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긴 늙는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되는 건 초록이가 하도 예뻐 보여서인데 정말 인간이란 알 수 없는 존재인 것이 갱년기 도래라고 해서 초록이들이 이토록이나 예쁠 노릇인가, 황진이 시가 한쪽에 적혀 있어서 간만에 스리슬쩍 읽었다. 누군가가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에 대해서 메모해놓은 게 있어서 거기에다 나도 메모해놓았다, 생각한 바. 꽃잎 하나 바닥에 떨어진 거 얼른 주워서 책장 사이에 꽂고 므흣하게 웃었다. 실은 패트릭 브링리는 20페이지만 읽고 알리 압달 더 열심히 읽었다는. 에 그러니까 이미 얼추 8할은 다 아는 이야기, 결국 실행 여부에 달려 있는 것이다, 생의 비밀은 여기에 있는듯, 다 아는 걸 하느냐 아니면 하지 않느냐, 슈퍼 히어로 암시 효과 역시 이미 알고 있던 바,허나 읽다 보니 다시 캣걸 욕망이 슬슬 간지럽히더라는. 사악한 영혼이 또 춤을 추려고 해서 워워 하고 매트 깔고 호흡 고르고 60분 동안 바지런히 움직였다. 8월의 마지막 날이다. 9월이 내일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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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8-31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초록이 좋아하면 늙은 거라고 누가 그래요? ㅋㅋㅋㅋㅋㅋㅋ 나두 초록이 이뻐서!
우리집 화분에 이름 붙여 줬어요, 하양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리집 하양이 넘나 이쁜 것입니다.
 






여름 막바지 가을 오기 전, 진도가 잘 나가지 않던 샐리 루니를 이번 가을에는 읽어보려고 하는데 자꾸 노멀 피플만 뒤적거리고 싶어지는.



























오랜만에 비어를 마셨고 할란 코벤은 처음인데 그냥 무난히 읽히는 편이었고 막판에 엑스 처제와 손 잡고 우리 이제 사랑하는 사이, 할 때는 저도 아메리카 마인드를 갖고 있긴 하지만 정말 본토박이에는 미칠 수 없구만유 하고 깨갱거렸다. 그러니까 이런 관계도 무난하게 가능한 게 아메리카란 말인가? 정녕. 영혼이 통하면 뭐 그냥 관계성 같은 거 별 거 아니라고 봐도 되는듯. 어쩔 수 없이 유교걸 본성이 나오는 건가 아무리 이해하려고 해도 할 수 없었던 두 남녀의 두근거림에 이 독자의 심장은 두근거려지지 않더이다. 

























표지 때깔 예뻐서 광화문에서 오랜만에 만난 친구에게 이거 사줘 했더니 응응 해서 강탈해왔다. 정보 없이 읽는데 슬렁슬렁 읽기에 잼나서 쑥쑥 페이지가 넘어간다. 역시 뭔가 통해야 일도 더 잘 되는 건 어쩔 수 없는, 역시 인간은 이 바닥에서 과하게 벗어나기가 힘들 거 같다는 느낌적인 느낌. 



























개인적으로 아마도 올해의 책이 될 듯한 느낌, 아껴서 읽고 있다, 소중하게 정말로 쓰다듬으면서. 


9월이 온다. 두근거리는 심장이여. 

별다른 기록 없이 맥주 마시며 와인 마시며 커피 마시며 읽을 때 시간이 휙휙 지나가서 간만에 독서의 즐거움을 느끼고 있다.

헌책방에서 3권을 들고 왔고 9월 중에 가서 3권 정도 찜해둔 걸 갖고 오면 12월까지는 넉넉하게 보낼듯 싶다. 

별다른 기대 없이 쓱쓱 들어오면 들어오는대로 때마침 가을이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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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8-31 22: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이님 이달의 책도 아니고 올해의 책이라니,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번역본도 찾아보고요. 하하하!
 





 













맥주를 사러 잠깐 나갔는데 반달이 예뻤다. 가서 부처님 얼굴 보고 와야 하는데 하면서도 아 갈까 말까 갈등을 하다가 조깅복으로 입고 나올 것을, 아 생각보다 좀 더워서 달려서 갈 차림새도 아니니 그냥 맥주만 사갖고 얍삽하게 후다닥 들어왔다. 계란과 과자와 맥주로 저녁을 때우려고 했건만 아이가 계란을 거부하면서 난 떡볶이_ 해서 즉석떡볶이를 후다닥 해서 먹고 이 모든 걸 다 먹어서 아주 배가 터져 죽을 거 같지만 오늘은 그런 날, 하고 패스. 앨리슨 에스파흐와 존 보인의 소설을 연달아 읽고 눈이 뻑뻑해서 오랜만에 알콜이 땡겼다. 브루노와 슈무엘 관계를 따져보자면 이게 카르마적으로는 아주 최악이라고 볼 수도 있겠다. 더구나 브루노 부모 입장에서 보자면 더 그러할 테고. 근데 이 관계를 악연이라고 볼 수 없는 게 슈무엘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브루노 삶이 어떻게 달라졌을지 알 수 없는 일. 브루노를 만나지 않았다면 슈무엘은 어땠을까? 그들은 서로를 위해 태어난 존재들. 짧은 인생이었지만 그들이 가스실에서 함께 죽어가는 동안 꽉 잡은 손을 놓지 않았으니 우정과 사랑의 경계가 명확하다고 볼 수 없으리라. 같이 옷을 벗고 샤워를 하는 줄 알고 들어간 곳에서 낯설고 기이한 느낌에 두 소년이 손을 꼭 잡았을 때 눈물이 울컥 쏟아졌다. 앨리슨 소설에서 만난 이들도 모두 작정하고 만난 게 아니라 우연히 만난 관계. 슈무엘과 브루노 또한 마찬가지고. 결국 다시 관계성으로 다다르고 말았다. 이제는 이곳에 안착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들었다. 다른 이들보다 더 이쪽 방향으로 관심이 지대한 것도 사실이지만 기질을 제외하고서도 뭔가 운명적이라고 느껴지긴 한다. 낮잠을 20분만 자겠다 하고 아이가 깨워달라 했는데 나도 누워서 쌔근쌔근 자는 아이 얼굴을 곁에서 바라보다가 태어나 몇달 지났을 때 얼굴과 여전히 똑같구나 사실을 알았다. 결국 나도 잠들어버렸다. 알람을 맞춰놓지 않아 1시간 넘게 자버렸다. 덕분에 예약해놓은 광화문 달빛요가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땀범벅으로 일어났다. 한바퀴 시원한 저녁 바람을 맞으면서 산책을 하고 돌아와 샤워하고 매트를 좀 펴려고 했는데 너무 많이 먹어서 오늘은 도저히 불가다. 영어소설을 많이 읽는 알라디너에게 추천받은 소설이 있어서 그 책을 구입하고 책이 오는 동안 좀 쉬어야겠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후달리는군. 페이지 펼치는 일도 이제는. 그래도 며칠 동안 읽으면서 휴대폰 거의 안 보고 살았다. 사진 찍을 때 빼고 통화할 때 제외하고는. 역시 집중력에는 독서가 최고인가. 이번 경험으로 느꼈다 또다시. 들뢰즈는 어떻게 눈에 들어올지 모르겠군. 2003년에 전남친과 열심히 읽었을 때 아 모르겠어 하니까 모르니까 읽는 거지, 모르면 알 때까지 읽으면 돼, 라는 남친 발언에 혀를 내둘렀던. 젊었을 때의 그는 들뢰즈를 하도 좋아해서 닉네임을 들뢰즈 이름으로 지은 사람이다. 그러니까 지영이랑 재형이랑 같이 대학로에서 만날 때 그 즈음이었던 거 같다. 완전 고려 시대 이야기구만. 선배가 목에 있는 암덩어리 크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아보기 위해 오늘 사진을 찍었다고 했다. 두려우면 두려운대로 자신의 감정을 스스럼없이 표현하는 게 선배와 나의 공통점인 것도 같다. 아, 갈비탕집에서 사장님이 몇 살에 애를 낳은 거야? 엄마야? 언니야? 해서 기분이 좋아 밥 한 공기를 퍼먹었다. 둘이 배 터지게 먹고 셀피를 찍었다. 엄마, 귀에 입이 걸렸어 해서 역시 너무 유치하군 나란 인간은_ 했다. 진희가 때마침 연락을 했다. 약속을 취소하면서 당분간 요가원에는 가지 않겠다 알렸다. 함께 수련을 하고 시간을 보내면 좋기도 하지만 마음이 시끄러워질 일이 더 잦아진다면 그러니까 번잡스러워진다면 그 관계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그 사람들이 아무리 좋다고 해도 내게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치니 어쩔 수 없다. 갈등을 하고 하다가 결론을 내렸다. 그러니 악연이건 인연이건 그 관계성의 성질을 논하는 건 언제나 그 마음 속에 있는 건 아닐까 싶은. 그게 진실이 아닐런지. 알지 못하는 것들에 마음을 쓰며 연연해하지 않기로 했다. 사람은 생긴대로 사는 법이니까. 성정대로 살기로 했다. 억지로 애쓰면서 스스로에게 상처를 주는 어리석은 일은 젊은 시절에 그토록 했던 걸로 족하니까. 헌법재판소 안 백송 오늘 드디어 보았다. 언제나 생각한 그 타이밍에 오지 않고 한 발짝씩 늦는다면 아마도 그 늦은 타이밍이 적확한 타이밍일 수 있다. 만나지 않아야 할 사람들은 영영 만나지 못하고 기어코 만나야 할 이들은 어떤 식으로든지 만나게 되니까. 내게로 온 이들은 모두 내게 귀한 객들. 어떤 명칭으로 불리우든 무관하게. 오늘 백송을 마주하면서 그 생각을 오래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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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8-20 15: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억지로 애쓰다가 폭발할 수 있더라구요. 자연스러움이 사실은 득도의 표징일 수도 있겠다.... 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즉석떡볶이 맛있겠네요. 떡볶이 마음대로 먹을 수 있는 젊음이 부럽네요.

수이 2026-08-20 15:29   좋아요 0 | URL
저 폭발해서 난리부르스 추는 거 제일 자주 보신 분이 하신 이야기인지라 저절로 납득의 고갯짓을 아무도 안 보고 있는데 하고 있습니다. 즉석떡볶이 잘 드시잖아요. 왜 이러세요. 젊은 분이.
 
The Boy in the Striped Pajamas (Movie Tie-In Edition) (Paperback) - 『줄무늬 파자마를 입은 소년』원서
존 보인 지음 / David Fickling Books / 2008년 10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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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가 서로를 위해 존재하는 관계들, 그러니까 사랑이든 우정이든. 독일 소년 브루노와 폴란드 소년 슈무엘은 같은 날 다른 곳에서 태어나 운명처럼 함께 마주한다. 가스실로 샤워를 하러 들어가면서 두 소년은 꼬옥 잡은 두 손을 결코 놓지 않았다. 그들이 언제 어디에서든지 함께 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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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아이가 중학교 1학년일 때 이 책을 들고 있었다고 했으니 분명히 읽었다는 이야기일 텐데_ 며칠 내내 이 책 이야기만 했다고_ 갱년기 중년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아 그랬는가 그러했는가 근데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기억이 하나도 안 날 수 있지? 괴로워하다가 뭐 까먹었을 수도 있지, 하고 다시 책을 펼쳤다. 중간중간 살포시 기억이 나는 걸 보고 아 그랬군 읽었던 것 같군 혼잣말을 했더니 아이가 읽었다니까 엄마! 엄마 막 울었어! 그래서 아 그렇군, 울었으면서도 기억을 전혀 하지 못하다니 이런......

브루노가 가정교사에게 소설과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 그리고 가정교사가 그런 지어낸 이야기는 네 인생에 하등 쓸모가 없어, 라고 말하는 걸 들으면서 아빠 생각도 살짝 났고 몇몇 이들 생각도 살짝 났다. 이상한 책_이란 표현이 마치 쇠망치처럼 느껴져서 그런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사람의 입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언니 남편은 언니보다 좀 수준이 낮은 거 같아요, 이상한 책들이 꽤 보이네요, 라는 말을 들으면서 어떤 책이 수준이 있고 어떤 책이 수준이 낮은 건데? 라고 물었더니 에이, 언니도 알면서, 라고 웃으면서 이야기를 해서 괜히 집에 초대를 했구나 라는 생각을 했던 기억. 너는 대체 어떤 책을 읽고 살아왔는지 묻고 싶었으나 묻지 않았다. 그게 구리 살던 시절 이야기니까 꽤 됐다. 그리고 또 이상한 책_이란 표현을 나중에 다른 사람에게 또 들으면서 왜 사람들은 입에 담지 않아도 될 소리를 굳이 하는걸까? 궁금했다. 내가 하는 말이 곧 나인데 왜 자신이 그토록 편견이 그득한 존재라는 걸 알리려고 애쓰는 걸까? 궁금해서 이번에는 굳이 반응하지 않고 말없이 바라보았던 기억이 난다. 너는 선생이면서 선생으로서 갖춰야 할 자격을 모두 갖추지는 않았구나, 그걸 눈치채지 못한 바 아니지만_이라고 속으로 생각하며 계속 바라보았던 기억이. 책을 꽤나 읽었다는 이들이 머릿속에 똥이 그득하군, 이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 머리에 똥이 들어있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지만_ 가정교사가 브루노에게 쓸데없는 책은 이제 그만, 이라고 하는 장면에서 옛날 기억들이 몽글몽글거리며 떠올랐다.

폴란드 소년 슈무엘과 독일 소년 브루노가 처음으로 서로를 마주하는 장면, 같은 해 같은 날 태어난 그들은 이렇게 가운데 철조망을 두고 서로와 첫 인사를 나눈다. 어떻게 이런 장면들이 그득한데 새까맣게 잊을 수 있었을까 싶어 잠깐이나마 참담했다. 폴란드 청년 그렉과 그렉의 친구 아 이름 까먹었다, 엄청 잘 생겼는데 그 녀석도 떠올랐다. 셋 다 1977년생이고 셋 다 지독한 애연가들인지라 같이 담배를 자주 태웠다. 생애 처음 만난 폴란드인들과 젊은 시절의 한 부분을 보냈군. 폴란드인을 만나고 폴란드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그제서야 알았던. 그렉과 그 잘생긴 청년도 지금 중년이겠군. 어딘가에서 잘 살고 있겠지. 그 핸섬가이 때문에 몇날 밤을 지새우며 울던 멕시코 아가씨도, 중국인 소녀와 한국인 소녀도 떠오르는군. 멕시코 아가씨도 중국인 아가씨도 한국인 아가씨도 모두 다 뻥뻥 잘만 걷어차였다. 어느 날인가 왜 그렇게 여자들을 울리냐, 좀 받아주지, 라고 했더니 프랑스 비자 받기 전에는 절대로 여자 안 사귈 거야, 라는 대꾸가 기억나는군. 사랑은 그 후야. 라고 했던 단답형 대답에 음 그렇군, 고개를 주억거렸던. 사랑이 그 후일 수 있다면 그건 사랑이 아니잖아, 라고 말하니까 네 말이 맞아, 하면서 초록색 눈동자가 웃었다.

소설 다 읽고 영화도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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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26-08-20 15: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우, 폴란드 핸섬가이~~~~~
오겡끼 데쓰까?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수이 2026-08-20 15:33   좋아요 1 | URL
저는 그렉 좋아했습니다. 그렉이 키가 189였음. 그렉 친구는 키가 170이었고. 나 키 보더라. 그때 알았음. 푸훕. 아 그렉 폴 오스터 젊었을 때랑 똑같이 생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