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형 잡힌 뇌 - 인공지능 시대가 버거운 당신에게
권택영 지음 / 글항아리 / 202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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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으로 치우치기가 쉬우니 편한대로 가고자 하지만 결국 그렇게 나아가다가는 인간의 삶이 어떤 식으로 흘러갈지는 자명하다. 아는 척을 적당히 한다는 것도 역시 어려운 일. 살아가기는 모던해질수록 더 실용적으로 되어가는데 삶은 왜 그토록 망가지기가 쉬운가. 다른 사람들을 안다는 건 거대한 착각인데 자꾸 그 착각에 사로잡혀 스스로가 옳다고 여기는 것도 착각. 우울하게 살아가지 않도록 우뇌를 조금 더 자주 활용해주면 좋지 않겠는가 싶은. 읽는 동안 우울과 불안에 시달리는 몇몇 이들과 과거 내 모습도 잠깐씩 겹쳐졌다. 좌뇌에 너무 치중해서 살아가는 게 거대한 시야에서 보자면 잃는 것들이 너무 많은. 맺음말은 마음에 들지 않았으나 완독에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편안해지더라는. 직접 맞닿는 게 내 뇌에 한결 좋다는 것과 따라서 좀 구체적으로 여러가지 것들을 행해야겠구나 라는 것도. 프로이트를 읽긴 읽어야 하는데, 라는 생각과 쉽게 조금 더 다가서고 싶다는 마음 생겼다. 인간이 인간을 안다는 게 이토록 어려워요. 뇌과학서 주로 읽는 독자들이 젊은 여성들이라는 건 또 뭔가를 느끼게 해주고. 읽고 싶은 책 몇 권 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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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이래로 권택영 리딩은 정말 오랜만이다. 민이 책 사주러 아침에 들어왔다가 2권 결제하고 요거트 먹으면서 살살 읽다가 예상 외로 잼나 오늘 갖고 나가기로. 도서관에서 이런저런 책도 간만에 빌리고. 책 갖고 와라 독촉 문자가 날아온지 어언 일주일 만에 반납하러 감. 





아마 현재를 충만히 살라는 충고는 과거에 대한 후회와 미래에 대한 불안에 너무 연연하지 말라는 충고일 것이다. 우리는 너무나 그렇게 살기 때문이다. 시간은 그냥 흐르고 한번 간 시간은 다시 오지 않는다. 그저 순간순간을 충만히 기쁘게 살면 과거도 미래도 충만해지지 않겠는가. 고구마처럼 한데 붙어 올라오니까.
만일 우리의 판단과 인지가 너덜너덜하다면 어떻게 나를 믿고 또세상을 믿으며 살아갈 수 있을까? 물론 의식은 정확한 척한다. 그렇지 않으면 타인과 더불어 사회생활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너덜너덜하다고 약속을 어기고 너덜너덜한 세상이라고 시험을 안 보면 안 되니까. 그래서 심리학, 정신분석, 뇌과학은 경험을 많이 쌓으라고 조언한다. 판단의 오류를 줄이는 길은 상부 피질에 저장된 경험의 오류에 있다. 경험을 두려워하지 마라, 피할 수 없는 오류를 인정하고 그것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라. 여기에 나 무의식이 있다. 이것이 깔끔해보이는 의식의 옷깃을 슬쩍 들춰 너덜너덜한 것을 보여주며 무의식이 전하는 무언의 충고다.
1초, 2초…… 째깍거리는 벽에 걸린 시계는 너와 나의 약속을 위해 존재할 뿐, 우리가 느끼는 시간은 실제보다 길기도 하고 짧기도하다. 연인을 기다리는 20분은 하루같이 길고 천천히 왔으면 하는시험 날짜는 빠르게 다가온다. 그러니 과거에 했던 말을 두고 두 사람이 다투는 것은 의미가 없다. 두 사람의 기억이 다른 것은 당시의경험과 환경이 다르고, 이후의 경험과 환경이 또 다르기 때문이다. - P37

너와 내가 한 몸이라고 착각했던 유아기에 경험한 어머니의 사랑은 이후 사회적 금기에 의해 추방되지만 여전히 몸의 기억으로 남아있다. 금지에 의해 닿을 수 없게 되었으면서도 여전히 너와 나의 경계를 지우고 하나가 되려는 욕망이 에로스의 본질이다. 이층집에 살면서 아래층으로 되돌아가지 못해 애가 타는 게 사랑이다. 그래서무의식은 억압되지만 늘 의식의 아래층에 살아 있으면서 집세를 내라고 텃세를 부린다. 이것이 억압이고 억압된 것의 귀환이다. 한때 사랑했던 부부가 싸우면서 서로 상대방을 탓하는 것을 흔히 본다. 싸움은 너와 나를 구별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증거다.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남의 입장을 배려할 수 있다. 민주주의에서는 양당의 득표수 차이가 근소할수록 갈등과 증오는 증폭된다. 근소한 차이로 패배한 대통령 후보의 지지자들은 승리한 사람들이 기뻐하는 순간마다 가슴이 쓰리고 미움이 커진다. 이럴 때 승자는 패자의 마음을 추측하면서 그들의 입장이 되어볼 필요가 있다. 그러지 않으면 기회가 왔을 때 패배의 쓰라림을 맛보게 된다. 근소한 표 차이는 양심과 윤리보다 사랑과 증오를 부를 수 있다. 위층에서는 양심과 윤리를 가르치지만 아래층에서는 사랑과 증오가 작동한다. 이때 위층보다 아래층의 은밀한 힘이 더 세다. - P42

접촉장벽을 통과하는 지름길은 없다. 더듬거리며 돌아가는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정신분석에서 완치란 없고 그럭저럭 일상을 영위할 수 있는 길을 찾는 게 최선이다. 우리가 그럭저럭 하루하루를 꾸려가듯 마음도 미묘하고 다치기 쉽게 구성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는 길이다. 접촉장벽은 워낙 단단해서 무의식으로 내려가려면 은유와환유, 즉 말을 통해 돌아가야 한다. 그 길이 환자의 신뢰를 얻어 용기와 희망을 주고 다시 일어설 수 있게 돕는다. 서사적 기억으로 몸의 기억에 닿으려는 시도이기에 정답은 없고 다만 근접한 추측이 있을 뿐이다.
이런 의미에서 진화는 하부에서 상부로 올라가며 발생하지만 치유는 상부에서 하부로 내려가며 이루어진다. 가장 중요한 점은 판단의 오차를 줄이려면 많은 경험을 해 전두엽에 자원을 저축해놓아야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문학 고전들을 읽고 이해하면 인간을 좀더잘 이해할 수 있고 판단 오류를 줄일 수 있다. 의식이 파악한 대상이 - P58

란 어차피 이미지지만, 얼마나 실체에 근접한 이미지인가는 삶의 행복과 파국을 결정짓는다.
진화로 인해 우리는 아래층에서 일어나는 일을 직접 볼 수도 아래층에 접근할 수도 없다. 풍부한 경험과 정밀한 분석으로 추측할 수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자신의 판단이 정답이라는 확신은 위험하다. 이런 확신은 현실에 대응하는 의식의 전략에서 온다. 의식의 속임수다. 타인을 안다는 것은 착각이다. 우리는 단지 추측할 뿐이다. 프로이트는 [집단심리와 에고 분석]에서 타인과 감정적으로 동일시하는 것을 ‘공감‘이라고 착각하면 안 된다고 암시한다.
아래층인 몸의 이상은 처음에는 잘 알지 못하다가 깊어져서야 느끼곤 한다. 스트레스가 심하면 코르티솔이란 호르몬이 나오는데 이것이 지나치면 건강을 해친다. 이런 증상이 아래층에서 일어나지만 우리는 볼 수도 알 수도 없다. 그래서 항상성을 유지하기 위한 수치를 제시해놓는다. 혈압을 재고 피를 뽑고 엑스레이를 찍고 초음파 검사를 해서 몸이 이 수치 안에 들어가는지 확인한다. 이렇듯 우리는 기술의 도움으로 층계를 내려가지만, 사실 그조차 추측일 뿐이다. 위층을 올린 대가로 아래층에 직접 내려가는 길은 막힌 것이다. 그러면서도 아래층은 여전히 위층을 지배하고 소통한다. 금지와 통합의 이원적 일원론이다.
접촉장벽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이것 때문에 역사와 삶이 이어지기 때문이다. 추측은 언제나 여분을 남기고 그 여분이 우리를 매혹한다. 삶의 원동력이 된다. - P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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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티나무 2025-02-16 16:1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싸움은 너와 나를 구별하지 못하는 무의식의 증거다.“ 찔립니다. 그런데 내가 왜 찔려야 하지 싶기도…..ㅎㅎㅎ 눈에 확 들어와 댓글 남기고 가요~~~

수이 2025-02-16 19:46   좋아요 1 | URL
우리 모두는 스스로와 싸우거나 다른 이들과 싸우면서 살아가니까 언니만 찔리는 거 아님. 얼마만인가요?!

단발머리 2025-02-16 16: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42쪽이 딱 눈에 꽂히네요. 너와 나의 경계를 지우고 하나가 되려는 욕망…
국가에 공동체에 가정에 그리고 연인에게 함몰되고픈 마음이 모두 다 에로스라는 거죠? 그게 섹슈얼리티 ㅋㅋㅋㅋㅋㅋ억압은 귀환을 부르고 ㅋㅋㅋㅋ이 책 읽어보고 싶네요🤔

수이 2025-02-16 19:50   좋아요 1 | URL
원래 다른 몸 안에서 나온 인간이니까, 엄마 몸이랑 나랑 한몸, 그래서 다시 한몸으로 돌아가고픈 원초적 욕망. 다시 엄마랑 한몸이 되기는 불가하니까 다른 몸과 합치고 싶은 욕망이 아닐까 합니다. 신이 그렇게 만드신 건지 어떤 건지는 모르겠으나;;;;
 
무의식은 어떻게 나를 설계하는가 - 나를 살리기도 망치기도 하는 머릿속 독재자
데이비드 이글먼 지음, 김승욱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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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전두엽에 문제가 있었던 거네, 하니 구남친 왈, 아니 그게 무슨 전전두엽에 문제가 있었다고 말하나, 그냥 인간이 덜 된 거라고 표현해야 옳지, 라고 말해서 한참 웃음. 이 모든 것들이 이런 식으로 결론을 맺는다고 여기니까 무슨 코미디물 찍은 느낌이긴 하다. 그래도 관심은 갖고 계속 지켜보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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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박한 환원주의’ - 현대의 대학들은 그것을 무진장 지지, 여기에서 빵 터짐. 시니컬하고 솔직한 영국인 특유의 그것. 수영 가야 하는데 말입니다. 수영 빼고 싶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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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5-02-13 12:0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 시대의 참 철학인. 책내용도 어려운데 표지 좀 보세요 ㅋㅋㅋㅋㅋㅋㅋㅋ 검은색이닷! ㅋㅋㅋㅋㅋㅋ

수이 2025-02-13 19:17   좋아요 1 | URL
어렵지 않습니다. 편견입니다. 단발님 리뷰 보니 그 책이 더 어렵게 느껴지던걸요!
 







커피집 안에서 애플파이를 통으로, 아 맛있어, 라며 먹는 딸아이를 보는 일이 통으로 즐거움을 주는, 내 뱃속에 들어가면 더 좋겠지만 네 뱃속에 들어가면 더 유쾌하고 좋은. 치즈가 들어간 애플파이도 맛있어, 나는, 엄마, 라고 해서 그건 냉동을 해동시킨 거라서, 엄마는 별로, 이건 해동하지 않고 그날 만들어 그날 파는 거야, 그래서 엄마한테는 이게 더 맛난 걸 수도 있어. 게임 다 하고난 후 엄마, 이거 내가 다 먹어도 돼? 해서 당근, 했더니 한입에 털어넣는 아이를 보면서 내 뱃속에서 꼬물꼬물, 맛난 거 먹으면 좋아서 꼬물꼬물 움직이던 녀석의 움직임이 동시에 느껴졌다. 납작한 내 배를 쳐다보고 아이스바닐라라떼를 흡입하는 딸아이를 쳐다보면서.

수업 시간에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폴리아모리가 과연 대체 사랑에 들어갈 만한가, 그 이야기도. 화학적인 사랑은 본인들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그 유전자의 맞물림인지라 그래서 더 끌리는 거라고 하던걸요, 라는 다른 이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제일 폭압적인 사랑은 감옥에 가둬놓고 서로를 감시하고 서로에게 집착하는. 인간이 인간에게 제일 실망하게 되는 순간은? 3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순삭하게 되는 순간들. 불륜과 폴리아모리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서로의 생각을 주고받고. 한국과 프랑스에서 사랑의 주체적인 존재들은 누구인가? 선생님의 팩폭과 수컷의 본능적인 면모들을 이야기하는 시간에 다들 발을 구르며 폭소.

빨래 널고 숙제 다 하고, 다리에 얼추 근육은 붙여갖고 봄을 맞이할 수 있을듯. 아 헬스장 바꿨다. PT하는 애가 너무 제멋대로인지라. 이렇게 입 털면서 돈 벌면 진짜 돈 버는 거 쉬운 거 아닌가, 라고 지적질은 하지 않았다. 새로운 곳에서 PT 받는 건 생각 좀 해보고 일단 할 수 있는 기구들을 갖고 조금씩 맛보고 있다. 기구는 이곳이 훨씬 좋더라. 버스 안에서는 어쩔 수 없이 눈을 감고 잠깐씩 졸았다. 몸이 버텨낸다, 라는 느낌이 없는 걸 보면 서서히 적응이 되어가고 있다는 소리다. 아 힘들어, 힘들어, 힘들어 죽을 거 같아, 라는 말을 이제 입밖으로 내뱉지 않는다. 그만큼 체력이 붙었다는 소리. 곧 추위가 저 멀리 가버릴 때쯤 곰 한 마리로 얼추 변신이 가능할지도. 뼈밖에 없어서 바람이 불면 바람이 부는대로 날아가버릴 것만 같은 몸은 내 이상이 아니라는 걸 알았음. 근육이 터질 거 같아 허벅지가 불타오를 때 제일 기분이 좋은 걸 보면 곰이 내 이상적인 자아상인듯.

황금향 하나 까먹으면서 진이랑 통화, 너 대학교 다닐 때도 이렇게 안 살았잖아, 대체 왜 그래? 라는 소리에 또 폭소, 그러니까 그때 이렇게 안 살아서 지금 이렇게 고생하는 거네, 라고 대꾸했다. 확실한 건 나는 이전의 나와는 다른 인간이 되어가고 있다는 점. 다른 활동들, 이전에는 만날 수 없었던 이들과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 중요한 건 그 차이점이 아니라는 걸 인지하고 예전처럼 벙어리처럼 가만히 입 다물지 않고 좀 재수없어 보여도 그냥 말하고. 뭔지는 모르겠지만 좀 더 가봐야 명확하게 차이점을 알기는 할듯. 어려워 어려워, 투덜댔더니 어려우니까 더 길게 내다보자면 재미난 것들이 어마어마하게 쌓여있는 거임, 그럼 그 재미를 꽤 오랜 시간 즐길 수 있고, 이게 평생의 기쁨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 이라는 피드백에 나도 모르게 눈이 반짝반짝, 귀는 팔랑팔랑 콧구멍은 벌름벌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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