 튀어 오르는 문제만 때려잡는 두더지잡기식 해결방법으로 대응했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이 책 “굿바이 사교육”은 그런 점에서 보자면 상당히 다각적인 방법을 가지고 문제에 접근하고 있습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이라는 단체에서 기획한 ‘등대지기 학교’에서 학부모들에게 했던 여러 강사의 특강을 한데 모아 활자로 묶은 책입니다. ‘사교육걱정없는세상’ 운동은 “아이들을 스스로 공부하는 창의적 인간으로 길러내는 동시에 사교육 부담을 가져오는 무익한 입시전쟁을 끝장내자는 운동”이라고 합니다. 강사의 면면은 교육평론가부터 사교육 없이 ‘엄마표’영어교육을 성공시킨 엄마, 대안학교 교감, ‘스스로 학습법’ 전문가, 정치학자, 청소년교육운동가, 교육개혁활동가 등등 다양합니다. 강의 내용도 다양해서 큰 문제와 작은 문제, 큰 대안과 작은 대안, 큰 실천과 작은 실천들을 골고루 안배해 놓았습니다. 강의로 한 내용이라 쉬우면서도 상당히 유익한 정보들이 많습니다. 개인적으로 고민해 왔던 문제들을 ‘연대’로 해결해 나가자는 주장도 빠지지 않습니다.
강사들 중엔 꽤 정치색 짙은 분들도 있어서 혹시 편향된 주장만 늘어놓는 게 아닐까 우려했는데 다행히 책 내용은 상당히 균형 잡혀 있습니다. 물론 언뜻언뜻 정치색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비교적 객관성을 가지고 특정 정치계파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노력이 엿보여 반갑습니다. 특히 중요한 점은 이 운동의 주체들이 쾌도난마식 해결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멀리 보고 오래 인내하며 바꿔나갈 자세가 되어 있어 신뢰가 갑니다.
강의로 이루어진 책이다 보니 내용에 깊이가 좀 부족한 점은 아쉬운 부분입니다. 강의라는 게 그렇죠. 들을 땐 감동이었는데 현실에서 적용해 보려고 하면 잘 안 되는. 하긴 교육문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자는 책의 취지로만 보면 이 정도도 충분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대안이나 실천방법이 아쉬웠습니다.
대한민국에서 교육문제는 이미 교육당사자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자녀가 있건 없건 직접적 이해관계가 있건 없건 교육문제는 나라의 근간을 흔들 정도로 중요한 문제입니다. 분명 실타래는 엉켜 있습니다. 이 엉킨 실타래를 풀어내지 못한다면 우리의 미래는 불행할 것입니다. 실타래를 풀 땐 우선 실의 끝을 찾아야 합니다. 그 작은 끝에서부터 풀어가야 합니다. 마음이 조급해 실 끝을 확 잡아당기면 실은 더욱 풀 수 없게 엉키고 맙니다. 차근차근 하나하나 풀어나가면 언젠간 풀립니다. 사실 교육이란 영원하고 완전한 해결책이란 있을 수 없는 문제입니다. 그래도 좀 더 나은 교육, 좀 더 행복한 교육을 위해 우리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각자 할 수 있는 만큼만 실천한다면 미래는 지금보다 더 밝아지리라 믿습니다. 이 책이 그런 작은 실천의 첫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