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작엔 이야기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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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한도 - 천 년의 믿음, 그림으로 태어나다 ㅣ 키워드 한국문화 1
박철상 지음 / 문학동네 / 2010년 1월

 인문학 책을 읽다가 울어보긴 처음입니다. 어떤 드라마보다 감동이었습니다. 추사 김정희의 ‘세한도’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 그림입니다. 고등학교 때 교과서에서 처음 접한 이후 조선시대 최고의 그림으로 해외에까지 널리 알려진 그림인 줄은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만 이렇게 많은 사연을 담고 있는 그림인 줄은 미처 몰랐습니다.

 ‘세한도’는 추사가 우선(藕船) 이상적에게 그려 준 그림인 줄도 이번에 처음 알았습니다. 아무리 조선시대 신분제도 상 미천한 역관이었다 하지만 당대 청나라 선비들 사이에서 시인으로 이름이 높았고 고매한 인격으로 존경을 받았던 분이라는데 그동안 우선 이상적이란 이름을 한 번도 들어 본 적 없었던 건 제가 과문한 탓인지, 혹 아직까지도 고루한 생각에 젖어 지배층만 조명하는 학자들 탓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이 책을 통해 추사의 진면목을 조금이나마 알게 되어 기뻤거니와 우선이란 분을 알게 되어 더더욱 고마웠습니다. 역사의 뒷바퀴는 우선과 같은 이름 없는 분들이 굴려왔음을 다시 한 번 깨달았습니다.

 세기의 걸작이란 쉽게 탄생하지 않습니다. 예술은 진정 고독과 아픔이란 진흙 속에 피어오르는 한 떨기 연꽃입니다. 거기에 한 줄기 인연이 있고 따뜻한 인간애가 흐른다면 더할 나위 없습니다. 어떤 드라마가 이보다 더 감동적이고 아름다울 수 있겠습니까!

 이 책은 <문학동네>의 “키워드 한국문화”시리즈 중 한 권이라고 합니다. 참 잘 기획하고 잘 만든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인문학의 위기를 논했지만 정작 이런 노력은 부족했습니다. 학자들이나 전문가들이 ‘그들만의 리그’ 혹은 ‘상아탑’에 안주하는 한 인문학은 박물관 창고에 썩고 있는 ‘죽은 유물’일 뿐입니다. 대중은 이런 책을 원합니다. 이런 책이 자꾸 나온다면 인문학은 결코 위기일 수 없으리라 확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