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드 2005-10-27
서림님 서림님의 방명록에 글을 남기려니, 흐트러졌던 자세가 꼿꼿해지고, 잠이 와서 멍하던 눈이 번쩍 뜨이는 느낌입니다.
다시 읽어보고, 또 다시 읽어보고, 한 열번쯤 ( 은 아니라도, 다섯번은 족히) 잘 읽어보았습니다.
제 유치하고 이기적이었던 행동에 그렇게 진지하게 진심으로 글 남겨주셔서, 제 자신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정말이요. 맞아요. 잡아주셔서 감사합니다. 하나만 알고 둘은 몰라, 모두들에 대한 원망만 가지고 떠날뻔 했어요. 제게 상처가 될꺼란것만 생각했지, 모두에게 미안하고 무례한 일이란건 생각 못했어요.
내가 이렇게 공개적으로 도마위에 올려져도 다들 아무렇지도 않구나. 나는 아무렇지 않을 수 있긴 하지만, 남들도 다들 오히려 즐기는구나, 꼴좋다. 하는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어요. 이러쿵 저러쿵 이야기 되는걸 견디기 힘들었던건, 제가 오프에서 워낙, 그때그때 말 하는 성격이고, 돌려서 말 못하고, 그걸 그나마 많이 자꾸 참게 되니깐, 갑갑해 미치겠고, 사랑이건 미움이건, 감정적으로 처신하는 것에 상당히 취약한 인간이기에, 그럴 낌새가 보이면 얼른 달아나버리고 말아요. 지금에 와서야 이야기이지만, 그런 이유들로 서재까지 닫고 떠나야지 했었나봅니다. 사실, 눈 게슴츠레 공격형으로 뜨고, 화면에 '탈퇴의 변'이라는 웃기지도 않은 제목의 악에 받힌 글 쏟아 낼때, 그리고 등록 버튼 누르고, 다시 한번 읽어보고, 아예 인터넷 창을 닫아버렸을 때 '이제 돌이킬 수 없다' 고 다이어리에 썼었어요. 돌이키고 싶지 않은 마음. 그때는 진심이었겠지요. 그렇게까지 쓰고, 다시 돌아올 자신도 없었구요. 날 선 글이었잖아요. 그 글. 검열도 안 하고, 나오는대로 썼으니, 아, 딱 한단어 검열했습니다. 닥치고. 란 말을 마지막 순간에 뺐더랬지요. 아무튼. 다들, 이런 싸가지를 봤나, 사람 잘못 봤다. 그럴 줄 알았어요. 가장 친한 사람들도, 다 실망하고, 돌아설 줄 알았어요. 진짜로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런데, 다시 알라딘 열었을때 방명록의 글 들 보고, 제 마음이 어땠겠습니까.
글을 맺을때 어떻게 맺어야할지 고민입니다. '앞으로 잘할께요'라고 하려니, 자신없고, '노력할께요' 하려니, 내가 과연 노력할지 모르겠고. 그저 예쁘게 봐주세요. 라고 말하고 가렵니다. 에, 그러니깐, 헉겁한점은 계속 헉겁하시더라도, 예쁜점 계속 예쁘게 봐달라구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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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임. 그러니깐 제 행동을 변명하려는건 아니구요. 그런 마음이었다고 설명하고 싶은 마음이구요. 죄송하고 고맙단 말 드리고 싶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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