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호 주체적‘이라는 말에는 몸이 배제되어 있다. 누군가가 상호 주체성에 몸이 전제되어 있다고 말하더라도 상호 주체성이 ‘상호몸성‘으로 나아가지 않는다면 그것은 ‘몸‘의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는 의미일 수 있다. ‘상호몸성(intercoporeality)‘은 몸의 주체적 역량을 회복하는 데 필요한 과정이다. 데카르트의 생각하는 ‘나‘는 ‘몸‘이라는 물질에 갇힌 자유 잃은 영혼이다. 따라서 자유를 얻기 위한 영혼은 몸의 한계를 벗어나야만 한다. 하지만 영혼이 어떻게 자신을 구속하는 몸을 넘어 다른 몸속의 영혼과 만날 수 있을까? 데카르트가 만든 이원론적 세계에서 영혼과 영혼들의 만남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우리는 이 문제를 다르게 사유해 볼 수 있다. ‘어떻게 나의 영혼과 너의 영혼이 구별될 수 있는가?‘
몸 없이 영혼을 말할 수는 없다. 영혼은 어떻게 존재하는가? 영혼은 우리의 상상이 만들어 낸 관념이다. 그러니 실재적이고 현실적인 것, ‘몸‘에서 시작하자. ˝몸 없는 영혼은 없다.˝ 이 말은 영혼과 더불어 몸이 있어야 한다는 뜻이 아니다. 인간을 몸과 영혼으로 분리할 수 없다는 말이다. 여기서 사례는 인간이지만, 메를로퐁티에게 몸은 인간 몸을 넘어 모든 존재의 몸으로 확장될 여지가 있다. (3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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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여름,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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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4-06-15 08:08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다른 거 다 떼고 얼굴로만 하자면 바르트가 제 스타일이네요 ㅋㅋㅋㅋㅋㅋ운현궁 근사하네요!!

수이 2024-06-17 08:27   좋아요 0 | URL
교보에서만 놀았지 운현궁 갈 생각을 못했습니다 ㅋㅋㅋㅋ 근데 여름이니 가을에 언제 한번 ~

책읽는나무 2024-06-15 16: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늘, 여름도 덥네요.
비가 오고 나면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된다던데 두려움에 떨고 있습니다.
그래서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어요.ㅋㅋㅋ

책장의 피사체도 이런 각도로 보니 어마어마게 견고한 책탑 같네요.
운현궁이란 곳도 단발 님 댓글을 읽고 아..운현궁이구나? 깨달았구요.
롤랑 바르트는 좀 무섭습니다만...어제였나? 서점 잠깐 들렀었는데 김연수 작가님 책 신간이 나왔던데 김연수 작가님 얼굴이 책 표지에 똬악!!!!!
저는 그쪽이 쫌 제 스타일 같기도??ㅋㅋㅋ
암튼 여름 잘 나십시다.^^


수이 2024-06-17 08:28   좋아요 1 | URL
그래서 얼굴이 화끈 달라올랐다는 말은 어쩐지 중의적으로 들립니다 언니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저는 갱년기 증상 때문에 자주 얼굴이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김연수 작가님 신간 나온 거 저도 봤어요. 읽어보고 싶은데 올해 안에는 꼭! 나무 언니도 여름 아자아자 하십쇼.
 

"Do all that you can to persevere in that which exceeds your perseverance. Persevere in the interruption. Seize in your being that which has seized and broken you‘" (2002, 47) - P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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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스티를 내리고난 후 때마침 라디오에서 노래가 흘러나오는데 좋아서 급찍어보았습니다. 모두들 초여름 즐거운 독서하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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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리딩

라캉은 그가 영향을 받았던 대부분의 저자들과 똑같은 방식으로 야스퍼스를 다루었다. 라캉은 어떤 개념을 받아들이거나 어떤 생각을 참조하거나 어떤 이론을 고찰할 때 언제나 이를 자기 자신으로부터 더 멀리 나아가는 계기로 삼았고, 이로써 낡은 가치의 파괴자, 오래되고소중한 전통의 계승자, 새로운 과학의 고독한 개척자 역할을 동시에 맡을 수 있었다. 이해할 수 없는 희대의 인물이었던 그는 항상 현대화에 고전주의를, 조상 숭배에 전복을 대립시켰다. 그리고는 곧 스스로 자기이론의 반대자로 변신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존재와 부재의 변증법을 공간과 운동의 논리학과 연계시키는 바로크풍 문체로 전달되었다.
라캉이 마르그리트에게 매력을 느낀 것 역시 숨박꼭질 놀이 같았다. 그는 포목상, 식초 상인, 식료품 영업 사원으로 이어지는 오랜 상인 집안의 자손이었다. 하지만 그는 상점 경영을 거부하고 지적인 영광과 권력을 꿈꾸었다. 그에게서는 성공에 대한 의지가 자기 정체성을 바꾸려 - P96

는 보바리 부인의 욕망처럼 가장 중요한 의미를 가졌다. 어떤 면에서 마르그리트는 그의 분신과 같았다. 그보다는 덜 부유했고, 더 시골 출신이었지만 그래도 그녀 역시 평범한 프랑스 사람이었다. 그녀도 라캉과 똑같이 지적인 성공과 명성을 갈망했다. 1931년에 라캉은 편집광적인 남자들을 비난하면서 이들을 광기의 지옥에 돌려보냈지만 일 년 후 독학을 하고 있는 한 고독한 여자 때문에 태도를 바꾸게 되었다. 만일 라캉이 의사가 되지 않고 방황과 망상 속에서 살아왔다면 그녀의 운명은 바로 그의 운명이 될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라캉의 편집증 환자는 여성일 필요가 있었을 것이다. 그녀가 제시한 거울에 투영된 자기 가족의 역상(象)을 주의 깊게 볼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의 가족은 지극히 정상적이었지만 비정상적인 광기가 오랫동안 일상적인 사랑으로 위장된 채 존재했던 세계였다. 라캉은 아마 아래와 같은 글을 쓸 때 성직자가 된 동생을 생각하면서 또한 에메의 범죄 욕망을 생각했을 것이다. - P97

라캉이 이처럼 무의식의 탐구보다 자아 분석과 저항에 일차적인 중요성을 둔 것은 이 시기에 그가 여전히 무의식 이론에 대한 특정한 해석에 기반한 프로이트 이해에서 벗어날 수 없었기 때문이다.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에 대해서는 1920년 이후 두 가지 해석이 가능했다. 하나는 무의식적 결정이 주제에 최고의 힘을 발휘한다는 생각을 부활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 반면 ‘이드‘가 ‘자아‘보다 더 ‘강하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이와 반대로 자아에 가장 중요한 영향력을 부여했다. 그런데 양차 대전 사이에 이 두번째 해석이 IPA 내부에서 주류로 통용되게 되었다. 왜냐하면 이것이 정신분석가 훈련에 필요한 소위 ‘표준화된‘ 기술적 규칙들을 세우는 데 용이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라캉이 프로이트 이론은 아니더라도 정신분석의 실천을 발견한 것은 바로 이 두번째 해석을 통해서였다.
따라서 그가 정신의학계에 가져온 이론적 발전과 이 발전을 가져오기 위해 그가 사용한 용어 사이에는 차이가 있었다. 이 시기에 라캉은 자신이 프로이트적 관점에서 시도한 정신의학의 수정 시도를 프로이트 이론에 관한 그의 수정과 프로이트의 무의식 이론에 관한 적절한 해석과 일치시킬 수 없었던 것처럼 보인다. 1932년 6월에 라캉이 뢰벤슈타인에게 정신분석을 받기 시작한 것도 그러한 불일치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어쨌든 라캉은 에메에게 프로이트 식 치료를 행할 수 없다는 점에대해 아주 불안해했다. 그는 이렇게 쓰고 있다. "환자에게 정신분석을 실행하지 못한 나의 부주의는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내 연구의 범위와 가치를 동시에 한계지을 것이라는 점을 마지막으로 적어두고자 한다." 라캉은 분석에 들어가기 일 년 전인 1931년 6월에 마르그리트에 - P102

게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가 실제적인 치료가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자신이 그것에 대해 책임이 없다는 것을 강조할 필요를 느꼈다는 사실은 그가 그의 논문을 자신의 발전 도정에서 어떤 자리에 놓았는지를 잘 보여준다. 그것은 이미 정신분석적 글인 동시에 여전히 정신의학적인 저서였다. 우리는 지금 마르그리트의 이야기에 관한 장 알루슈의 책에 디디에 앙지외가 쓴 후기 덕분에 라캉에게서 분석받기를 거절한 것은 바로 그녀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앙지외는 이렇게 쓰고 있다. "일련의 면담을 가지면서 어머니를 연구하고 있었을 때 라캉은 아직 전문적인 정신분석가가 아니었다. 그는 환자에게 정신분석 요법을 시도한 적이 없었고, 그런 시도였다면 어머니도 그것을 거절했을 것이다. 어머니께서 나와 내 아내에게 여러 번 말씀하시길, 라캉은 신뢰하기에는 너무 유혹적이고 광대 같다고 하셨다." - P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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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4-06-10 11: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악 이 책 절판된 건데 나 읽고 팠는데!!!!!!!!!!!!!!!

수이 2024-06-10 22:45   좋아요 1 | URL
도서관에서 빌려 왔습니다. 참고로 광화문 교보문고에 2권만 판매중입니다. 아직 재고 남아있는 걸로 나옵니다. 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