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과 땅은 텅 비었다. 바람 한 점 불지 않았고 옷도 한 벌 걸치지 않았다. 세상에는 오직 식물만이 남았고 식물에는 길만이 남았다. 모든 길은 시원하게 트였으며 모든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물은 빛 가운데서 힘겹게 걸음을 떼며 나아가다 어둠 속에서 청신호를 내며 꼭대기를 향해 달려갔다. 물이 이 대지 위에서 가닿을 수 있는 가장 높은 곳, 바로 해바라기의 꼭대기였다.
이 해바라기 밭은 물이 지구를 돌고 난 뒤에 다다르는 마지막 정거장이었다. 장장 사흘 동안 밤낮 없이 해바라기 밭에 물이 골고루 스며들었다. - P25

나는 도통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없었고 늘 초조하고 심란했다. 그럴 때면 ‘잠깐일 뿐이야. 집이 생기면 괜찮아질 거야.‘ 나 자신을 위로하곤 했다. 하지만 나는 내가 꿈꾸는 집과 점점 더 멀어지고 있음을 알았다. - P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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