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학 콘서트 - 복잡한 세상을 지배하는 경영학의 힘
장영재 지음 / 비즈니스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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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걸 과학 책이라고 해야 할까, 경영학 책이라고 해야 할까? 아마도 정답은 경영과학 책이라고 해야 맞겠다.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의 말장난 경영서적들에 신물이 나서 한동안 멀리했는데 이런 분위기라면 얼마든지 환영이다. 중학생 아들 녀석에게도 강추하고 싶은 책이다. 녀석, 늘 학교에서 수학을 왜 배워야 하는지 의문을 표하곤 하는데 이 책 한 권이면 훌륭한 답이 되겠다. 책을 읽는 동안 다시 회사 들어가서 현장에서 뛰고 싶어지기도 했다. 신입사원 시절 이런 책을 읽을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MIT 공학박사이며 현재 미국의 기업에서 경영기획을 하고 있는 저자가 놀라울 정도로 정확하고 간결한 문장을 구사해 좀 놀랐다.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고 쉽고 재미있다. 외국에 오래 살면서도 이렇게 정확한 한국어 구사 능력을 갖고 있다는데 존경심이 생긴다. 한 가지를 보면 열 가지를 안다고 저자의 간결하고 정확한 문장력만 봐도 다른 분야에서도 얼마나 뛰어난 능력을 발휘할 지 짐작하게 한다. 모처럼 만난 잘 만든 책인데 한 가지 아쉬움이 있다. 본문 중간중간 Tip이라고 별도의 설명이 끼어드는데 읽다 보면 본문의 흐름이 끊기는 단점이 있다. 본문 말미로 빼서 따로 편집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물론 그건 저자의 잘못이 아니고 출판사의 선택이었겠지만 그것 때문에 별 하나를 뺐다. 구멍가게부터 대기업 경영자들까지 경영과 관련있는 사람들 뿐만 아니라 청소년들에게 꼭 권하고픈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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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프스튜 자살클럽
루이스 페르난두 베리시무 지음, 이은정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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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상에 도움 안 되는 부르주아 악동 클럽이 있다. 어릴 때부터 친구 사이로 미식가 클럽인 비프스튜클럽. 열 명의 멤버 중 주최자 격이었던 친구가 에이즈로 죽고 클럽은 활력을 잃는다. 자연스레 클럽이 와해되어 갈 무렵 환상적인 요리 실력을 가진 요리사가 나타나고 클럽은 다시 활력을 얻는다. 하지만 만찬이 끝날 때 마다 한 명 씩 죽는다. 마지막 남은 일인분의 요리를 먹은 사람은 다음날 시체로 발견된다. 그래도 멤버들은 만찬을 그만두려 하지 않는다. 

 브라질 작가의 훌륭한 소설이다. 단, 추리소설은 아니다. 추리소설의 형식을 띄고 있긴 하지만 추리와 거리가 멀다. 이 책을 추리소설 장르문학에 끼워넣은 건 실수다. 추리소설이 아니라는 걸 빼곤 훌륭한 소설이다. 가볍고 얄팍하지만 결코 유치하지 않다.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브라질 소설이란 점도 장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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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 달콤한 죽음이여 - 제15회 독일 추리문학 대상 수상작!
볼프 하스 지음, 안성철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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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스트리아 빈 중심가 어느 병원 후미진 골목, 서로를 삼킬 듯 키스하던 남녀 한 쌍이 총에 맞아 즉사한다. 총알 하나가 남자의 목을 통과해 애인이던 병원 간호사의 머리까지 관통한 것이다. 도시 전체를 떠들썩하게 했던 이 충격적인 사건은 불륜남녀의 치정극으로 끝나는 듯했지만 죽은 남자가 유력 응급구조대 대장 동생이라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된다." -책 소개글


 브렌너는 19년 형사생활에 염증을 느껴 그만두고 사설탐정을 하다 말아먹고 지금은 적십자 구급차를 몰고 있다. 어느 날 동료 빔보가 구급차에서 목이 졸린 시체로 발견된다. 유력한 용의자는 같은 동료. 평소 채무관계가 있긴 하지만 동료를 죽일 사람은 아니다. 구급대의 대장인 주니어는 브렌너에게 스캔들을 막기 위해 수사를 해 달라고 부탁한다. 아무래도 적십자구급대와 경쟁관계에 있는 구급동맹에서 무전을 도청하고 있었던 듯 하다는 것이다. 내키지 않는 일을 떠맡은 브렌너는 수사를 진행하는데 뜻밖의 엄청난 음모에 말려든다. 

 재미있다. 고차원적인 유머들이 작렬한다. 오스트리아의 국민작가라고 소개돼 있던데 명불허전이다. 주인공 브렌너는 다소 어리바리 캐릭터다. 19년 형사생활을 했다는데 대책없이 맞고 다닌다. 거의 ADHD 수준의 두뇌는 또 어떤가! 자기가 지금 뭘 하는지 순간순간 까먹곤 한다. 그다지 터프하지도 않고 동물적인 예리함도 없고 강한 도덕성도 물론 없다. 오로지 있다면 어떤 상황에서도 내뱉는 위트 넘치는 삐딱한 대사들. 그야 물론 이 소설의 작가인 볼프 하스의 솜씨다. 이게 재미있다. 이거 뭐 뜬금없이 누구라고 소개도 하지 않고 3인칭 관찰자인지 전지적작가인지 헷갈리는 화자가 반말로 툭툭 던지듯 얘기를 해주는데 읽는 재미가 대단하다.  

 요즘 유행하는 말로 "시크"하다고 할까! 사실상 소설 속에서 브렌너가 하는 일은 별로 없다. 거의 우연들이 겹치면서 저절로 사건이 해결되는 느낌이다. 그래도 재미있다. 그런 우연들이 억지스럽지 않고 오히려 절묘하다. 무엇보다 작가 특유의 시니컬한 유머를 읽는 맛이 찰지다.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설마 진짜 이렇지는 않겠지? 소설 속에 나오는 모든 캐릭터가 다 말장난의 달인들이다. 설마 이럴라구 하다가도 어느새 낄낄대며 즐기게 된다. 이건 뭐 맨날 짜장면 먹다 짬뽕 먹은 느낌이라고 할까! 재미있는 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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쾅! 지구에서 7만 광년
마크 해던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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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미있다기에 먼저 읽고 선물하려고 안방에서 서두를 보고 있는데 눈치 빠른 중학생 큰녀석이 제목을 보더니 빼앗아갔습니다. 녀석 방에서 곧 낄낄거리는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채 2시간도 안 지났는데 다 읽었다며 돌려줍니다.  

 "아빠, 이거 진짜 재밌어요. 완전 대박이야!" 

 "그래?어디 봐." 

 이번엔 마누라가 가로챘습니다. 역시나 낄낄대며 읽습니다. 또 역시나 채 2시간도 안 지났는데 다 읽었다며 돌려주는데 입가에 미소가 번집니다. 평소 공부 때문에 서로 으르렁대던 모자지간에 공감의 눈빛이 오가며 급화해 무드로 바뀝니다. 

 비로소 마음을 다잡고 읽기 시작했더니 말 그대로 손에서 놓을 수가 없습니다. 낄낄대며 읽다 보니 어느새 종결이더군요. 가볍다면 가볍고 유치하다면 유치하달 수도 있겠지만 일단 재미있었습니다. 신나고 유쾌하고 짜릿하고 나름 감동도 있고. 기분이 좋아지는 소설입니다. 

 초등 4학년 막내도 이 분위기에 동참할 기세입니다. 책을 잡았으니 곧 외치겠지요. 

 "스푸드베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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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들의 도시 피렌체>를 읽고 리뷰를 남겨 주세요.
천재들의 도시 피렌체 - 피렌체를 알면 인문학이 보인다 알면 보인다
김상근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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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오노 나나미의 <물의 도시 이야기>를 읽다 보면 베네치아를 일본에 투영하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모든 조건이 열악한 베네치아가 어떻게 지중해의 패권을 차지하고 유지했는지 알려주면서 은근히 일본이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시오노 나나미는 르네상스의 도시 피렌체보다 지중해의 패권을 추구한 베네치아를 더 높게 평가하고 있는데 보수우익에 패권주의 기질이 다분한 시오노로선 당연한 선택이라고 본다. 시오노가 직접적으로 언급하고 있진 않지만 개인과 민주주의를 우위에 두기 보다는 국가를 위한 일사불란함을 추구한 베네치아는 확실히 일본을 많이 닮았다. 반면에 자유와 민주를 추구하여 높은 문화적 성취를 이루었지만 사색당파로 나뉘어 싸우다가 자신의 국가를 제대로 지키지도 못한 피렌체인들은 우리 대한민국 사람들을 닮았다는 느낌이 들어 쓴웃음을 지으며 읽은 기억이 있다.

 공교롭게도 이 책의 저자도 피렌체인들이 우리나라 사람들과 비슷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고 본다. 분명 비슷한 면이 있긴 있나 보다. 만약 피렌체가 우리와 비슷한 기질의 도시국가였다면 우리의 선택은 어떠해야 할까? 시오노와 달리 저자는 피렌체를 부정적으로 평가하지 않는다. 저자는 오히려 “대한민국이 21세기의 피렌체가 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피렌체는 정치적으론 혼란스럽고 나약했지만 인류를 위해 큰 공헌을 한 국가라는 것이다. 저자는 피렌체가 우리에게 남긴 것은 “미래의 아름다움에 대한 도전”이라고 본다.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아름답게 볼 수 있다는 미래의 가능성”을 남겼다는 것이다.




 “좁은 이탈리아 반도에서 그치지 않는 반목과 대립을 극상의 아름다움을 향한 선의의 경쟁으로 승화시킴으로써 중세의 어둠을 걷어낸 피렌체의 르네상스가 가능했다면, 갈등과 대립으로 사분오열된 대한민국의 오늘이 그렇게 부정적인 것만은 아닐 것이다. 중세의 어둠이 짙었기에 르네상스이 빛이 찬란했다면, 우리도 이 어둠을 견딜 만한 충분한 이유를 확보하게 된다. 강대국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5000년의 문화전통을 굳건하게 지켜왔던 우리의 슬기와 지혜를 모아 이 땅에서 21세기의 르네상스가 동트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나는 저자의 위 주장에 찬성한다. 단, 동시에 시오노의 일본에 대한 충고도 우리나라에 대한 충고로 치환해 우리 것으로 받아들이자고 주장한다. 지금은 피렌체도 베네치아도 모두 과거의 도시가 되고 말았다. 우리나라나 일본도 언젠가 퇴락하여 흔적만 남는 날이 올까? 미래의 일을 어찌 알랴만 영원한 것은 없다. 도시와 국가도 인간처럼 흥망성쇠를 겪게 마련이다. 우리나라가 영원히 번영하리라고 누구도 보장할 수 없겠지만 반대로 우리나라가 세계의 1등 국가가 되어 장구한 번영을 누리지 말란 법도 없다. 저 작은 도시국가 피렌체와 베네치아가 했다면 우리도 할 수 있다. 그럴 때 우리의 나아갈 방향은 베네치아식의 정치적 패권이 아니라 피렌체식의 문화적 패권이 되어야 함은 마땅하다. 단, 피렌체가 화려하게 르네상스를 일으키고 불꽃처럼 스러졌다면 우리는 베네치아의 지혜로 오랜 시간 타오르는 군불을 지펴야 한다.




 매우 공들인 책이지만 아쉬움이 좀 남는다. 부제를 “피렌체를 알면 인문학이 보인다”고 했는데 과연 피렌체를 잘 알려줬는지, 그래서 인문학을 보여 줬는지는 의문이다. 피렌체의 르네상스를 이끈 인물들을 병렬식으로 나열하는 구성이 지루하여 집중력이 떨어진다. 르네상스 시기 피렌체의 입체적인 모습을 조망하기엔 부족하다. 마치 피렌체 인물열전 같기도 하고 피렌체 유물답사 같기도 하다. 워낙 피렌체란 도시가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저자로선 어쩔 수 없는 면이 있었겠지만 왠지 좀 난삽하게 느껴진다. 시오노 나나미의 <물의 도시 이야기>를 읽을 때 몹시 베네치아를 가보고 싶었는데 이 책을 읽을 땐 피렌체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그렇게 많이 들지 않았다. 너무 예술작품에 대한 설명에 치중하는 바람에 정작 호기심을 자극할만한 “이야기”가 빠져 버린 듯하다. 저자의 다음 저작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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