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에 본가에서 대대적인 짐정리를 한 후 가져온 내 물건들 중에 상장들이 눈에 띄었다.

국민학생 시절부터 고등학생 시절까지 받았던 각종 상들. 대부분은 개근상이나 임명장, 모범상 따위지만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각종 글짓기 상.. (사진을 클릭하면 크기가 늘어납니다.)



요즘도 그러는지 몰라도 그 당시엔 여러 대회를 많이 했나보다.. 그러니 나도 1년에 1-2번은 꼭 우수상을 탔지.

글짓기 대회 명목도 다양하다. 올림픽의 날, 자연보호, 과학문고 읽기, 개교기념일 축하, 통일, 반공도서, 국어순화 운동....

그 중에서 최우수상을 받은 유일한 상은 반공도서 독후감 대회~  이랬던 어린이가 커서 반공정신이 희박하기로 소문난 아이로 컸으니 참~~

83년도 즈음의 반공교육이 거세긴 했나보다. 나같이 순진하고 사회에 관심없을 수 밖에 없는 국민학생이 3회에 걸쳐서 KAL기 폭파사고를 낸 소련놈들을 이렇게 비난하는 일기를 쓰다니....



 "이 북극곰아!"   당시 국민학교 6학년의 일기에서 나오기 힘든 이런 문장들이 모이고 모여 반공글짓기의 무대에서 빛을 발했겠지? 아니지, 진심에서 우러나오는 북괴와 소련 악당들에 대한 증오의 마음을 잘 표현만 했다면 심사위원들이 보기에 좋은 글이 아닐 수 없었을꺼야.

아무튼, 당시에 희한했던 기억 하나. 책읽고 독후감 쓰기 숙제때 대략 줄거리 쓰고 감상 몇줄 쓰기만 했는데도 성적이 꽤 잘 나왔었다. 그때부터 내가 자만하지 않았나 싶다.   대충 써도 글은 나온다..... 그걸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국민학교 시절이 좋은 시절의 끝이었다. 공부 별로 안했는데도 성적이 제법 나왔다... 그걸로 지금까지 버텨왔다...  난 여러모로 국민학교 시절에서 더이상 한발자욱도 가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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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04-17 03: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83년도에 국민학생이셨다니요.....제 학번이83학번인뎅...헉--;;
반공 글짓기 상장 무쟈게 많군요..반공소년^^
저와 같은 종씨인 님! 한밤중에 뵈니 더욱 반가워요^^

LAYLA 2005-04-17 03:4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하하 저도 북극곰에서 웃었습니다. 저 또박또박한 글씨체..연필자욱...^^

엔리꼬 2005-04-17 03: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파란 여우님 ~ 저는 90학번이예요....7살밖에 차이 안나네요.... 아.. 반공 글짓기 상장은 저거 중에 하나밖에 없습니다. 이름이 공개가 되었네요.. 저도 반갑습니다.... 안주무시고 뭐하시나요..
LAYLA님.. 파란여우님은 83학번이신데, 님은 83년에 태어나지도 않으셨지요? ㅋㅋ 아마 북극곰은 언론에서 썼던 말이 아닐까 추측도 해봅니다.

BRINY 2005-04-17 09: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이 북극곰아!] 에서 웃고 갑니다.

울보 2005-04-17 11: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 추억에 잠겨보고 갑니다,,,

깍두기 2005-04-17 17: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모범 소년 같은 글씨로군요

엔리꼬 2005-04-17 1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BRINY님... 제가 봐도 웃겨요....
울보님... 그저 추억에 잠기시면 안되고요, 제가 글짓기 상 많이 탔다는거 자랑하는거니깐요.. 거기에 감탄을 하셨어야지요.. ㅋㅋㅋ
깍두기님.. 제가 좀 범생이었어요... 국민학교 시절부터요..

파란여우 2005-05-13 0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가지 정정 합니다.
교장 선생님이 저와 종씨였군요^^. 그날 음주 댓글이었나봐요..히히^^

sooninara 2005-05-18 09: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너무나 잘쓰셨네요^^ 북극곰들은 이젠 뭐하나??
칼기 폭파는 워낙 큰 사건이라서..전 국민학교때 똘이장군 보고 컸는데요..
북한 사람들은 전부 늑대얼굴인지 알았다가 아니란걸 알고 엄청 놀랐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