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는 눈 이에는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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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좀 안타깝습니다. 수작이 될 수 있었는데 마무리에 조금 부족한 점이 보여 아쉬웠습니다. 배우들 연기 좋고 촬영이나 편집도 훌륭해서 즐기기엔 손색이 없는 영화지만 용두사미가 돼 버린 스토리가 옥의 티가 되고 말았습니다.
 영화 초반은 아주 훌륭합니다. 공들인 티가 팍팍 납니다. 검거율 100%의 백서장(한석규)을 사칭한 안현민(차승원) 일당들이 현금수송 차량을 강탈하고 의도된 제보로 백서장을 끌어들이는 과정이나, 안현민이 악덕금융가 김현태(송영창)에게 아버지를 잃고 복수하기 위해 치밀한 계획을 세워 백서장을 끌어들였다는 사실이 밝혀질 때까지만 해도 스토리의 긴박감과 정교함이 돋보였습니다. 그런데 거기가 한계였습니다. 그 이후는 질질 늘어지고 긴장도 없고 반전도 없습니다. 영화 후반부 주인공들의 행동은 납득하기 어렵고 재미도 없습니다. 설마 설마 했는데 끝까지 반전도 없습니다. 그 모든 일이 사실은 백서장과 안현민이 공동모의 했다든지 뭐 그런 반전이 있었다면 그나마 영화가 살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최근 우연찮게 작년 여름방학 시즌 한국영화 기대작 3편을 다 보았습니다. 한동안 침체기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수준있는 한국영화가 드물게 나오더니 작년 기대작들은 일정 수준 이상의 품질을 보이고 있어 기분 좋았습니다. 한 편으론 아쉬움도 남습니다. 세 영화 다 조금씩 부족합니다. 영화라는 특성 상 보안문제가 있겠지만 제작 이전 단계에서 기획력이 떨어지는 게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헐리웃의 영화 제작자들은 영화를 만들기 전 스토리 단계에서 전문가들에게 철저한 클리닉을 받는다고 들었습니다. 그게 바로 헐리웃 영화가 진부하긴 해도 일정 정도 이상의 수준을 항상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라는 얘기죠. 최근 우리나라 영화를 보면 그런 시스템이 없거나 부족해 주먹구구식으로 만들어지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듭니다. 열심히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 해야죠. 영화는 예술 이전에 산업입니다. 특히 큰 제작비가 투입된 영화일수록 산업적 성향이 강해지죠. 좀 더 프로패셔널한 기획이 필요한 때가 되었다고 봅니다. 한국영화제작자들은 들쭉날쭉한 퀄리티로는 관객들의 시선을 언제까지고 붙잡아 둘 수 없다는 걸 잊지 마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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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년학 - Beyond the yea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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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에 자랑할 수 있는 우리문화 중 판소리가 있지요. 세상 어느 나라에 이런 노래가 있을까요! 한 사람이 한 곡을 제대로 부르기 위해 평생을 바쳐 노력해야 하는 음악은 세상에 판소리 말고는 달리 없을 겁니다. 이 세상 어디도 판소리 만큼 예술혼으로 똘똘 뭉친 노래는 없다고 확신합니다. 두 분 예술계의 거장이 판소리에 이끌린 건 당연합니다. 평생 예술혼을 궁구하다 올해 타계하신 이청준 선생과 현존하는 세계최고의 거장 임권택 감독이 만나 부르는 노래는 그래서 아름답습니다.
 "천년학"은 "서편제"와 짝을 이루는 이야기입니다. 서편제의 주인공 동호(조재현)와 송화(오정해)의 못다한 이야기죠. 서로 남남이지만 남매이기도 한 두 사람의 애절한 사랑과 이별의 이야기입니다만 제가 주목한 것은 오늘날의 판소리를 있게 한 예인들의 예술혼이었습니다. 누가 봐도 결코 행복하달 수 없는 삶을 살면서도 득음의 경지에 도달하기 위해 온몸과 영혼을 불살랐던 수 많은 소리꾼들의 이야기는 가슴을 먹먹하게 만듭니다. 그들이 있었기에 오늘날 우리가 판소리를 들을 수 있는 것이겠죠. 그것이 꼭 판소리가 아니라도 좋습니다. 아름다움을 맛본 죄로 평범한 삶을 살 수 없었던 수 많은 저주받은 예술가들은 모두가 천년을 산다는 학과 같이 귀하고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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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진이 - Hwang jin y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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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우리가 알고 있는 황진이가 아냐! 우리의 진이 누님 이렇게 우중충하지 않아. 진이 누님은 태양 같은 여자라구. 우리가 아는 진이 누님은 어두운 구석이라곤 없는 존재라는 말이지. 우리 역사에 보기 드문 당찬 여성 캐릭터 진이 누님을 이렇게 우중충하게 망쳐 놓다니! 하긴 이 영화만 그런 것도 아니야. 이상하게 "황진이"란 이름의 영화나 드라마는 예전부터 다 그랬어.
 도대체 신분과 남녀의 구별이 엄격하던 조선시대에 혜성처럼 홀연 나타나 삐뚤어진 세상과 못난 남성들을 멋지게 비웃고 구질구질 뭐 남기는 거 하나 없이 가뭇없이 사라지신 통큰 여성 진이 누님을 이렇게 망가뜨릴 수 있냐 이거야! 진이 누님이 뭇 남성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놈씨(?)와의 사랑에 찌질하게 눈물이나 흘릴 분이라고 생각하는 것이야말로 이 땅의 남성들이 아직도 못났다는 증거 아니냐 이 말이야! 언 놈이 영화 제목을 "황진이"라 붙여놓고 "놈이"를 주인공으로 삼았는지 참 같은 남자로서 부끄럽다, 부끄러워.
 진이 누님은 말이야, 허위로 가득 찬 세상에 호탕한 웃음을 웃으며 제대로 똥침 한 방 먹여주신 분이라구. 연애 감정 따위에 눈물이나 찔찔 흘릴 분이 아니야. 천라지망 아무리 촘촘한 그물로도 잡을 수 없는 바람처럼 자유롭고 구름처럼 호방한 여성이었다구. 그러면서도 못난 남성들이 도저히 흉내조차 낼 수 없는 따뜻한 사랑의 소유자였다 이 말씀이야. 그 사랑은 연애 감정 따위가 아니고 인간에 대한 연민, 인간애였다 그 얘기야. 진이 누님이 살아오신 듯 예쁜 송혜교를 데리고 이렇게 우중충한 황진이를 만들기도 증~말 힘들....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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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샬롯 2009-08-24 13: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하하 재밌어요. 태양 같은 여자군요. 황진이는...^^ 왠지 끌리지 않더라니 우중충해서 그랬나봐요.^^;;

심술보 2009-08-25 10:29   좋아요 0 | URL
여성이 만드는 "황진이"는 좀 다를까요? 여성감독이 만든 "황진이"가 보고 싶어요.
 
슈팅 라이크 베컴 - Bend It Like Beckh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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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에 다녀 온 사람들이 하는 말을 들으니 런던은 유색인종들 천지라고 하더군요. 특히 인도계 사람들이 많다고 합니다. 이 영화를 만든 거린더 차다도 인도계 영국인 여성 감독이라고 들었습니다. 영화의 주인공 제스(파르민더 K.나그라)도 정통 인도계 영국소녀입니다. 그런데 얼굴도 예쁘고 공부도 잘하는 이 소녀는 특별한 재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바로 남자 뺨치는 축구실력을 타고난 것이죠.

 하지만 제스가 여자 축구 선수가 되어 그토록 좋아하는 베컴처럼 멋진 프리킥을 날릴 기회를 만날 가능성은 희박해 보입니다. 여자는 그저 남자 잘 만나 시집 잘가면 최고라고 생각하는 엄마와 뛰어난 크리켓 실력에도 불구하고 인종차별의 벽에 막혀 선수생활을 접어야 했던 아버지를 설득하기가 너무 어려워서 그렇습니다. 제스는 너무나 축구를 하고 싶지만 스스로 자신의 벽을 뛰어넘을 만한 용기는 없는 인도계 영국소녀일 뿐입니다.

 그런 제스에게 우연히 기회가 찾아 옵니다. 여자 축구 선수인 줄스(키라 나이틀리)가 공원에서 남자애들과 어울려 공을 차고 있던 제스를 보고 팀에 들어올 것을 제의합니다. 팀의 코치인 조(조나단 라이 메이어스)는 제스의 자질을 한 눈에 알아 보고 팀에 합류시킵니다. 물론 제스는 집에 차마 사실대로 말하지 못합니다.

 제스의 실력은 일취월장, 어느덧 줄스와 함께 팀의 주축이 되고 좋은 우정도 키워갑니다. 그러던 중 마침내 제스의 몰래축구는 가족들에게 들통이 나고 부모님의 강한 반대로 축구를 할 수 없는 상황이 됩니다. 마침 제스는 사려 깊은 코치 조에게 끌리는데 줄스도 조를 좋아하고 있던 터라 우정에 금이 가는 일이 벌어집니다. 제스가 베컴처럼 벽을 넘겨 멋지게 휘어 차기엔 앞을 가로막고 있는 수비수의 벽이 너무 높고 견고해 보입니다.

 제스는 벽을 넘겨 멋지게 프리킥을 날릴 수 있을까요 ?

 이 영화의 내용은 진부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종류의 성장-좌절-극복-성공 스토리는 너무나 흔한 소재입니다. 하지만 이런 스토리는 언제 봐도 즐겁습니다. 우리 모두가 바라는 일이니까요 ! 이 영화도 역시 재미있습니다. 특히 이 영화는 뻔한 얘기를 유쾌하게 풀어간 점이 돋보입니다. 심각할 수도 있는 이야기를 가벼운 톤으로 처리한 것도 좋았고 경쾌한 편집으로 지루할 수 있는 얘기를 보완한 것도 좋았습니다. 영국에 살지만 인도의 전통을 그대로 유지할려고 하는 부모 세대와 변화해 가는 자녀 세대의 갈등과 화해를 엿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무엇보다 여주인공 제스와 줄스가 너무 예쁩니다. 남자 주인공 조도 잘 생겼고요. 풋풋한 청춘들의 우정과 사랑, 꿈과 열정이 보기 좋습니다. 군데군데 스며있는 영국식 썰렁유머도 재미있습니다. 한 가지 아쉽다면 제목과는 달리 베컴이 코빼기만, 그것도 아주 멀리서 잠깐 보여준다는 점입니다만 영화가 재미있어서 용서했습니다.

 영화의 원 제목은 "Shooting"이 아니고 "Bend"인데 사전을 보니 "구부리다"는 뜻이 있네요. 표면적으론 베컴의 프리킥처럼 "구부려" 휘어 차라는 의미인데 Bend는 "자신의 의지로 남을 굴복시키다", "전념하다,기울이다"는 뜻도 있어서 "자신의 의지를 자신의 꿈에 전념하여 나를 가로막고 있는 모든 것들을 굴복시키라"는 의미도 있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자신의 의지가 약해졌다고 느낄 때 나를 둘러싼 벽이 너무 높고 견고하게 느껴질 때 이 영화를 보고 멋지게 휘는 프리킥 한 번 날려 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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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크레더블 - The Incredibl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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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뻔합니다. 스토리 말입니다. 다 어디서 본 듯한 이야깁니다. 007 시리즈나 "스파이 키드"를 합쳐 놓은 이야기라고 보시면 맞습니다. 그래도 재미있습니다. 딱 기대한 만큼 즐겁게 해 줍니다. "토이 스토리"를 만들었던 픽사의 기술은 역시 훌륭합니다만 감탄할 정도는 아닙니다. 이미 우리의 눈도 날로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 못지 않게 업그레이드 됐기 때문이겠죠.
 이런 거 보다도 제가 보면서 재미있다고 생각한 부분은 주인공 미스터 인크레더블과 그의 아내 엘라스티 걸의 삶에 임하는 태도의 차이였습니다. 악당들로 부터 지구를 지키던 슈퍼영웅들은 미스터 인크레더블이 사람들에게 비난받고 소송을 당하면서 모두 초능력을 감추고 평범한 사람이 돼 버립니다. 미스터 인크레더블과 엘라스티 걸은 결혼하여 아이들 셋을 낳고 평범한 사람이 되어 15년째 살고 있습니다.
 여기가 재미있는 부분인데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보험회사에서 일하지만 자신의 현재 모습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잘 나가던 과거를 잊고 생활에 매몰된 고개 숙인 중년남성인 자신의 자화상이 싫습니다. 회사에선 매일 사장한테 깨지고 집안에서도 아내와 애들에게 별볼일 없는 남편이요 아빠일 뿐입니다. 인크레더블은 현재의 생활에 전혀 적응을 못한 것 같습니다. 그는 다시 슈퍼영웅이 되고 싶어합니다.
 그런데 아내 엘라스티 걸은 좀 다릅니다. 엘라스티 걸은 자신의 현재 역할을 남편 보다는 훨씬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살고 있습니다. 과거의 잘 나가던 슈퍼걸 시절은 이미 잊어 버린 듯 합니다. 물론 지금도 말 안 듣는 아이들 혼낼 때는 자기도 모르게 옛날 버릇이 나오곤 하지만 미스터 인크레더블에 비하면 분명 현실 긍정적입니다. 아니, 오히려 과거를 잊지 못하는 남편을 질타하며 현실적으로 살아가길 바라는 것 같습니다.
 디즈니사가 제작을 하긴 했지만 "인크레더블"이 표방한 가족관은 지나치게 전통적이고 보수적입니다. 우리가 오랜 동안 디즈니 영화와 애니메이션에서 봐 온 그대로입니다. 미스터 인크레더블은 바깥으로 뛰쳐 나갈 때 가장 멋있고 유능한 "남자"가 되지만 엘라스티 걸은 가족을 지키는 "엄마 & 주부"일 때 가장 강하다는 논리입니다. 영화 속에서 엘라스티 걸의 비중이 더 크다고 할 수도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엄마 & 주부"로서의 비중일 뿐입니다.
 하긴 이렇게 말하고 있는 저도 미스터 인크레더블의 심정에 대부분 공감하고 있습니다. 가족을 위해서란 명분하에 제 개인의 자아실현을 꿈꾸니까요. 그러면서 은근히 아내와 가족의 희생을 요구하는 이율배반적인 면이 있습니다. 아내가 엘라스티 걸처럼 위기 때마다 남편을 구해주고 아이들 잘 키우고 가정을 튼튼하게 지켜주길 바라는 것이죠. 남편이자 아빠인 저는 그 발판을 딛고 가족의 대표선수로 성공하겠다는 논리인 겁니다. 물론 남자라고 희생할 부분이 없겠습니까만 생각해보면 좀 치사한 구석이 있습니다. 마누라 애들 놔두고 혼자 "인크레더블" 본 양심의 가책으로 몇 마디 중얼거려며 반성해 봤습니다.
 가족을 위해 희생만 하는 대부분의 가장들이 이 글을 보신다면 혹시 화내실지도 모르겠네요. 이 글은 철저하게 저한테 국한된 자기반성입니다. 다른 분들은 가족을 위해 엄청난 희생을 하면서 어깨에 무거운 짐을 지고 가시니 저하고 함께 도매금으로 넘기지 않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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