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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모닝 프레지던트 - Good morning, President
영화
평점 :
상영종료
라디오에서 들었던 장진 감독의 인터뷰가 생각난다. 그는 장기간 촬영해야 하는 작품은 자신의 체질에 맞지 않는것 같다고 한다. 지구력이 부족하다나. 큰 흥행을 이뤘던 '웰컴투 동막골'같은 경우도 그런 이유로 박광현 감독에게 넘겼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어쩌면 그의 지구력 부족은 그의 영화가 보여주는 개성적 색채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영화속에서의 각 인물들은 참 뚜렷하다는 느낌이 든다. 스토리보다 그들 각의 개성적 말투, 몸짓이 훨씬 반짝반짝 거린다.
대통령의 사생활이란 소재를 들고 나온 이영화.
이순재와 장동건, 고두심의 삼대에 걸친 대통령들은 각자 독특한 개성을 지니고 있고, 그 개성이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오랜 민주화 운동으로 고초를 겪고 마침내 노령의 대통령이 된 이순재. 244억의 복권에 당첨된 후 갈등을 겪는 대통령의 행보가 웃음을 자아낸다.
첫사랑 앞에서는 쩔쩔 매면서도 정치적인 자리에선 속 시원한 얘기를 꺼낼 줄 아는 장동건은 그 외모만큼 훈훈하다.
그리고 최초의 여성 대통령이 된 고두심은 그녀보다 그녀의 대책없이 서민적인 남편 임하룡과의 갈등으로 고뇌한다.
그들은 각자 임기내에 큰 인간적 갈등의 문제를 겪게 되고, 그 해결은 의외로 조리장이 화투패를 돌리거나 멸치를 다듬는 주방에서 나온다. 그들의 과거, 그들의 경험, 그리고 제3자로서 그들을 바라보는 또는 일반 국민의 입장에 서기도 한 조리장과의 대화를 통해 그들은 자신들의 결정을 이끌어 낸다.
그 속내야 내가 알 순 없지만, 어쩌면 장진 감독이 하고 싶었던 얘기는 여기에 있는게 아닐까,란 생각을 잠시 잠깐 해 봤다. 아주 오래전 왕과도 동일시 되는 대통령이지만, 사실 그들은 인간일 수 밖에 없고, 그들의 판단은 유능한 참모진에 둘러싸여 있다고는 하지만, 오히려 무지렁이 같아 보일 수도 있고, 정치에 능하지 않을 수도 있는 순박한 국민들과의 대화와 교감을 통해서만 그들과 나라의 행복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언론에는 '대통령의 사생활'에 대한 소재는 너무나 크게 부각된데 반해, '대통령의 주방'에 대한 이야기가 너무 나오지 않아, 영화를 보면서 좀 놀랐다. 그 주방의 비중이 사소하지만은 않은 것 같아서.
소소한 재미들이 많은 영화이다. 하지만 기대가 너무 크다면 실망도 클 만한 영화중 하나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드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