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발밑의 대지는 몇억 년 동안 존재해 왔는데 나는 고작 몇십 년 살았을 뿐이며 내게는 휴대폰 한 대가 전부였다. 기적이 일어났을 때, 희망이 강렬해질수록 더 지독하게 엄습하던 고독감이 나를 견딜 수 없게 만들었다. 나는 큰 소리로 울고 싶었다. 우리의 삶은 이전에도 존재하지 않았고 이후에도 절대 다시 일어나지 않을 일들로 가득차 있었다. - P111

우리에게 해바라기 밭이 영원한 존재가 아닌 적이 있던가? 세 달이 지나면 해바라기가 만들어 낸 것들이 우리를 살아가게 하는 자양분이 되어 주었다. 그렇기에 해바라기의 아름다운 모습은 결코 우리의 기억에서 잊히지 않고 우리 삶 속에서 언제까지나 함께할 것이다. - P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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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는 늘 정신이 오락가락했다. 항상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를 알지 못했다. 아침에 일어나면 늘 집에 돌아가겠다며 짐을 싸셨고, 이웃에게 기차역에 어떻게 가는지를 물으셨다. 할머니는 아러타이에 아직 기차가 다니지 않는다는 걸 알지 못했다. 그저 기차가 유일한 희망임을 알 뿐이었다. 기차는 가장 확실한 떠남을 의미했다.
할머니의 기나긴 삶 속에서 오직 기차만이 할머니가 먼 길을 떠나게 해 주었고, 머나먼 곳으로 데려다 주었다. 기차만이 할머니를 모든 어려움에서 벗어나게 해 주었다. 기차는 할머니의 마지막 보루이기도 했다. - P7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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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세다대학의 세가와 시로 교수는 일본 언론의 원전 보도가 전형적인 ‘대본영 발표‘였다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대본영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군 최고 통수 기관으로, ‘대본영 발표‘란 전황에 대한 일본군의 공식 발표였다. 그런데 당시 대본영은 의도적으로 전쟁 피해를 축소하거나 미화하고 심지어 승패를 바꾸는 등 사실과 다르게 밝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대본영 발표는 이후 ‘전혀 믿을 수 없는 내용의 엉터리 공식 발표‘의 대명사로 통하게 되었다. 즉 원전 사고에 대한 일본 주요 언론의 보도는 진실과 거리가 먼 허위 보도였다는 것이다. - P272

정신과 의사이자 평론가인 가야마 리카는 이런 현상을 포지티브 내셔널리즘이라고 명명했다. ‘긍정적 민족주의‘쯤으로 해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녀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 ‘일본은 강한 나라‘, ‘힘내라 일본‘ 같은 문구가 넘쳐 나는 것에 대해 ‘부흥 내셔널리즘‘ 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그녀는 이 같은 현상이 부흥 내셔널리즘의 연장선상에서 불안감을 해소하고 ‘자기부정적‘이 되지 않기 위해 반대로 자기를 긍정하기 위한 몸부림이라고 분석했다. - P2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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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과 땅은 텅 비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고 옷도 한 벌 걸치지 않았다. 세상에는 오직 식물만이 남았고 식물에는 길만이 남았다. 모든 길은 시원하게 트였으며 모든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물은 빛 가운데서 힘겹게 걸음을 떼며 나아가다 어둠 속에서 청신호를 내며 꼭대기를 향해 달려갔다. 물이 이 대지 위에서 가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바로 해바라기의 꼭대기였다.
이 해바라기 밭은 물이 지구를 돌고 난 뒤에 다다르는 마지막 정거장이었다. 장장 사흘 동안 밤낮 없이 해바라기 밭에 물이 골고루 스며들었다. - P25

나는 도통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없었고 늘 초조하고 심란했다. 그럴 때면 ‘잠깐일 뿐이야. 집이 생기면 괜찮아질 거야.‘ 나 자신을 위로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꿈꾸는 집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음을 알았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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혈액형이 성격을 결정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는 곳은 전 세계에서 한국과 일본, 대만 정도다. 일본과 우리는 이력서에도 혈액형 기재란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지만, 외국은 본인의 혈액형을 모르는 경우도 많다. 수혈할 때 문제가 되지 않을까 반문하겠지만, 응급 상황 시 혈액형을 바로 체크하면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한다. 우리나라와 대만이 갖고있는 혈액형에 대한 고정관념은 일본이 ‘원조‘다. - P227

최신 혈액형 연구는 혈액형에 대한 고정관념이 일상에서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그리고 일본 사회에 혈액형 성격론이 자리 잡은 이유로 ‘믿는 사람이 믿지 않는 사람보다 이득이 더 많기 때문‘임을 보여 준다. 혈액형은 재미 삼아 이야기하거나 대화의 실마리를 풀어 나가기에 좋은 소재라는 것이다. 그래서 일본인들은 혈액형 성격론을 적당히 믿는 사람들에 대해 ‘똑똑하지는 않지만 인간성은 좋다‘ 정도로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혈액형 성격론을 반대하는 사람에 대해서는 ‘능력은 있지만 거리감이 있다‘고 느꼈다. 혈액형에 대해 가볍게 농담을 나누는데 정색하며 분위기를 깨는 사람으로 여긴다는 것이다. - P234

일본 학자들은 일본인이 추구하는 행복은 ‘다다익선‘식이 아니라 ‘균형을 지향하는‘ 행복이라고 설명한다. 일본인은 부족함을 알면서도 일정 정도가 충족되면 행복을 느낀다고 주장한다. 100점 만점으로 치면 가장 이상적인 행복 점수는 70점 정도라는 것이다.
일본인이 이상적으로 여기는 ‘균형적인 행복‘이란 무엇일까? 긍정과 부정의 균형이다. 즉 인생에서 좋은 일만 있을 수 없기에, 긍정적인 일과 부정적인 일이 조화를 이룰 때 행복하다는 생각이다. - P240

<한국일보>의 조사에서 한일 통틀어 일본의 20대는 가장 행복하지 않은 세대였다. 행복도가 10점 만점에 5.2점으로 일본의 전 세대중 최하위였다. 한국 20대의 6.3 점보다도 현저히 낮았다. 전문가들은 장기 불황의 여파를 가장 먼저 꼽는다. 미래에 대한 꿈과 희망을 잃고, 달관 세대가 됐다고 우려한다. - P2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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