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본가에서 대대적인 짐정리를 한 후 가져온 내 물건들 중에 상장들이 눈에 띄었다.
국민학생 시절부터 고등학생 시절까지 받았던 각종 상들. 대부분은 개근상이나 임명장, 모범상 따위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각종 글짓기 상.. (사진을 클릭하면 크기가 늘어납니다.)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20024113101511.jpg)
요즘도 그러는지 몰라도 그 당시엔 여러 대회를 많이 했나보다.. 그러니 나도 1년에 1-2번은 꼭 우수상을 탔지.
글짓기 대회 명목도 다양하다. 올림픽의 날, 자연보호, 과학문고 읽기, 개교기념일 축하, 통일, 반공도서, 국어순화 운동....
그 중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유일한 상은 반공도서 독후감 대회~ 이랬던 어린이가 커서 반공정신이 희박하기로 소문난 아이로 컸으니 참~~
83년도 즈음의 반공교육이 거세긴 했나보다. 나같이 순진하고 사회에 관심없을 수 밖에 없는 국민학생이 3회에 걸쳐서 KAL기 폭파사고를 낸 소련놈들을 이렇게 비난하는 일기를 쓰다니....
![](http://image.aladin.co.kr/Community/mypaper/pimg_720024113101512.jpg)
"이 북극곰아!" 당시 국민학교 6학년의 일기에서 나오기 힘든 이런 문장들이 모이고 모여 반공글짓기의 무대에서 빛을 발했겠지? 아니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북괴와 소련 악당들에 대한 증오의 마음을 잘 표현만 했다면 심사위원들이 보기에 좋은 글이 아닐 수 없었을꺼야.
아무튼, 당시에 희한했던 기억 하나. 책읽고 독후감 쓰기 숙제때 대략 줄거리 쓰고 감상 몇줄 쓰기만 했는데도 성적이 꽤 잘 나왔었다. 그때부터 내가 자만하지 않았나 싶다. 대충 써도 글은 나온다..... 그걸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국민학교 시절이 좋은 시절의 끝이었다. 공부 별로 안했는데도 성적이 제법 나왔다... 그걸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난 여러모로 국민학교 시절에서 더이상 한발자욱도 가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