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산성
김훈 지음 / 학고재 / 2007년 4월
평점 :
절판


 김훈은 기자 출신이다. 조금은 어두운 시절,함부로 말할 수 없던 시절,그는 기자로 세상을 그렸다. 하고 싶은 말을 행간에 숨겨야만 했고 사실을 사실로 말하되 그 속에 뜻을 숨기는 법을 배워야 했다.30년 기자 생활을 하면서 그는 곧게 말하는 법을 잊어갔다. 꾹꾹 눌러 쓴 문장은 아름다워졌으나 의미는 안개처럼 흩어졌다. 어느새 반어법과 모순어법은 그의 천성이 돼 버렸다.  

 하긴 어두운 시절이 아니라도 기자의 본분은 객관성을 가지고 사실을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일이다. 기자는 현대의 사관이다. 조선시대 사관은 임금이 죽이려해도 사초를 보여주지 않았다고 한다.지금 그런 정신을 가진 기자가 몇이나 될까? 비록 오활한 김훈이지만 그나마 그 중 한사람이 아니었을까. 아마도 그래서 그는 유명시사잡지의 편집장을 거친 후 다시 한겨레신문의 평기자로 들어갔었지 싶다. 이 시점에서 사람들은 김훈이란 사람에 대해 많이 오해하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저마다 이 사람을 자신의 편이라고 여겼다. 대표적인 인물이 노무현이다. 대선이 있던 그 해, 노무현은 김훈의 "칼의 노래"를 가장 인상깊게 본 책으로 꼽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그 선거에서 김훈은 노무현을 지지하지 않았는데. 

 과거 명기자였던 작가는 지금 소설을 쓴다. 그 중에서도 역사소설을 쓴다. 그의 역사소설은 인기가 있지만 대중들의 오해는 여전하다. 이미 천성이 돼 버린 기자정신이 독자를 오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김훈의 소설을 감동적으로 읽었다는 사람들치고 어떤 점이 감동적이었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읽고 대답하는 사람을 보기 어렵다. 니편 내편 편가르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작가는 소설도 곧 르포로 쓴다. 그의 소설은 누구의 손도 들어주지 않는다. 각각의 문장은 분명하고 단호하지만 무엇을 얘기하려는지 알기가 싶지 않다. 양시양비의 객관적인 관점은 결국 허무에 가 닿는다. 하지만 그가 허무를 말하고자 역사를 르포하지는 않았으리라. 그도 인간인지라 분명 의견이 있고 하고 싶은 얘기가 있음에 틀림없다. 그것을 읽어내야 한다. 작가가 꼭꼭 숨겨놓은 의미의 행간을 읽어내야 한다. 허무한 시선 속에 숨어있는 긍정과 희망의 목소리를 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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