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Tivoli Model One Mono Radio
얼마 전 내 생일 기념으로 무려 14명의 돈을 모아서 산 라디오.
직장에서 생일 맞은 동료가 원하는 선물을 만원 정도 갹출하여 사주는 전통이 있다. 그동안 사람들(대부분 여자들)이 골랐던 품목은 다양한데, 가방, 아기용품, 옷 등의 고개 끄덕이게 하는 제품이 있는 반면 쿠쿠 밥솥(자취녀), 휴대용 하드디스크 등의 운치없는 선물을 고른 사람도 있다.
내가 고른 이 상품에는 대부분이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한마디로 '이쁘다'는 것이다. 한 사람의 말을 따오자면 '침대 머리맡에 장식해 두면 딱 좋겠다'라는데... 이후에 소리를 들려주자 열광적인 반응은 좀 줄어들었다.
진행자 목소리는 정말 옆에서 말하는 것처럼 또렷하고 정감있게 들렸으나, 흔히 듣는 스테레오도 아닌 모노로 어려운 클래식 음악이 계속 흘러나오니 뭐 그리 좋은 음은 아니네 싶은가보다.
라디오에 대한 반응은 대부분 비슷하다. 물론 이쁘고 좋다는 의견을 전제로 한 것이지만, "이런 모노 라디오가 왜 이리 비싼거죠?" "이 스트레오의 시대에 모노를 듣는 특별한 이유라도?" 라는 선물선택의 의외성을 묻는다.
"남자들은 왜 이리 음악듣느라 비싼 기계들을 많이 사는거죠?"라고 오디오광 남편과 종종 불화를 일으키는 한 선생이 투덜거린다.
그래서 나는 "여자들이 감성이 풍부하고 섬세하다고들 하는데, 음악을 듣는데 있어서는 왜 그리 좋은 음을 들으려는 노력은 하지 않는지 모르겠다"고 받아쳤다. "물론 소프트웨어가 더 중요하고, 음악 그 자체가 중요한 것은 알지만, 같은 음악을 듣더라도 대충 듣는 것이랑 그 음악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듣는 것은 차이가 있지 않는가? 오히려 남자들이 이런 면에서는 훨씬 섬세하다고 본다."라고 말하긴 했지만,
여자들이 기계와 별로 친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은 한다.

아무튼 당분간은 회사 책상 머리맡에 두고, 아침 시간, 점심 시간, 6시 이후의 시간에 짬짬이 들을 에정이다.

2. MaMiSon 자수정 함유 기능성 고무장갑 (L)
김치 색깔이 물드는 것 때문에 붉은 색이 채택되었다는 우리의 고무장갑.
이 고무장갑의 자태를 보라. 기존의 빨간 색을 단숨에 뛰어넘는 자수정의 고혹스러운 빛깔. 내 오른쪽 네번째 손가락끝의 고통스러운 주부습진의 상처를 불쌍히 여긴 마나님의 특별 하사품이다. 서른이 훌쩍 넘고서야 겨우 찾은 나를 위한 고무장갑. 내 손에 맞지 않아 설거지 후 억지로 뒤집어 빼내야 했던 그간의 고통은 이제 기억속으로 사라질 것이다. 기존의 1천원대를 훌쩍 뛰어넘는 2천원대의 당혹스런 가격. 그것은 단지 L 사이즈이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니라.

30년 마미손의 자존심을 걸고 야심차게 내놓은 남성용 센스 고무장갑. 이제 회사 이름도 패런츠손, 마마파파손으로 교체하고 상품 구매 타겟을 아빠들로 넓히는 도발적인 행보를 준비해야 하는건 아닐까?

남자 어린이들의 조기 집안일 교육을 위해 아동용을 내놓는 블루오션전략은 어떨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