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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상 혁명 - 세상을 바꾸는 21세기 생존 프로젝트
강양구.강이현 지음 / 살림터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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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책을 읽으면 마음이 불편합니다. 그 동안 아무 생각없이 살아오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드니까요. 건강에도 좋고 소농도 살릴 수 있게 가능한 가까운 곳에서 생산된 로컬푸드를 먹자는 주장은 옳습니다. 식량은 안보의 차원을 넘어 주권이니 가능한 자급자족하자는 주장 또한 맞는 말입니다. 미국이니 칠레니 중국이니 물 건너 온 농산물들이 방부제와 농약에 더 많이 노출되고 유전자조작 상품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도 옳습니다. 하지만 현재 체결되었거나 체결 중인 FTA, 그 중에서도 한미FTA는 우리나라 농민들을 죽일 것이며 우리의 건강과 안보를 위협할 것이라는 주장에 이르면 고개를 갸웃하게 만듭니다.

 책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은 아주 이상적인 자급자족 국가가 되어야 마땅한데 현실은 정반대입니다. 올해도 많은 동포들이 굶어 죽을 상황이라는 보도가 나오는 형편입니다. 남한 역시 불과 40년 전만 해도 대다수 사람들이 끼니를 거르는 고통을 겪던 국가였습니다.  우리나라가 절대 빈곤에서 벗어나고 최소한 밥 굶을 걱정을 하지 않게 된 것은 적극적으로 세계경제에 뛰어들어 교역을 통해 부를 축적했기 때문입니다. 지금 이른바 진보적이라는 사람들이 그토록 미워하는 개발독재세력과 대기업이 없었더라면 우리가 과연 이 책이 제기한 문제를 다뤄 볼 한가한 여유나 있었을까요? 독재와 재벌경영이 옳았다는 건 아닙니다. 현실을 인정하자는 얘기입니다.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그고 빈대 잡자고 초가삼간 다 태우겠습니까! 제가 보기에 이 책의 각론은 다 좋은 애기입니다만 총론이 잘못돼 있습니다. 자원도 없고 농토도 부족하고 인구만 많은 우리나라가 살 길은 교역을 통한 길 밖에 없습니다. 한미FTA는 미국이 오히려 반대하는 분위기죠. 이유가 뭐겠습니까? 자신들이 불리한 협정이라고 보는 것이겠죠. 우리는 그만큼 경쟁력이 있습니다. 물론 농업을 비롯한 취약한 부문이 있습니다. 그 취약한 부문 살리자고 모든 문을 닫아 걸고 우리끼리 잘 살아보세 할 수 있을까요? 북한이 그 답이 되겠네요. 물론 취약한 부문을 다 죽이고 희생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그래서 이 책의 각론은 옳다고 하는 것입니다. 

 과거 어쩔 수 없이 선택과 집중을 통해 경쟁력을 갖추게 된 산업의 성과를 이제는 나누어 그 동안 희생해온 취약한 부문을 북돋우고 튼튼하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런 차원이라면 책의 주장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하지만 목표가 잘못되면 운동은 왜곡되고 실패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역사상 현실을 현실로 인정하지 않는 이상주의가 성공한 적은 없습니다. 매일 인터넷에 접속해 세계를 실시간으로 느끼는 시대, 국민 대부분이 도시인인 현실을 외면해선 안 됩니다. 지금 모든 욕망을 끊고 과거로 돌아갈 순 없습니다. 가능한 자연에 아무 짓도 하지 말고 모여 살지도 말라고 했던 노자의 주장은 인간이 사라지지 않는 한 영원히 유효할 주장이지만 또한 인간이 사라지지 않는 한 실현되기 어려운 주장이기도 합니다. 

 책의 주장은 상당히 온건하고 작은 실천을 얘기하는데 지나치게 반응하는 거 아니야 하고 반문할 수 있습니다. 언듯 보면 이 책의 주장들은 상당히 현실적으로 보이니까요. 하지만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면 궁극적으론 인간이란 존재가 이 지구상에서 없어지는 것만이 절대선이 아닐까요? 미국산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것보단 쇠고기를 아예 안 먹는 게 더 나은 선택 아닐까요? 더 나아가 비효율적인 육식을 금지하고 필요한 최소한의 칼로리만 지구 상 모든 사람들이 골고루 나눠 먹는 게 지상천국을 건설하는 가장 좋은 길이겠지요. 이 책이 그런 전제를 깔고 밥상혁명을 외치기 때문에 감정적으론 울컥해서 무조건 찬성하고 싶지만 애써 차가운 머리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는 겁니다. 적지 않은 나이를 먹으면서 이상만을 외치는 사람들이 다른 사람들에게 뜻밖의 고통을 주다가 실패하는 걸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입니다. 

 세계가 하나 되는 건 대세다. FTA도 해야 한다. 단, 소외되고 희생되는 부문이 없도록 우리 다 같이 살펴보고 노력하자. 우리의 건강과 인류의 미래를 위해 좀 더 적게 먹고 좀 더 적게 쓰고 많이 움직이자. 이런 식의 주장이라면 더 신뢰가 갈 텐데요. 그런 식의 접근이 아쉬운 책입니다. 물론 문제제기라는 면에서 좋은 정보를 다양하고 쉽게 펼쳐 준 저자들의 노고엔 박수를 보냅니다. 더 공부할 꺼리를 만들어 준 점에 대해서도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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