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망, 내가 어떻게 그걸 다 해?!"
"오, 달링, 왜 그걸 다 못하리라고 성급하게 결론 짓니?"
"엄마는 왜 내가 그걸 다 할 수 있으리라고 여기는데?"
"너는 내 딸이지만 동시에 걔 딸이기도 하니까."
"하지만 마망, 난 엄마 피가 더 진해."
"오, 아가, 그렇게 이야기하면 엄마가 슬퍼져."
"하지만 엄마, 이건 팩트야. 난 자유로운 영혼이라고."
"오, 아가, 자유를 함부로 그렇게 남용하지 말아줄래. 그리고 나는 꽂히면 미친듯 달려가. 그러니 그걸 닮아줘."
"하지만 그건 잘 모르겠는데, 그건 내 피 안에 없는 거 같아."
"오, 달링, 넌 내 딸이야. 그러니까 그것도 있을 거야, 이미."
"하지만 그런 적이 별로 없잖아."
"아가, 인생은 닥쳐봐야 아는 거란다. 근데 이미 넌 일을 저질렀잖아. 그러니 달려야지."
"하지만 다 하기는 힘들단 말야."
"오, 얘야, 넌 걔 딸이야, 그리고 내 딸이지. 네 유전자를 마음껏 남용해보렴."
"이건 내가 생각한 시나리오가 아니야."
"시나리오는 어차피 계속 수정해야 돼. 단박에 모든 걸 꿀꺽 삼키려고 하지 마."
"오, 마망."
"자유란다, 아가, 네가 택한 길이. 그럼 그 이상으로 얻을 걸 얻어야지, 그래야 좀 고생한 보람이 있지, 더구나 더한 쾌락을 얻으려면."



확실한 건 이럴 때 보면 채찍만 휘두르지 않았다 뿐, 미칠 거 같으면 그때 이야기해, 그럼 엄마가 딱 그 리미트까지만 가도록 할게, 하지만 미치기 일보 직전까지는 가봐야지, 그래야 인생이 재밌어지잖아, 라고 말하니까 민이 엄마는 변태야, 라고 했다. 변태에 싸이코에 소시오패스까지 별의별 말을 다 들어도 상관 없단다, 아가, 뭔 평가를 들으려고 신나서 리미트까지 가려고 하는 건 아니니까 하고 메롱 혀를 내미니까 딸아이가 미친듯 웃었다. 새로 산 내 셔츠 입고 나가려고 했으나 셔츠 입을 날씨가 아직 아니란다, 아가, 했는데도 기어코 입더니 아 이건 아닌 거 같아 하고 알아서 갈아입고 나갔다. 내일 20도라고 했나? 오늘은 운동 40분 해야겠구만, 귀찮아도.
봄이 잽싸게 왔다가 며칠 찍고 바로 여름이 시작될 테니. 아, 우리 엄마가 며칠 전에 이런 이야기를 했다. 모녀가 쌍으로 또라이 같아, 라고. 쌍으로 또라이면 엄마 파워가 어마어마해져, 라고 하니까 오죽하겠니, 아가 -_- 라고 엄마가 피드백 보임. 내 동생이 엄마가 또라이인데 딸이라도 정상이어야 하지 않겠니, 라고 하니 내 아가가 자기 이모를 보며 이모, 난 우리 엄마가 또라이라서 더 좋아, 라고 했다.
다행이다, 휴. 병아리콩을 오븐에 살짝 구워서 조금씩 간식으로 먹고 있다. 하지만 초코칩을 포기하기란 쉽지 않군. 아침밥 지을 때 병아리콩을 넣었더니 살짝 고소한 내가 풍겨 좋았다. 현미밥은 민이가 싫어해서 그냥 흰쌀에. 아 달리기 하기 좀 쉽지 않은 날씨 같은데 그래도 나가야겠지.